‘쉬었음’ 청년층 증가 속 통념 흔든 한은 분석… “눈높이 높지 않고 중소기업 선호”

미취업 장기화 땐 노동시장 영구 이탈 위험 확대… 초대졸 이하 청년층 중심 맞춤 정책 시급
통계청이 '2025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를 발표한 24일 서울 한 대학교 일자리센터에 기업들의 채용공고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이들이 높은 눈높이로 취업을 기피한다는 기존 인식과는 다른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동시장을 벗어난 청년들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보다 중소기업을 더 선호했고, 기대 임금 수준도 과도하게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미취업 상태가 장기화될수록 노동시장에 재진입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학력과 진로 적응도에 따른 정교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은행은 20일 발간한 BOK이슈노트 ‘쉬었음 청년층의 특징 및 평가: 미취업 유형별 비교 분석’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오삼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장과 윤진영 과장, 김민정 조사역은 인공지능(AI) 확산과 기술 변화, 기업의 경력직 선호 강화 등 구조적 요인이 청년층 노동시장 여건을 전반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쉬었음’ 청년 비중 확대… 청년층에서 증가세 두드러져

‘쉬었음’은 취업 준비나 가사·육아, 병역 등 명확한 사유 없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쉬는 상태를 의미한다. 일할 능력은 있으나 구직 활동을 하지 않아 통계상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노동시장과의 연결 고리가 약화될 위험이 크다.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 비중은 2019년 12.8%에서 지난해 15.8%로 상승했다. 특히 청년층(20~34세)에서 증가 폭이 컸다. 같은 기간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비중은 14.6%에서 22.3%로 크게 확대됐다.

연구진은 초대졸 이하 청년층이 4년제 대졸 이상 청년층보다 ‘쉬었음’ 상태에 있을 확률이 6.3%포인트 높았다고 분석했다. 진로 적응도가 낮은 청년 역시 그렇지 않은 청년에 비해 ‘쉬었음’ 상태일 가능성이 4.6%포인트 더 높았다. 이는 개인별 잠재력과 기대 수익의 차이가 노동시장 참여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결과로 풀이됐다.

◈미취업 장기화할수록 노동시장 이탈 위험 커져

미취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노동시장 이탈 가능성은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직 기간이 1년 늘어날 때마다 ‘쉬었음’ 상태에 머물 확률은 4.0%포인트 상승했고, 적극적인 구직 활동을 할 확률은 3.1%포인트 감소했다. 이러한 경향은 학력이나 진로 적응도가 낮은 집단에서 더욱 뚜렷해, 장기 미취업이 사실상 노동시장 영구 이탈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었음’ 청년층의 구직 눈높이는 높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평균 유보임금은 3100만원으로, 중견기업 고졸 취업자의 평균 초봉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현재 취업 중인 청년층의 평균 유보임금도 3200만원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유보임금은 개인이 최소한으로 받고자 하는 임금 수준을 의미한다.

희망 기업 유형에서도 ‘쉬었음’ 청년층은 중소기업 선호 비중이 48%로 가장 높았다. 이는 대기업(17.6%)이나 공공기관(19.9%)을 상대적으로 더 선호한 다른 미취업 청년층과 비교해 오히려 현실적인 선택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일자리 기대치와 실제 일자리 간의 단순한 미스매치만으로는 ‘쉬었음’ 청년 증가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구조적 변화 대응한 맞춤형 정책 필요성 제기

보고서는 최근 고학력 ‘쉬었음’ 청년이 늘어나는 배경으로 AI 확산에 따른 일자리 대체, 기업의 경력직 선호 강화와 수시 채용 확대 등 구조적 요인을 지목했다. 아울러 본인 명의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경우 ‘쉬었음’ 상태에 있을 확률이 11.2%포인트 높아지는 등, 일정 부분 자발적 선택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쉬었음’ 청년층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초대졸 이하 학력의 청년층을 정책 설계의 중심에 둘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고용 경직성 완화와 함께 진로 상담 및 직무 교육을 통한 적응력 강화, 청년 채용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의 근로 여건을 제도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윤진영 과장은 “임금뿐 아니라 향후 경력 전망, 근무 시간, 조직 문화 등 근로 여건 전반에서 청년과 기업 간 기대 차이가 존재한다”며 “진로 상담과 직무 교육을 통해 잠재력이 낮은 청년들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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