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경북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직후,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약 500조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부과한 관세를 인하받는 조건으로 체결된 합의로, 트럼프 대통령은 동시에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통해 “한국은 미국이 부과하던 관세를 낮추는 대가로 3,500억달러를 지불(pay)하기로 했다”며 “한국의 부유한 기업과 사업가들이 미국에 투자할 금액은 6,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투자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백악관은 한국 기업의 에너지 구매와 현지 투자 계획 등을 담은 ‘팩트시트(Fact Sheet)’를 배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대량 구매하기로 했다”며 “이번 협력은 한미 경제 동맹의 새로운 장을 여는 역사적 합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언급했던 ‘선불(up front)’ 지급 표현은 이번 발표에서 사용하지 않았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한국이 연간 200억달러를 초과하지 않는 분할 방식으로 2,000억달러를 현금 투자하기로 했으며, 이에 따라 미국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 인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공동 성명이 발표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양측이 여전히 세부 조율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요청한 핵추진 잠수함 관련 논의에 대해 “나는 한국이 기존의 구식 디젤 잠수함 대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며 “한미 군사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결정을 통해 한국은 첨단 해양 방위 능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한미 간 안보 협력이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회담에서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제한적이어서 북한과 중국의 잠수함 활동을 추적하는 데 제약이 있다”며 “핵추진 잠수함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미국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전략과도 맞물려 주목을 받았다.
핵추진 잠수함은 디젤 잠수함보다 속도가 두 배 이상 빠르고, 장시간 잠항이 가능하며 소음이 적어 은밀한 작전 수행이 가능한 전략 자산이다. 한국은 이미 잠수함 및 소형 모듈 원자로(SMR)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과 예산 지원이 이뤄질 경우 10년 내 전력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핵잠 건조에는 ‘핵연료’ 확보 문제가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현행 한미 원자력 협정(2015년 개정)은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20% 미만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군사적 목적의 핵연료 사용을 위해서는 별도의 외교 협의와 협정 개정이 필요하다.
외교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 발언은 단순한 의사 표현을 넘어 정책적 승인에 가까운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외교 전문가는 “이번 발언은 한미 간 핵잠 추진 논의가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며 “양국의 군사 기술 협력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한은 훌륭한 총리(Prime Minister)와 함께한 훌륭한 방문이었다”며 “한미 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공고하며, 양국 협력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언급한 ‘총리’는 이재명 대통령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