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응갈릭 부족 50년 만에 성경 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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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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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이어진 번역 사역 끝에 부족 언어로 성경 완간
인도네시아 파푸아 주의 거주하고 있는 응갈릭(Ngalik)부족의 모습. © MAF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인도네시아 파푸아 주의 소수 부족인 응갈릭(Ngalik)부족이 반세기 가까운 세월 끝에 자신들의 언어로 된 첫 완역 성경을 받아들었다고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CDI는 이들이 세대와 대륙을 넘어 이어진 선교사들의 헌신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고 밝혔다.

CDI는 해당 프로젝트가 미국인 선교사 부부 에드(Ed)와 셜리 맥시(Shirley Maxey)가 1960년 인도네시아 파푸아의 외딴 지역에서 응갈릭족과 첫 접촉을 하면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약 8,500명 규모의 미전도 부족에게 그들의 언어, 실리모(Silimo)로 된 성경을 전하겠다는 것이 목표였다. 번역 작업은 10년 후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완역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에드와 셜리는 1992년 신약 성경 번역을 완성했지만, 구약은 미완으로 남았다.

2010년, 병상에 누운 셜리의 마지막 소원은 단 하나였다. “응갈릭 성경을 끝내지 못한 것이 평생의 한이었다”는 고백과 함께, 그는 아들 버즈(Buzz)에게 부족 지도자들과 함께 완역을 이어가 달라고 부탁했다. 버즈는 “부족의 지도자들에게 그 이야기를 전했을 때, 그들은 ‘우리도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 순간, 우리가 함께 하나님의 말씀을 완성해야 한다는 사명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버즈와 그의 아내 마이나(Myra)는 응갈릭 출신 번역가 아모스와 에노스와 함께 25년간 번역 사역을 이어갔다. 초창기 8년 동안은 파푸아 정글 속에서 손으로 쓴 원고를 캐나다로 보내면, 자원봉사자들이 구절 하나하나를 타이핑해 다시 검토를 위해 되돌려주는 과정을 반복했다. 이러한 작업은 거의 반세기에 걸쳐 이어졌고, 세 세대의 헌신이 쌓여 올해 드디어 완전한 응갈릭 성경이 탄생했다.

험준한 지형과 예측할 수 없는 날씨로 인해, 응갈릭 지역에 접근하기 위해선 며칠간의 도보 행군이나 위험한 항공편을 이용해야 했다. 선교 항공단체 미션에비에이션펠로십(Mission Aviation Fellowship, MAF)은 수십 년 동안 번역자와 물자를 실어 나르며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다. 버즈는 “이건 단순한 번역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다. 실수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영적 승리의 이면에는 복잡한 사회·정치적 현실도 존재한다. 인도네시아 동부 파푸아 지역은 인구의 70%가 기독교인이지만, 나머지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이슬람권 국가다. 강제 개종, 인권 탄압 등의 보고가 이어지고 있으며, 자유 파푸아 운동(OPM)을 중심으로 한 독립 요구와 중앙정부 간의 갈등도 장기화되고 있다. 올해 6월, 파푸아 교회협의회는 “민간 지역에서의 군사작전을 중단하라”며 정부에 인도적 위기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응갈릭족의 성경 완역은 희망의 이야기로 남는다. 실리모 계곡의 주민들은 이제 자신들의 모국어로 말씀을 읽고, 찬송하며, 설교할 수 있게 됐다. MAF는 “응갈릭 아이들이 이제 자신들의 언어로 성경 이야기를 들으며 자랄 것”이라며 “이는 문화적 정체성과 신앙의 회복을 함께 의미한다”고 밝혔다.

현재 파푸아 지역에는 278개의 언어가 존재하지만, 그 중 완전한 성경을 가진 언어는 10개뿐이다. MAF는 2026년부터도 여전히 복음을 접하지 못한 부족을 위해 맘베라모와 로우페어 강 유역을 탐사할 예정이며, 수륙양용 항공기를 통한 선교 항로 개척이 진행 중이다.

한편, 캐나다 출신 선교사 엘리아(Ellya)와 브레아나 아사(Breanna Assa) 부부가 이 사역의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엘리아는 파푸아에서 목회자 가정의 자녀로 태어나 MAF와 함께한 가족의 삶을 통해 항공 선교의 부르심을 받았다. 그는 “MAF의 사역은 단순한 비행이 아니라, 복음이 하늘길을 통해 전달되는 일”이라며 “모든 부족이 하나님의 말씀을 그들의 언어로 읽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브레아나는 “하나님은 오순절 날 단 하나의 언어가 아닌, 모든 언어로 말씀하셨다”며 “이는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에게 말씀하시길 원하신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녀는 “하나님은 ‘나는 너를 보고 있다, 네 언어로 말한다, 그리고 너를 사랑한다’고 말씀하신다”며 이번 응갈릭 성경 완간의 의미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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