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나이지리아 정부가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독교 박해 중단’ 요구에 공식 입장을 밝혔다고 4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볼라 아메드 틴부(Bola Ahmed Tinubu)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종교 자유를 확고히 지키고 있다”며 “종교 박해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틴부 대통령은 지난 토요일 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2023년 이후 우리 행정부는 기독교와 이슬람 지도자 모두와 적극적으로 소통해 왔다”며 “종교적 갈등이 아닌, 국민 전체의 안전을 위한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나이지리아가 종교적으로 불관용한 나라로 묘사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모든 국민의 신앙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틴부 대통령은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협력해 모든 종교 공동체의 보호와 상호 이해 증진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의 소셜 플랫폼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을 통해 “나이지리아 정부가 기독교인 학살을 멈추지 않는다면, 미국이 직접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즉시 모든 대외 원조와 지원을 중단하고, 필요하다면 무력 개입까지 고려하겠다”며 “이슬람 테러리스트를 완전히 소탕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부에 이미 군사적 대응 준비를 지시했다”며 “나이지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독교인 학살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피터 헥세스(Peter Hegseth) 국방장관 또한 X를 통해 “무고한 기독교인의 살해는 즉각 중단돼야 하며, 나이지리아 정부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직접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하원의 리리 무어(Riley Moore) 의원은 틴부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당신의 나라에서 우리의 형제자매들이 매일 죽어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경고했다. 나이지리아 정부가 이 상황을 바로잡지 않으면 국제적 대응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 동안 나이지리아를 다시 ‘종교 자유 특별 우려국(Country of Particular Concern, CPC)’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나이지리아에서 기독교는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수천 명의 기독교인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살해되고 있다”고 말했다. CPC 지정은 종교 자유를 체계적으로 침해하거나 이를 묵인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제재 또는 외교적 압박을 가하는 제도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2020년 나이지리아를 처음 CPC로 지정했지만, 2021년에는 “폭력이 종교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라는 평가를 근거로 해당 지정을 해제했다. 그러나 기독교 박해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오픈도어스(Open Doors)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신앙을 이유로 살해된 기독교인의 수보다 나이지리아에서만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다. 보고서는 “약 1,600만 명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기독교인이 박해로 인해 고향을 떠났으며, 그 대부분이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한 오픈도어스는 소말리아, 리비아, 수단 등도 나이지리아와 함께 ‘기독교 박해 고위험 국가’로 지목했다. 지난 1월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나이지리아에서만 3,100명의 기독교인이 살해되고, 2,830명이 납치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나이지리아 북부 지역은 이슬람율법(샤리아법)이 적용되는 지역으로, 기독교인은 전체 인구의 26%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북부 지역의 기독교인들은 2등 시민으로 취급받으며, 이슬람에서 개종한 신자들은 가족과 공동체로부터 배척당하고, 신앙을 포기하라는 압력을 받는다”고 밝혔다.
CDI는 올해 들어서도 박해는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플래토(Plateau)주 보코스(Bokkos) 지역에서 52명의 기독교인이 대규모 공격으로 살해됐다. 나이지리아북부기독교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종교적 폭력이 급증하고 있다”며 강력히 규탄했다. 또 국제기독교연대(ICC)는 6월 한 주 동안 중부 지역에서 85명의 기독교인이 살해됐다고 보고했다.
7월에도 카두나(Kaduna)주에서 7명의 기독교인이 피살됐으며, 이 중 5명은 어린이였다. 계속되는 공격은 나이지리아의 종교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나이지리아 정부는 미국의 경고 이후 외교적 긴장 속에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틴부 대통령은 “모든 나이지리아인이 신앙과 양심의 자유를 누릴 권리를 갖고 있다”며 “정부는 이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