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른바 ‘통일교 게이트’ 수사와 관련해 대규모 압수수색에 나서며 본격적인 강제수사 국면에 돌입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은 15일 오전 9시부터 경기도 가평군에 위치한 통일교 핵심 시설인 천정궁과 서울 용산구 청파동 통일교 한국본부를 포함해 총 10여 곳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통일교 지도부와 정치권을 둘러싼 금품 제공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조치로, 수사 착수 이후 처음 이뤄진 대규모 강제수사다.
특별전담수사팀 소속 수사관 7~10명은 이날 오전 8시 53분께 서울 용산구 청파동 통일교 한국본부 인근에 도착해 약 8시 56분께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 현장에는 다수의 수사관이 투입돼 회계 자료와 내부 문건, 전산 기록 등을 중심으로 자료 확보에 집중했다.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자택과 국회 의원실을 비롯해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자택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 김건희 특별검사팀 사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경찰은 이날 오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10층에 위치한 전 전 장관의 의원실에 대해 국회 사무처와 협의를 거친 뒤, 오전 11시 20분께부터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현장에 투입된 수사관 6명은 의원실 진입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압수수색 때문에 나왔냐”는 물음에 “네”라고 답한 뒤 곧바로 수색에 들어갔다.
통일교 최고 지도자인 한학자 총재는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과 함께 뇌물 공여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피의자로 입건돼 강제수사 대상이 됐다. 경찰은 윤 전 본부장이 정치권에 제공했다고 진술한 금품의 재원이 교단 내부의 비공식 자금에서 조성됐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총재실이 자금 조성이나 집행 과정에 관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자료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건희 특별검사팀 사무실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은 국민의힘이 특검팀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해당 고발 사건을 병행 수사하고 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와 관련된 자료 역시 함께 확보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금품 제공 진술과 관련해 공소시효 만료가 임박한 상황에서 핵심 증거 확보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윤 전 본부장이 지목한 금품 제공 시점이 2018년 전후로 거론되면서 올해 말 공소시효 만료 여부가 수사 속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윤 전 본부장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일부 정치인 접촉과 관련한 진술에 대해 “그런 진술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등, 수사 초기와는 다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본부장의 진술 번복으로 신빙성 논란이 제기되고 공소시효 문제까지 겹치자, 경찰은 회계 장부와 내부 문건 등 객관적 증거를 중심으로 수사를 신속히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현재 전재수 전 장관과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 3명을 뇌물 수수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피의자로 입건한 상태다. 이들에 대해서는 출국금지 조치도 내려졌으며, 피의자들은 모두 금품 수수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