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인도네시아 서자바주 반둥에서 기독교 부흥 예배를 둘러싼 무슬림 단체의 반대 시위가 발생했다고 1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6일 반둥 시내 FX 수디르만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인도네시아복음개혁교회(GRII)의 대규모 부흥 예배를 계기로 촉발됐다. 당시 예배 현장에는 인도네시아 종교부 소속 고위 관계자의 특별보좌관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지며 사회적 관심을 끌었다.
반둥 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무슬림 단체 ‘알루스 순나 수호자들(Ahlus Sunnah Defenders)’은 확성기를 장착한 차량과 현수막을 동원해 예배가 열린 건물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해당 예배가 기독교 지도자 스티븐 통 목사의 인도로 2026년을 준비하는 종교 행사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시위 참가자들은 예배 자체를 부정하거나 기독교인의 신앙 행위를 금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공공시설로 인식되는 장소에서 종교 집회가 진행됐다는 점에 항의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시설 사용’ 여부 놓고 법적 해석 충돌
CDI는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배치돼 질서 유지에 나섰다고 밝혔다. 무슬림 단체 측은 2016년 제정된 3부처 공동령과 2006년 2부처 공동령을 근거로, 이 예배가 이슬람 교리에서 벗어난 종교 활동의 확산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해당 법령들이 종교 방송 윤리와 예배당 설립 및 운영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며, 이번 예배 장소 사용이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예배에 참석한 구군 구밀라르 인도네시아 종교부 장관 특별보좌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는 어떤 상황에서도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특정 종교 행사를 지지하거나 개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시민의 예배 권리가 보장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에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개종 시도 주장과 사전 반대 서한 논란
시위 영상에서는 일부 참가자가 해당 예배가 무슬림을 기독교로 개종시키기 위한 시도라고 외치는 장면도 포착됐다. 시위에 앞서 알루스 순나 수호자들은 행사 당일 오전 주최 측에 공식 서한을 보내 예배 중단을 요구했다. 소셜미디어 계정 ‘부쿠로하니’에는 시위가 법적으로 허용된 집회 시간을 초과해 오전과 오후에 걸쳐 진행됐다는 주장도 게시됐다.
무슬림 단체는 4개 항으로 구성된 성명에서, 해당 예배가 특정 종교인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일반 시민을 공개적으로 초청했으며, 배너·현수막·전자매체 등을 활용해 홍보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이를 선교 목적의 선동이자 선전 활동으로 규정했다. 또한 과거 반둥 공과대학교 문화센터에서 허가 없이 유사 행사가 진행됐다는 주장과 함께, 종교 행사와 성탄절 예배는 법령상 지정된 예배 장소에서만 열려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지방자치단체, 종교 자유 원칙 재확인
구군 구밀라르 보좌관은 해당 예배 참석이 정부의 종교 자유 수호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스티븐 통 목사가 도덕성과 애국심, 성숙한 종교 문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인물이라며, 종교부는 단순한 상징적 참여를 넘어 행사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무함마드 파르한 반둥 시장도 같은 입장을 내놨다. 그는 반둥 시가 모든 종교 공동체에 동등한 예배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며, 종교적 차이는 대화와 숙의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둥은 다양성과 관용의 가치를 중시하는 개방적 도시라는 점도 덧붙였다.
시민단체와 법조계, 시위의 위법성 지적
시민단체 ‘인도네시아 모두를 위한 운동(PIS)’은 팟캐스트를 통해 해당 예배가 불법이라는 사법 판단은 단 한 차례도 내려진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법치국가에서 합법성 여부는 법원이 판단해야 하며, 대중 조직의 주관적 판단이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규모 이슬람 종교 행사 역시 공개 홍보가 이뤄져 왔지만, 이를 강제 개종으로 해석한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기라당(게키라) 법률지원연구소장 산트라완 토토네 파파랑은 시위가 헌법에 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예배가 열린 수디르만 그랜드 볼룸은 행사위원회가 합법적으로 임대한 전용 공간이라며, 공공시설 사용이라는 시위대의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1945년 헌법 제29조는 종교와 예배의 자유를 명확히 보장하고 있으며, 어떤 사회 단체도 타 종교의 예배를 방해할 권한은 없다고 강조했다.
새 형법 시행 앞두고 종교 방해 행위 처벌 강화
산트라완은 곧 시행될 신(新)형법(KUHP)이 종교 예배를 방해하거나 위협하는 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집단 압력이나 행정적 해석을 이유로 예배를 막는 행위는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 단체 오픈도어(Open Doors)는 최근 인도네시아 사회가 점차 보수적 이슬람 성향을 띠면서, 선교 활동을 하는 교회들이 극단주의 단체의 표적이 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