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와 종교 인구 축소라는 이중 위기 속에서 지방 신학대학교들이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를 비롯한 부산장신대학교, 영남신학대학교, 호남신학대학교는 최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신학 교육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협력 체계 구축에 나섰다.
이번 협약은 최근 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 박경수)에서 열린 ‘대학혁신지원사업 공동 성과공유회’를 계기로 이뤄졌다. 이 자리에는 4개 대학의 혁신사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지난 1년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공동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단순한 성과 보고를 넘어, 대학 간 장벽을 낮추고 실질적인 협업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4개 대학이 체결한 협약의 핵심은 인적·물적 자원의 공유와 혁신사업의 연속적 협력이다. 참석자들은 지방 신학대학들이 개별적으로 생존을 모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교육 콘텐츠와 인프라를 함께 활용하는 공동 성장 모델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특히 이번 협약은 특수목적대학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학사 구조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협약 체결 이후 진행된 서명식과 기념 촬영은, 4개 대학이 느슨한 연합을 넘어 하나의 협력 네트워크로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상징적 장면으로 남았다.
성과공유회에서는 각 대학이 추진 중인 특화 사업도 소개됐다. 장로회신학대학교는 자율전공 제도 도입과 학생 역량 통합 관리 플랫폼 구축을 대표 사례로 제시했다. 전체 모집 인원의 상당 비중을 자율전공으로 선발하고, 전담 학사지도교수를 통해 학생 개별 맞춤형 진로 설계를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학생 활동을 마일리지로 환산해 실질적 혜택으로 연결하는 제도와 AI 기반 학습 환경 조성도 추진 중이다.
부산장신대학교는 ‘지역과 함께 살아가는 대학’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다. 다문화 가정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지역 밀착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 소멸 위기 속에서 신학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하이플렉스 강의 환경 역시 주목받았다.
영남신학대학교는 학생 성공 플랫폼을 중심으로 역량 가시화 전략을 소개했다. 학생들의 학습·비교과 활동을 데이터로 축적해 진로 설계에 활용하고, AI를 통해 자기소개서 작성까지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나아가 2027년부터 전면 자율전공 체제로 전환해, 1학년 동안 폭넓은 진로 탐색 후 전공을 선택하도록 할 계획이다.
호남신학대학교는 지역 문화자산을 교육과정으로 연결한 마이크로 디그리 모델을 발표했다. 광주 양림동 선교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한 ‘선교문화 해설사’ 과정은, 학생들에게 전문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한 사례로 소개됐다.
행사 후반부 토론에서는 협약 이후의 구체적 실행 방안이 논의됐다. 대학별 특성화 사업을 정기적으로 공유하고, 교수 역량 강화 프로그램과 비교과 교육을 공동 개발하자는 제안이 이어졌다.
특히 관심을 모은 안건은 ‘전국 단위 성지순례·선교지 탐방 프로그램’의 공동 운영이다. 서울·대구·광주·부산 등 각 지역의 선교 거점을 연계한 교육 과정을 개설하고, 이를 학점이나 계절학기와 연결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이는 학생 교류 확대와 함께, 미래 사역자들이 지역을 넘어 연대 의식을 형성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공동 성과공유회는 개별 대학의 성과를 넘어, 신학 교육 전반의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정보 공유와 공동 로드맵 수립을 통해 협력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지속적인 소통 구조를 마련하기로 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이상억 교수는 “각 대학이 가진 서로 다른 강점을 연결해 더 큰 가능성을 확인한 시간이었다”며 “이번 협약을 출발점으로 학생들에게 더 넓은 학습 경험과 선택지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