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 구암동에 호남 지역 선교와 근대사 형성의 중요한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새로운 문화·신앙 공간이 문을 열었다. 군산선교역사관이 2일 정식으로 문을 열며, 19세기 말 호남에 기독교 학교·교회·의료의 기초를 놓았던 윌리엄 전킨(전위렴)과 알레산드로 드루(유대모) 선교사의 헌신을 본격적으로 조명한다.
전킨기념사업회(이사장 장철희 목사)가 추진한 이번 역사관은, 1893년 군산에 입국해 지역 여성 교육의 새 장을 연 전킨 선교사와 군산 최초의 병원을 설립해 의료 사역을 펼친 드루 선교사의 흔적을 집약한 공간이다. 두 선교사가 남긴 교육·의료·사회운동의 역사적 공헌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세워졌다.
역사관은 연면적 999㎡, 지상 3층 규모로 조성됐으며, 외관은 전킨 선교사가 창설한 멜본딘여학교의 양식을 모티브로 재현해 건축적 의미도 담았다. 내부에는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을 비롯해 교육 공간, 체험실, 휴식 공간 등이 마련돼 교회·지역사회·관광객이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복합적인 구조를 갖췄다.
전시 콘텐츠 역시 풍성하다. 조선 초기 선교 과정에서 사용된 성경책·교과서, 선교사들이 기록한 의료 문서, 군산의 옛 모습을 담은 필름 아카이브, 선교사들이 실제로 갖고 다녔던 망원경·가방 등의 유품이 처음 공개되며, 단순한 역사 기록을 넘어 당시 선교 현장의 질감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전킨·드루 선교사의 활동을 중심으로, 호남 지역에서 교육·복음 운동이 어떤 방식으로 확산되고 사회 변화를 견인했는지를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다.
역사관 자문을 맡은 최은수 미국 GTU 연구교수는 “군산선교역사관은 한국 선교 역사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화해, 일치의 정신을 재발견하게 하는 장소”라며 “이 공간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는 신앙적 자긍심의 원천이 되길 바란다”고 의미를 전했다.
장철희 이사장도 개관사에서 “한국교회는 종종 앞으로만 달려가느라 지나온 은혜를 돌아보지 못한다”며 “역사관이 과거의 감사함을 일깨우고, 세계를 향해 받은 빚을 갚아가는 사명의 장으로 쓰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군산시는 이번 개관을 계기로 철길마을 등 주변 관광 자원과 연계해 선교·문화·도시 역사 콘텐츠를 결합한 지역 프로젝트를 확장할 계획이다. 군산선교역사관은 앞으로 지역을 넘어 한국 근대 기독교사의 중요한 아카이브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