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 펀자브주 카수르 지역에서 한 남성이 교회 건물에 침입해 성경과 십자가를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7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현지 교회 관계자와 경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역 사회 내 긴장을 유발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신속한 경찰 대응과 주민들의 자발적인 연대 움직임으로 큰 충돌 없이 수습 국면에 들어섰다.
카수르 디스트릭트 코트 라다 키샨(Kot Radha Kishan) 관할 가네키(Ghanekey) 마을에 위치한 페로즈 딘 타크 메모리얼 교회(Feroz Din Taak Memorial Church)에서 훼손 행위가 확인된 것은 지난 5일 새벽이었다. 교회 문을 열고 아침 예배를 준비하던 타리크 마시(Tariq Masih) 목사가 내부 이상을 발견하며 사건이 드러났다.
용의자 6시간 만에 검거…경찰 “엄정 대응”
마시 목사에 따르면 용의자는 창문을 깨고 교회 안으로 침입한 뒤 교회 재산을 훼손하고 성경 여러 권을 훼손했으며, 음향 장비와 제단 집기 일부를 파손하고 내부에 설치된 십자가를 구부린 것으로 확인됐다. 용의자는 이후 동일 마을에 거주하는 인력거 운전사 알라 라카(Allah Rakha)로 신원이 특정됐다.
경찰은 신고 접수 직후 현장 조사에 착수해 약 6시간 만에 용의자를 검거했다. 카수르 지역 경찰청장 무함마드 이사 칸(Muhammad Isa Khan)은 용의자가 범행 사실을 자백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며, 법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신성모독법 적용…지역 사회 불안 차단 나서
코트 라다 키샨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파키스탄 형법 295조와 295-A조에 따라 사건을 접수했다. 해당 조항은 종교적 신념을 모욕하거나 특정 종교 공동체의 감정을 고의로 해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이나 벌금 또는 병과가 가능하다.
경찰은 종교 갈등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속히 대응했으며, 지역 내 기독교 공동체를 안심시키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사건 발생 직후 경찰 병력이 교회 인근에 배치되며 추가 충돌 가능성은 차단됐다.
무슬림 주민들 교회 방문해 연대 표명
마시 목사는 "해당 마을에서 과거 종교 폭력 사례가 없었으며, 기독교인과 무슬림이 오랫동안 평화롭게 공존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사건 당일 새벽 기도 이후 인근 모스크 신자들과 무슬림 주민들이 교회를 방문해 위로의 뜻을 전하고 사건을 공개적으로 규탄하면서 더욱 분명해졌다.
지역 무슬림 성직자들 역시 이번 훼손 행위를 용납할 수 없는 범죄라고 규정하며 종교 간 화합을 강조했다. 교회는 펀자브주 내 이슬람 인구가 대다수인 해당 마을에서 약 200가구의 기독교 신자들이 이용하는 유일한 예배 공간으로 알려졌다.
“개인적 갈등에서 비롯된 사건” 평가
기독교인 출신인 에자즈 알람 어거스틴(Ejaz Alam Augustine) 주(州)의원은 이번 사건이 조직적인 종교적 증오 범죄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용의자가 사건 이전 일부 기독교 청년들과 개인적인 다툼을 겪었으며, 술에 취한 상태에서 보복성으로 교회를 훼손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어거스틴 의원은 "성경과 십자가 훼손으로 기독교 공동체의 종교적 감정이 크게 상처를 입었지만, 경찰의 신속한 대응이 법 집행 기관에 대한 신뢰를 일정 부분 회복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직접 마을을 방문해 수사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반복되는 종교 폭력의 기억…경찰 역할 재조명
CDI는 파키스탄에서 과거에도 신성모독 혐의를 둘러싼 허위 주장으로 무슬림 군중이 교회와 기독교인 주택을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해 왔다고 밝혔다. 2023년 자란왈라(Jaranwala)와 2024년 사르고다(Sargodha)에서는 교회와 기독교인 주택이 파괴됐으며, 당시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자란왈라 사건과 관련해 300명 이상이 체포됐고, 사르고다 사건 이후에도 50명 이상이 구금됐지만 대부분 보석으로 풀려나거나 무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어거스틴 의원은 “이번 사건에서 지역 경찰의 대응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며 “이는 현 정부의 종교적 증오와 극단주의에 대한 강경한 정책 기조 덕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근본적인 과제는 종교적 증오가 반복적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독교 박해 여전…국제 지표도 경고
한편 파키스탄은 전체 인구의 96% 이상이 무슬림인 국가로,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 단체 오픈도어(Open Doors)가 발표한 ‘2025 세계 기독교 박해 국가 순위’에서 기독교인이 살기 어려운 국가 8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대응과 함께 지역 공동체 차원의 종교 간 신뢰 회복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