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4개월, 경기 회복세 여전히 더뎌

확장 재정·소비쿠폰 정책에도 내수 부진 지속… 관세 리스크와 수출 불확실성이 향후 경제 변수로 작용할 전망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이 지났다. 정부는 과감한 확장재정 정책과 첨단산업 육성 전략을 통해 경기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소비심리가 일부 회복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나, 경기 회복세는 여전히 더딘 상태다.

정부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내수 진작, 산업 지원 등 다양한 재정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와 지방 건설경기 회복은 여전히 미진하다. 특히 미국의 상호관세 및 품목별 관세 강화가 본격화될 경우, 수출 부문마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4분기 경제 전망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내수 부진, 소비 지표 하락세 뚜렷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8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2.4% 감소해 지난해 2월(-3.5%) 이후 최대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7월에는 소비쿠폰 지급 효과로 2.7% 증가했지만, 한 달 만에 반락했다. 같은 기간 전산업생산은 보합(0.0%)에 머물렀으며, 설비투자(-1.1%)와 건설기성(-6.1%) 역시 모두 감소했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하락세로 전환됐다. 9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10.1로, 8월(111.4)보다 1.3포인트 낮아지며 5개월 연속 상승세가 멈췄다. 고용시장은 전체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으나, 제조업과 건설업, 청년층의 고용은 여전히 위축됐다. 8월 기준 제조업 취업자는 6만 1천 명, 건설업 취업자는 13만 2천 명 감소하며 각각 14개월, 16개월 연속 줄었다.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45.1%로 1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기획재정부는 이러한 내수 부진을 일시적 현상으로 진단했다. 기재부는 “7~8월을 함께 보면 전산업생산(0.9%), 소매판매(1.9%), 설비투자(1.8%) 등 주요 지표가 전 분기 대비 여전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9월에는 수출, 소비심리, 카드 매출 등 선행지표 개선세가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쿠폰 효과 지속, 일시적 요인도 작용

정부는 8월 소매판매 하락의 배경으로 추석 연휴가 10월로 이동하면서 수요가 이연된 점을 꼽았다. 또한 7월 삼성전자의 ‘갤럭시Z 폴드·플립7’ 출시로 통신기기 판매가 급증했던 기저효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기재부에 따르면 7월 21일부터 8월 31일까지 6주간 쿠폰 사용이 가능한 업종의 매출은 평균 4.93% 증가했다. 약 5조 원 규모의 소비쿠폰 중 42.5%가 추가 소비로 이어졌으며, 이는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26.2~36.1%)보다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이러한 데이터를 근거로 소비쿠폰 정책의 지속적인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산업활동 지표 일부는 둔화되었지만, 8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2포인트 상승했고,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5포인트 올랐다. 코스피지수는 10월 2일 사상 처음 3,500선을 돌파하며 경기 개선 기대감을 높였다.

◈수출 회복세 속 불안요인 여전

전문가들은 4분기 이후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변수로 수출을 지목하고 있다. 제조업 투자와 고용이 부진한 가운데, 수출까지 둔화될 경우 내수 회복에까지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9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한 659억 5천만 달러로 9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조업일이 4일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일평균 수출액은 오히려 6.1% 감소했다. 특히 대미 수출은 1.4% 줄어든 102억 7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현재 한미 관세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미국의 25% 상호관세가 유지되고 있다. 한국은 일본과 유럽연합(EU)에 비해 불리한 수출 환경에 놓여 있으며, 자동차·철강에 이어 반도체와 의약품에도 관세가 확대될 경우 수출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 “관세 불확실성, 경기 회복 발목 잡을 수도”

이정환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쿠폰이 경기 하락을 완충하는 역할을 했지만, 경기 전반을 끌어올릴 수준은 아니다”라며 “관세 인상, 수출 불확실성, 세계 경기 둔화가 맞물려 경제 성장률이 하락할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쿠폰 효과가 단기적일 수 있으나 소비 둔화를 완화한 점은 긍정적이다”라며 “관세 협상 불확실성이 기업 투자 계획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내년 투자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기업들은 결정을 미루게 되고, 이는 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다만 미국 외 시장으로의 수출이 증가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흐름”이라며 “시장 다변화와 미국 의존도 축소가 향후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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