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로 인생 다시 해석

[신간] 약점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서 「약점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약점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는 제목부터 독자를 멈춰 세운다. 약점을 숨기거나 극복의 대상으로 여기는 세상 속에서, 저자는 오히려 약함을 통해 은혜를 배우고 하나님을 깊이 경험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 책은 ‘약점을 교리로 해석한 인생 신학서’다. 자신의 삶을 진솔히 고백하면서, 그 안에 숨어 있던 하나님의 섭리를 신학적으로 성찰한다.

저자는 이렇게 고백한다. “돌아보면 수많은 약점 속에서 오히려 하나님의 크신 은혜를 깊이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눈에는 부족함으로 보였던 부분이 하나님 손에서는 새로운 힘과 가능성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책의 모든 장은 이러한 신앙적 역설 — 약함을 통해 완전케 하시는 하나님의 손길 — 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약점을 교리로 해석하다 — “은혜는 인간의 연약함을 통과한다”

저자는 인생의 결핍과 상처, 실패의 순간들을 피상적인 위로가 아닌 신학적 언어로 새롭게 읽어낸다. 일반 계시, 삼위일체, 중생, 성령의 은총 같은 교리적 주제들이 그저 교과서의 개념이 아니라 삶의 체험으로 재해석된다.

그는 인간이 자유를 받았으나 동시에 질서를 위해 통제를 받는 존재임을 상기시키며, “자유와 통제는 하나님이 세상에 세우신 질서이며,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두 축”이라고 말한다. 이는 자유를 오용해 혼란에 빠지는 현대 신앙인에게 깊은 도전이 된다.

또한 그는 성령의 특별 은총이 인간의 내면을 정화하고, 죄의 부패로부터 점진적으로 회복시키는 과정을 설명한다. 약점이 제거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가 스며드는 통로임을 강조한다.

낮아지심의 신학 — “예수님의 자리로 내려올 때 비로소 강해진다”

예수 그리스도의 낮아지심(케노시스)은 저자의 삶을 관통하는 주제다. “예수님이 낮아지신 신분을 경험하셨기에,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위로와 공명을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도 대우받는 자리에서 섬김의 자리로 내려와야 한다.”

이 고백은 교회의 현실, 목회자의 정체성, 그리고 평신도의 삶에도 적용된다. 저자는 인도네시아 발리한인교회 사역 경험을 통해, “하나님이 교회를 세우시고 회복하신 이유는 약한 자를 통해 강한 일을 이루시기 위함”이라고 증언한다.

그곳에서 들은 한 주민의 질문, “당신은 목사입니까, 사장입니까?”는 창세기 3장의 “네가 어디 있느냐?”라는 하나님의 질문처럼 정체성의 본질을 묻는 소리였다.

페리코레시스, 하나님의 관계 회복 신학

저자는 삼위일체적 사랑의 교제인 페리코레시스(perichoresis) 개념을 현대 교회와 사회의 분열된 현실에 적용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남성과 여성, 제1세계와 제3세계, 새신자와 기존신자 — 이렇게 분열된 세상을 하나 되게 하는 힘은 삼위일체적 사랑의 교제라는 것이다.

“우리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페리코레시스를 이 땅 위에 실현해야 한다”는 그의 외침은, 교리를 실천으로 옮기는 ‘관계 회복의 신학’으로 울린다.

“약함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의 자리다”

이 책은 인간의 약점을 성화(聖化)의 재료로 본다. 중생은 인간에게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죽음에서 생명으로, 종에서 자녀로, 죄인에서 의인으로의 근본적 존재 변환을 가져온다고 저자는 말한다.

삼위일체 하나님은 “장차 누릴 강점을 지금 여기, 나의 현재 속으로 가져오셔서 나의 약점을 덮어 주신다.” 그렇기에 성도는 약점이 있음에도 오늘을 살아갈 수 있다.

이 고백은 단순한 자기 위로가 아니다. 이는 하나님이 인간의 연약함 속에 찾아오시는 구원의 실체이자, 신앙의 가장 깊은 고백이다. “하나님, 제게 약점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한 문장은 곧 약함을 은혜의 언어로 번역하는 신앙의 문장이 된다.

약점을 넘어 은혜로 — 교리를 삶으로 살아낸 신앙의 기록

<약점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는 신학적 깊이와 인간적 고백이 만나는 자리에서 쓰였다. 교리를 논하지만 어렵지 않고, 간증이지만 얕지 않다. 저자는 “말씀의 현장에 영혼을 계속 초대해야 한다”고 말하며, 교리와 삶, 신앙과 현실을 연결하는 다리를 놓는다.

이 책은 약점과 실패를 두려워하는 성도, 사역 속에서 낙심한 목회자, 그리고 신앙의 의미를 다시 붙잡고자 하는 이들에게 “약함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보여주는 따뜻한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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