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는 지구 생명체의 근간을 이루는 물질이다. 모든 생명은 탄소 화합물로 구성돼 있으며, 인류 문명은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한 탄소 활용을 통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왔다. 동시에 같은 탄소는 오늘날 기후 위기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며 인류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김서형 박사의 신간 『탄소와 인간, 그 오래된 동행』은 별의 탄생과 생명의 기원에서 산업혁명, 우주 시대에 이르기까지 약 138억 년의 시간을 관통하며 탄소의 역할을 조망했다. 이 책은 탄소를 단순한 과학적 대상이 아닌, 자연사와 인류사를 함께 꿰는 서사의 중심 축으로 제시했다.
저자는 과학적 사실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천문학, 지질학, 생물학, 역사, 철학을 넘나들며 탄소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를 통해 탄소가 생명의 탄생과 문명의 진화, 그리고 현재의 위기 국면까지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줬다.
책에는 탄소가 ‘시간의 기록자’로 기능해 온 사례도 담겼다.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을 통해 토리노 수의의 제작 시기가 중세로 밝혀진 사례는, 과학적 분석이 역사적 진실에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제시됐다.
책은 산업혁명 이후 탄소 활용의 변화 과정도 짚었다.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한 탄소 이용은 인류의 생산성과 이동성을 획기적으로 높였지만, 그 이면에서 기후 변화라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점도 함께 조명했다.
탄소의 역할은 지구를 넘어 우주 산업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우주 탐사에서 비용과 직결되는 무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소재로 탄소섬유가 주목받는 이유와, 가볍고 강한 물성이 탐사 경쟁력을 좌우하는 현실도 함께 다뤄졌다.
『탄소와 인간, 그 오래된 동행』은 총 7장으로 구성돼 있다. 별과 생명의 탄생, 태양계의 형성, 생명에 적합한 조건, 연대 측정과 기후사, 산업혁명 이후의 탄소 이용사를 차례로 살핀 뒤, 마지막 장에서 탄소중립 시대를 맞은 인류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을 제안했다.
김서형 박사는 인하대학교 프런티어창의대학 연구원, 이화여자대학교 지구사연구소 연구교수, 러시아 빅히스토리 유라시아센터 연구교수, 국제빅히스토리학회(IBHA) 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여자간호대학교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기후 위기와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과학과 인문학의 경계에서 차분하게 사유하도록 이끄는 문제작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