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성 목사(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 사무국장, 분당우리교회 협동목사)가 최근 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 홈페이지에 ‘세속화와 세대 격차에 대한 최신 연구: 한국 교회는 다음 세대를 위한 전략이 있는가?’라는 주제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 목사는 “지난 8월 19일, 스위스 로잔 대학과 영국 옥스퍼드 대학, 그리고 미국 메릴랜드 대학의 연구자들이 여러 여론조사 기관에서 실시한 자료를 분석해 111개국의 종교성 변화를 연구했다”며 “그 결과, 서구 유럽에서 주로 관찰되던 세속화의 흐름이 종교와 상관없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주목할 만한 보고를 내놓았다. 연구진은 세속화가 다음의 세 단계로 진행된다고 설명한다”고 했다.
1. 종교적 모임 참여율이 감소한다.
2. 종교가 개인에게 지니는 중요성이 약해진다.
3. 종교를 통한 소속감이 줄어든다.
이어 “이 연구의 의미는 단순히 종교성의 약화나 세속화의 정도를 세 가지 요인으로 평가한 데 그치지 않는다. 세대 간 격차를 통해 세속화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며 “연구에 따르면,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보다 확연히 덜 종교적이며, 세속화의 속도 또한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고 했다.
특히 “한국은 세대 간 종교 격차가 가장 큰 나라로 나타났다. 서구 유럽, 그중에서도 북유럽 국가들이 약 250년에 걸쳐 서서히 겪은 세속화의 과정을 한국은 불과 수십 년 만에 ‘빛의 속도’로 추월하고 있는 셈”이라며 “세속화의 진행 순서도 흥미롭다. 일반적으로 ① 공적 모임의 참여 약화 → ② 개인적 신앙의 약화 → ③ 소속감의 약화 순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더불어 “연구자들은 이것을 ‘참여(Participation)-중요성(Importance)-소속감(Belonging)’ 순서로 시간 차를 두며 약해진다고 분석하여면서 이 가설을 영어의 약자를 써서 ‘P‑I‑B 모형’이라고 부른다”며 “이러한 패턴을 보이는 이유는 개인이 감당해야 할 비용의 크기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기적으로 교회에 나가는 일(P)은 자신이 교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I)이나 기독교인이라 생각하는 것(B)보다 훨씬 더 큰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연구는 서구 유럽, 특히 북유럽 국가들이 250년에 걸쳐 서서히 세속화의 길을 걸어왔으며, 그 과정 속에서 후기 세속화의 독특한 양상을 드러내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세속화가 깊어질수록 종교를 통한 정체성과 소속감의 형성 역시 세대가 바뀔수록 약화되며, 결국은 그 자리를 다른 무엇인가가 대신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고 했다.
이어 “그렇다면 현재의 젊은 세대가 가장 많이 참여하고(P),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I)은 무엇일까. 이를 살펴보면, 앞으로 이들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형성할 새로운 종교·문화적 요소가 무엇이 될지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예를 들면, 축구나 야구 같은 스포츠, 혹은 건강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가 그 예가 될 수 있다. 비록 전통 종교처럼 포괄적인 정체성을 부여하지는 못하더라도, 오늘날 사회에서는 축구나 야구 같은 활동이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으며, 종교의 자리를 대체하는 다원주의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목사는 “이 연구에서 한국 교회가 주목해야 할 점은 한국이 세대 간 종교 격차가 가장 큰 나라로 나타났다는 사실”이라며 “북유럽 국가들이 수 세기에 걸쳐 서서히 겪은 세속화를 한국은 수십 년 만에 따라잡고 있다. 그 결과, ‘참여-중요성-소속감’ 전 영역에서 한국은 다른 나라들보다 월등히 높은 세대 간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또한 “이 수치는 단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의 세대 단절이 종교 영역에서도 예외 없이 드러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다음 세대는 교회의 공예배를 비롯한 다양한 신앙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를 중요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그들에게 종교는 더 이상 정체성과 소속감을 형성하는 공간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현상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무엇보다 교회의 사역자들과 리더들은 이제 청년과 청소년 사역에 있어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며 “문제는 단순하지 않기에, 해법 또한 입체적이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전방위적인 고민과 복합적인 실천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교회는, 연구하고 질문하며 새 길을 모색하는 혁신적 실천 그룹을 양성하고, 이들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더 이상 하나의 정체성에 머물지 않는다. 그들은 다원적인 요소들 속에서 정체성을 구성해가고 있다”며 “이러한 시대에 소속감과 정체성이 흐릿해진다는 것은, 결국 부모의 기독교 신앙이 자녀 세대에게 이어지지 않게 되어 이들은 더 이상 기독교인이 아닐 것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이어 “오늘날 교회에 요구되는 가장 시급한 사명 중 하나는 기독교 변증”이라며 “단지 맞서 싸우기 위한 논리가 아니라, 진실을 보여주고, 어둠 속에서 길을 찾는 이들의 눈을 열어주는 일이다. 이제 목회자의 설교는 단순한 권면이나 위로에 머물러 있을 것이 아니라, 변증적 요소를 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실을 정확히 바라보는 일은 불편하고 고통스럽다”며 “그러나 진단이 있어야 치료도 가능하다. 현실을 외면하면 병은 깊어지고, 결국은 더 큰 상처를 남긴다. 그래서 아프고 쓰라리더라도 지금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동시에, 교회가 당장이라도 망할 것 같은 불안과 공포로 패배주의에 빠지는 것도 경계해야 할 것”이라며 “교회를 향한 진정한 사랑은 부정과 패배주의라는 극단 사이, 그 어딘가 조용한 자리에서 차분하고 냉철하게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