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영국 잉글랜드의 보호체계 안에 있는 수백 명의 아동들이 여전히 불법적이고 부적절한 주거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에 따라 한 기독교 자선단체가 전국 교회들을 향해 기도와 실천, 그리고 사회적 책임 있는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번 실태는 잉글랜드 아동위원회(Children’s Commissioner for England)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공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보호 대상 아동 669명이 여전히 불법 시설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 중 다수는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거나 추가적인 교육적 지원이 필요한 상태였다. 이들은 카라반, 휴양지 캠프, 단기 임대 숙소 등 아동 보호법상 허용되지 않는 장소에 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이 같은 문제가 처음 지적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아동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가 존재함에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안전하고 안정적인 거주 환경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장기 불법 거주 사례도 다수…취약 아동에 집중된 구조적 문제
아동위원회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불법·부적절한 시설 사용이 현재진행형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에는 764명의 아동이 부적절한 시설에 거주한 것으로 기록됐으며, 올해 조사에서도 여전히 수백 명이 같은 환경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아동은 등록되지 않은 보호시설에서 12개월 이상 생활한 사례도 확인됐다.
특히 보호 대상 아동 가운데 약 60%는 교육·보건·돌봄이 결합된 특별지원(Education, Health and Care Plan)이 필요한 상태였고, 3분의 1 이상은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서비스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이는 불법 주거 환경에 놓인 아동 상당수가 복합적인 돌봄과 전문적 지원이 필요한 취약 계층임을 보여준다.
레이철 드 수자 아동위원장은 이러한 현실을 두고 현재 아동 보호 시스템 전반의 한계를 드러내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적절한 보호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가장 복잡한 돌봄이 필요한 아동들이 가장 열악한 선택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임에도 반복되는 관행"…입법 논의 속에서도 지속되는 문제
드 수자 위원장은 불법 시설 사용이 이미 법으로 금지돼 있음에도 여전히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현재 영국 의회에서는 ‘아동 복지 및 학교 법안(Children’s Wellbeing and Schools Bill)’이 논의 중이지만, 현장에서는 법의 취지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보고서에 따르면 불법 배치된 669명 가운데 89명은 동일한 불법 시설에서 1년 이상 생활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는 15세 이상이었지만, 미취학 아동도 일부 포함돼 있었다. 평균 거주 기간은 약 6개월을 넘었으며, 휴양지 캠프에서 9개월 가까이 머문 사례, 카라반에서 4개월 이상 생활한 사례도 보고됐다. 일부 아동은 3년 이상 불법 시설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아동위원회는 이 같은 상황이 단기적 예외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고 분석했다. 특히 위기 대응 중심의 고비용 보호 방식이 반복되면서, 장기적으로는 아동의 안정성과 복지를 모두 해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불법 보호시설에 투입된 막대한 비용…지방정부 재정 부담 가중
보고서는 불법 보호시설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 역시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아동 1인당 주당 평균 비용은 약 1만 500파운드에 달했으며, 이는 연간으로 환산할 경우 50만 파운드에 가까운 금액이다. 지난해 잉글랜드 전역 지방의회가 불법 아동 보호시설에 지출한 총 비용은 약 3억 5,300만 파운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일부 사례는 이미 한 건당 100만 파운드를 초과하는 비용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위원회는 이러한 지출 구조가 납세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동시에, 정작 아동에게는 질 낮은 보호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드 수자 위원장은 조기 개입과 가족 및 지역사회와의 연결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정책 방향이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 상황에서 고가의 임시 보호에 의존하기보다, 아동이 가능한 한 가까운 공동체 안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보호 모델에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독교 자선단체 "교회의 적극적 참여 필요"…가정 기반 보호 대안 제시
이번 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취약 아동과 가정을 지원해 온 기독교 자선단체 ‘홈 포 굿 앤 세이프 패밀리즈(Home for Good and Safe Families)’는 전국 교회를 향해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단체는 오랜 경고에도 불구하고 수백 명의 아동이 여전히 부적절한 환경에 놓여 있다는 점을 강하게 우려했다.
공동 최고경영자인 탄 브라이트는 모든 아동이 안전하고 안정적인 가정 환경에서 성장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하며, 이를 위해 교회와 신앙 공동체가 실질적인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위한 위탁 가정, 지원형 숙소 제공, 위기 가정 지원 등이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체는 정책 변화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 위탁 가정과 지원형 숙소 제공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지방정부는 부적절한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특히 16세 이상 보호아동과 보호 종료 청소년을 위한 ‘지원형 숙소(supported lodgings)’ 모델이 충분히 활용되지 않고 있다며, 가정 기반 보호가 청소년의 자립을 돕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단체는 관심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명회를 운영하며, 보호아동을 위한 참여 방안을 안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