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연방헌법법원, 납치·강제결혼된 기독교 소녀 회수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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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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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개종·결혼 의혹 속 연방 차원의 사법 판단…경찰에 신속한 신병 확보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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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 파키스탄에서 납치돼 강제 개종과 결혼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13세 기독교 소녀와 관련해 연방헌법법원이 경찰에 신속한 신병 확보를 명령했다고 15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반복된 하급심 기각 결정 끝에 연방 차원의 사법 판단이 내려지면서, 미성년자 보호와 종교적 소수자 인권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하급심 기각 뒤 연방헌법법원에 제기된 청원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연방헌법법원(Federal Constitutional Court·FCC)은 지난 1월 9일(현지시간) 경찰에 납치된 기독교 소녀 마리아 샤바즈와 그녀를 납치한 것으로 지목된 30세 남성 셰흐리야르 아흐마드를 오는 1월 16일까지 법정에 출석시키라고 명령했다. 이번 결정은 마리아의 부친 샤바즈 마시가 제기한 청원을 연방헌법법원이 받아들이면서 내려졌다.

앞서 마시 가족은 소녀의 회수를 요구하며 라호르 지역 세션 법원과 라호르 고등법원에 잇따라 청원을 제기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이에 가족 측은 하급심 결정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연방헌법법원에 판단을 요청했다.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 결혼으로 위장돼 있다”는 주장

가족 측 법률대리인인 라나 압둘 하미드 대법원 변호사는 연방헌법법원 심리에서 마리아가 명백한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이슬람 개종과 결혼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정에서 해당 사안이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이 결혼이라는 외형 아래 은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미드 변호사는 라호르 경찰이 사건 초기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와 유착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경찰의 소극적 대응 속에 치안판사 법원이 가족의 납치 신고를 기각했고, 그 과정에서 소녀가 자유 의사에 따라 개종·결혼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강요받았다고 밝혔다.

“자발적 개종·결혼 진술, 연령 증거는 무시돼”

가족 측에 따르면 마리아는 치안판사 앞에서 스스로 이슬람으로 개종해 결혼했으며 성인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가족은 출생증명서 등 공식 문서를 통해 소녀가 법적으로 미성년자이며, 펀자브주 아동결혼법상 결혼 가능 연령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인권 활동가 사프다르 초드리는 법원의 이번 결정을 환영하며, 그동안 법원이 소녀의 진술만을 근거로 연령 관련 문서를 배제해 온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연방헌법법원이 아동결혼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피의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복되는 강제 개종·아동결혼 사례에 제기되는 구조적 문제

현지 인권단체들은 파키스탄에서 기독교를 비롯한 소수 종교 소녀들이 납치돼 강제 개종과 결혼을 당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은 납치 이후 가해자에게 유리한 허위 진술을 강요받고, 법원은 연령을 입증하는 문서보다 해당 진술을 우선시하는 관행을 보여 왔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마리아의 부친 마시는 딸이 집 근처 상점에 나갔다가 이웃 남성에게 납치됐다고 진술했다. 그는 사건 발생 직후 경찰에 신고했으나, 며칠 뒤 경찰로부터 딸이 자발적으로 개종·결혼했다는 진술을 이미 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아동결혼 관련 법 개정에도 남은 사각지대

파키스탄에서는 최근 아동결혼을 제한하기 위한 입법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이슬라마바드 수도권 지역에서는 남녀 모두의 결혼 최저 연령을 18세로 규정한 법안이 제정됐다. 그러나 펀자브주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여성의 결혼 가능 연령이 16세로 유지되고 있다.

특히 기독교인의 경우 종교별 결혼법 개정으로 결혼 연령이 상향됐지만, 기독교 소녀가 이슬람으로 개종할 경우 샤리아법이 적용되면서 더 낮은 연령에서도 결혼이 가능한 구조적 문제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교 자유와 아동 보호 문제, 국제적 관심 속 재조명

파키스탄은 인구의 96% 이상이 무슬림인 국가로, 국제 기독교 인권 단체들은 이 나라를 기독교인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국가 중 하나로 분류하고 있다. 국제 박해 감시 단체 오픈도어즈가 발표한 ‘2026 세계 기독교 박해 국가 순위’에서 파키스탄은 8위에 올랐다.

연방헌법법원의 이번 결정은 강제 개종과 아동결혼 문제를 둘러싼 사법적 책임과 국가의 보호 의무를 다시금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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