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하리아나주서 기독교인 부부와 기독교인 변호사 집단 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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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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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개종 혐의 주장 속 성경 소각·감금·폭행까지 이어진 집단 린치 사건 발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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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인도 북부 하리아나주에서 힌두 극단주의자들이 기독교인 부부 두 쌍과 기독교인 변호사를 수 시간 동안 집단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24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들은 기독교인들이 강제 개종을 시도했다며 폭력을 가했고, 현장에서 성경을 불태우도록 강요하는 장면까지 촬영해 유포했다.

사건은 지난달 하리아나주 로탁시에서 약 8킬로미터 떨어진 티톨리 마을에서 발생했다. 피해자들은 지난 11월 7일 마을의 한 기독교 가정을 방문해 둘째 아이의 출산을 축복하고 기도하기 위해 모였다. 피해자 가운데는 65세의 여호와 다스 목사와 42세의 비노드 마시, 그리고 이들의 아내들이 포함돼 있었다.

힌두 극단주의자 집결…성경 압수·소각 영상 확산

CDI는 당시 힌두 개혁운동 단체인 아리아 사마즈 소속 인원 10~12명이 이들의 방문 사실을 알게 됐고, 주변 인원들에게 연락해 약 50명의 군중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가정집으로 난입해 기독교인들을 폭행하고 감금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군중은 약 80명 규모로 불어났다.

폭행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이어졌다. 군중은 피해자들의 차량을 수색해 성경과 전도지를 모두 꺼내 바닥에 쌓아두고, 강제 개종을 시도했다는 발언을 강요했다. 기독교인들이 다시는 마을에 오지 않겠다고 말하도록 강요하는 장면도 영상으로 촬영됐다.

군중은 성경을 발로 차며 기독교 신앙을 모욕했고, 여호와 다스 목사에게는 사과문 작성을 강요했다. 이후 인화성 액체를 성경 더미에 뿌리도록 강제한 뒤, 목사에게 직접 불을 붙이게 했고 힌두 신 라마를 찬양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 영상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되며 경찰에 32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차량 감금과 추가 폭행…도움 요청한 변호사도 피해

CDI는 폭행 이후 군중은 기독교인들을 차량에 가둔 채 약 2시간 동안 물과 음식, 화장실 이용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금 상태에서 비노드 마시의 아내 리나는 기독교인 변호사 사티시 아리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아리아 변호사는 과거 아리아 사마즈 소속이었으나 5년 전 기독교로 개종한 인물로, 연락을 받고 즉시 현장으로 이동하는 동시에 경찰에 인질 상황을 신고했다. 경찰은 출동을 약속했지만 즉각적인 대응은 이뤄지지 않았다.

아리아 변호사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힌두 여성 20~25명이 기독교 여성들을 폭행하고 있었고, 남성들 역시 집단 구타를 당하고 있었다. 아리아는 경찰을 기다리며 거리를 두고 있었으나, 차량에 적힌 기독교 문구가 발견되면서 군중의 표적이 됐다.

경찰 앞에서 벌어진 변호사 폭행 논란

아리아 변호사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며 군중이 아닌 경찰 조사로 사건을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법복을 입은 채 폭행 현장으로 끌려가 상의를 찢긴 뒤 약 25분간 구타를 당했다. 이 과정은 경찰이 도착한 이후에도 계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군중 일부는 기독교인들을 차량에 태운 채 불태우자는 주장까지 했고, 아리아는 이러한 행위가 중범죄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이후 군중 중 한 명의 도움으로 풀려난 아리아는 병원에서 응급 치료를 받은 뒤 경찰서를 찾았다.

경찰 압박 속 합의 종용…가해자 처벌은 미진

경찰서에 도착했을 당시 기독교인들은 가해자들을 처벌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강요받았고, 해당 마을에 다시 들어가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도록 압박받았다. 법적 대응을 원했던 아리아는 마을 주민들이 피해 가족에게 보복을 경고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이튿날 하리아나주 목회자 약 80명은 경찰에 공식 고발장을 제출했고, 주 경찰청장에게도 엄정 수사를 요구했다. 당국은 협조를 약속했지만 체포나 실질적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이후 양측을 불러 마을 대표와 가해자들이 사과하는 방식으로 사안을 마무리하려 했고, 마을 대표는 성경에 입맞추고 사과문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내 기독교인 탄압 우려 지속

CDI는 이번 사건 이후 여호와 다스 목사는 심각한 정신적 충격으로 지역을 떠나 카르나타카주 벵갈루루에 거주 중이다. 피해자들은 여전히 불안과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종교 자유 옹호 단체들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연합 출범 이후 비힌두 종교에 대한 적대적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힌두 극단주의자들의 기독교인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기독교 지원단체 오픈도어즈에 따르면 인도는 2025년 ‘세계 기독교 박해국 목록’에서 기독교인이 살기 어려운 국가 1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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