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프로야구 FA 시장이 문을 열자마자 핵심 선수들의 계약이 빠르게 체결되며 초반 판도가 일찌감치 정리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박찬호가 두산 베어스와 4년 최대 80억원에 가장 먼저 계약했고, 강백호는 한화 이글스와 4년 100억원으로 생애 첫 세자릿수 계약을 기록했다. 이어 박해민이 4년 65억원에 LG 잔류를 선택했고, LG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김현수는 KT Wiz와 3년 50억원에 합의했다.
초반 폭풍 같은 계약 이후 시장은 잠시 숨을 고르는 듯 보였다. 그러나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베테랑 FA들의 거취를 둘러싼 관심이 빠르게 고조되면서 스토브리그 2라운드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이는 FA 선수들 중 최고참인 42세 최형우였다. 원소속팀 KIA 타이거즈와 잔류 협상이 진행되고 있던 가운데 삼성 라이온즈의 관심이 알려지면서 분위기는 다시 달아올랐다. 나이를 고려하면 선수 생활 말미에 접어든 시기지만, 그는 올 시즌 133경기에서 타율 0.307, 24홈런을 기록하며 KIA 중심 타선의 핵심 역할을 했다. 베테랑의 경험이 절실한 삼성 입장에서는 충분히 탐낼 수 있는 카드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최형우 측은 KIA와의 협상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삼성도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삼성은 동시에 또 다른 베테랑 FA인 강민호의 잔류 협상도 진행해야 한다. 강민호는 40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주전 포수 자리를 지키며 팀의 중심을 맡고 있다. 오승환, 송은범이 은퇴한 상황에서 이제는 사실상 팀의 최고참으로 남았고, 삼성은 지속적으로 포수 자원을 수급하면서도 "강민호는 우리 선수"라며 잔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강민호는 평소 최형우와 함께 오래 야구를 하고 싶다는 뜻을 여러 번 내비쳐 왔다. 그는 “형우 형이 힘들다고 할 때마다 ‘옷 벗을 생각하지 마라. 고참들이 야구장에 오래 있어야 후배들이 따라온다’고 이야기하곤 했다”고 말했다. 두 베테랑의 거취는 향후 KBO 리그에서 베테랑 FA 시장의 방향성을 가늠할 중요한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아 신중한 판단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IA의 또 다른 베테랑 투수 양현종의 계약도 최형우의 결정을 지켜본 뒤 본격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양현종은 이미 두 차례 FA 계약 경험이 있다. 2016년 12월에는 1년 22억5000만원에 KIA 잔류를 선택했고, 2021년에는 4년 최대 103억원으로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논의는 오가지 않은 상태다.
한편 38세 황재균, 37세 손아섭 등 다른 베테랑 FA 선수들은 내부 잔류 쪽으로 기울고 있다. 김현수, 최원준, 한승택 등 전력 보강에 나섰던 KT는 내부 FA 관리에도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며, 강백호를 영입한 한화 역시 기존 전력 유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계약 규모가 과거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황재균은 두 차례 FA로 총 148억원을 받았고, 손아섭도 162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받아온 바 있다. 그러나 황재균은 허경민의 KT 합류로 인해 여러 포지션을 오가며 고정된 역할을 잃었고, 시즌 도중 한화로 이적했던 손아섭은 팀 우승을 이끌지 못했다. 여기에 같은 외야수이자 동갑내기인 김재환이 시장에 나오면서 이들 계약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초반 ‘빅 네임’ 계약이 끝나며 잠시 고요해진 듯했던 KBO 스토브리그는 다시 베테랑 선수들을 중심으로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팀과 선수 모두 현실적 판단과 미래 구상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미묘한 시점 속에서, FA 시장의 다음 움직임은 여전히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