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화장품, 어디서 살 수 있나요?” 미국 뉴저지 아메리칸드림몰에 한국어와 영어가 뒤섞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북미 지역 최초로 열린 ‘한류박람회’ 현장은 K-뷰티 제품을 체험하려는 현지 소비자들과 바이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화장품을 손등에 테스트하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 K-팝 무대에 환호하는 관객들로 행사장은 열기로 가득 찼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코트라(KOTRA)는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미국 뉴저지 아메리칸드림몰에서 ‘2025 뉴욕 한류박람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한류의 열기를 소비재 산업으로 확장하고, K-콘텐츠와 연계한 수출 촉진을 목표로 기획됐다. 국내 중소·중견 소비재 기업 100여 곳과 미국, 캐나다, 중남미 지역의 바이어 235개사가 참여해 북미 시장 공략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행사장에는 한국 제품을 체험하려는 현지인들의 긴 줄이 이어졌고, 북미 전역에서 온 바이어들은 “품질이 기대 이상”이라며 K-브랜드의 경쟁력에 주목했다. 이번 박람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규제 강화와 한국산 대체 수요 확대 흐름에 발맞춰 마련된 것으로, K-소비재의 북미 진출을 가속화하기 위한 취지다.
6일 열린 B2B(기업 간 거래) 수출상담회에는 월마트, H마트, 북미 최대 아시아 식품 플랫폼 위이(Weee) 등 주요 유통업체 바이어들이 참여해 부스를 직접 둘러봤다. K-뷰티, K-푸드, 패션,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품목의 상담이 진행됐고, 일부 기업은 현장에서 계약 의향서를 주고받았다. 대한제분, 매일식품, 정샘물뷰티, 아이코닉스, 케이타운포유 등 참가 기업들은 K-콘텐츠와 연계한 브랜드 스토리텔링으로 주목을 받았다. 수출 경험이 적은 기업들을 위해 9개 전문 무역상사가 지원에 나섰으며, 기업당 평균 10건 이상의 바이어 미팅이 진행됐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온 여성 바이어는 “한국 화장품은 품질이 확실히 다르다”며 “주변에서도 K-콘텐츠를 통해 한국 제품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LA 지역에서 한국 제품을 온라인으로 판매 중인 교민 바이어 애슐리 전 씨는 “2017년부터 판매를 시작했는데 요즘은 유럽, 호주, 두바이 등에서도 주문이 온다”며 “현지 소비자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7일부터 8일까지는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온·오프라인 연계(O2O) 판촉전이 이어졌다. 한류 공연과 팬사인회, 메이크업쇼, 체험 이벤트가 연이어 열렸고, 하지원·화사·태민 등 홍보대사들이 무대에 오르자 쇼핑몰 전역이 환호로 들끓었다. H마트, 울타리몰, 이베이, 케이타운포유 등 주요 유통망 입점 상담회와 온라인 기획전도 동시에 진행돼 시너지 효과를 냈다.
코트라는 이번 박람회를 계기로 한류 마케팅을 수출 성장의 핵심 축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연 1회 개최 중인 한류박람회를 2030년까지 연 4회로 확대하고, 롯데 ‘브랜드 엑스포’, CJ ‘케이콘(KCON)’ 등 민간 플랫폼과의 협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해외 인증 취득 지원(최대 1억 원), 공동물류센터 확충(2025년 302개 → 2030년 400개), 글로벌 온라인몰 입점 확대(2030년 3000개 목표) 등 세 가지 지원 방안을 병행 추진한다.
한류 소비재 수출은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식품이 전체의 2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화장품은 K-콘텐츠의 인기를 발판으로 수출 다변화에 성공했다. 반면 패션 분야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 심화로 성장세가 다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경성 코트라 사장은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한국의 인지도가 크게 높아지면서 해외 바이어의 방한이 지난해보다 70% 이상 늘었다”며 “한류 소비재를 전담할 전용 조직을 신설해 문화와 산업을 잇는 새로운 수출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