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6주년 앞두고 월간 『샘터』 무기한 휴간

단행본 발행은 이어간다
샘터 창간호 1970년 4월호(왼쪽)와 2026년 1월호. ©샘터사

내년 창간 56주년을 앞둔 출판사 샘터사가 국내 최장수 교양지로 꼽혀온 월간 『샘터』를 무기한 휴간하기로 했다. 샘터사는 오는 24일 발행되는 2026년 1월호(통권 671호)를 끝으로 월간 『샘터』 발행을 잠정 중단한다고 최근 밝혔다.

샘터사는 이번 결정에 대해 급변한 미디어 환경을 주요 배경으로 들었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기기의 확산과 영상 콘텐츠 소비의 급증으로 종이 매체를 기반으로 한 활자 미디어의 영향력이 급격히 위축됐고,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는 판단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1970년 4월 창간된 『샘터』는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화려한 성공담보다는 평범한 이들의 진솔한 삶과 일상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한국 사회의 정서와 시대상을 기록해 왔다. 작가 피천득, 최인호, 정채봉, 법정 스님 등 당대를 대표하는 문인들의 글과 독자들의 사연이 함께 실리며 세대와 계층을 넘어 폭넓은 공감을 얻어왔다.

이 같은 편집 기조는 창간인인 고(故) 김재준 전 국회의장의 뜻을 계승한 결과로, 『샘터』 지면을 통해 소개된 독자 사연은 지금까지 1만10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상의 소소한 경험과 마음의 결을 담아낸 독자 참여형 콘텐츠는 『샘터』를 상징하는 고유한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연재 콘텐츠 역시 『샘터』의 역사를 상징하는 중요한 축이었다. 소설가 최인호는 1975년부터 34년간 자전적 요소를 담은 소설 『가족』을 연재하며 독자들과 긴 호흡으로 소통했다. 법정 스님은 1980년부터 16년 동안 수행과 사색의 기록을 담은 『산방한담』을 통해 삶의 성찰과 비움의 메시지를 전했다. 장영희 교수와 이해인 수녀 등 여러 필진들도 각자의 시선으로 삶의 의미와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샘터』 지면에 풀어냈다.

대중매체의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던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샘터』는 높은 구독률을 기록하며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한때 월 판매 부수가 50만 부에 이를 정도로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했고, 특히 ‘어머니에게 편지 보내기’ 공모에는 한 달 동안 1만여 통의 편지가 접수되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콘텐츠 소비 방식이 빠르게 변화했고, 종이 잡지는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샘터』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샘터사는 2019년 한 차례 휴간을 검토했으나, 당시 애독자들의 자발적인 기부와 응원, 기업 후원 등이 이어지며 발행을 재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기구독률과 판매 부수의 지속적인 감소로 월간지 수익 구조가 악화되면서, 샘터사는 6년 만에 다시 휴간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기간 누적된 경영 부담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월간 『샘터』는 휴간에 들어가지만, 출판사 샘터는 단행본 발행을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김성구 『샘터』 발행인은 “잡지는 휴간에 들어가지만 단행본 출판은 지속한다”며 “물질과 성공만을 좇기보다 마음가짐과 삶의 태도를 중시해 온 샘터의 정신을 앞으로도 지켜나갈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김 발행인은 또 “언젠가 냉동인간처럼 다시 반짝 태어나 독자들에게 인사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며 “지금까지 한결같이 『샘터』를 아껴준 독자들의 큰 사랑과 관심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는 단행본을 통해 그 마음을 이어가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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