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가난한 자와 함께하는 선교

도서 「가난한 자와 함께하는 선교」

기독교 선교가 단순히 복음을 전하는 사역을 넘어, 가난의 극복과 사회 악의 구조적 제거에까지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책이 출간됐다. <가난한 자와 함께하는 선교>는 신학, 영성, 사회과학을 종합적으로 아우르며, 오늘날 선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지하게 모색한다. 저자 브라이언트 L. 마이어스 작가는 가난에 대한 기독교적 이해가 문화적 맥락 속에서 얼마나 다르게 체험되는지를 탐구하며, 교실과 현장 교육에서 두루 활용될 수 있도록 풍부한 참고문헌과 독창적인 도표들을 함께 제시했다.

이 책의 핵심은 “가난한 자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이다. 저자는 가난을 단순히 결핍이나 무능으로 환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난한 자들을 몸과 영, 정신과 마음이 통전적으로 결합된 온전한 인간으로 바라본다. 또한 그들은 가족과 공동체, 사회 체계 속에 뿌리를 두고 살아가는 소속된 존재임을 강조한다. 저자는 가난한 자들도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존재로서, 은사와 재능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닮아갈 잠재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단언한다.

책은 가난을 이해하기 위해 ‘가족’이라는 사회 단위를 주요 렌즈로 제시한다. 가족은 단순한 생계 단위가 아니라, 정치적·경제적·심리적 힘이 교차하는 작은 사회다. 프리드만의 분석에 따르면 가족의 기초 자원은 돈이 아니라 시간이며, 가난한 가족은 종종 시장 경제에 잡히지 않는 관계망을 통해 삶을 유지한다. 저자는 이를 “도의적 경제(moral economy)”라 부르며, 가족과 공동체의 상호부조가 시장을 넘어선 생존의 토대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통찰은 성경적 맥락에서도 이어진다. 노아와 그의 가족이 함께 구원받은 이야기, 여호수아가 가족의 이름으로 맹세한 장면, 루디아와 간수장이 가족과 함께 세례를 받은 사건 등은 성경이 인간을 가족 단위 속에서 이해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또한 저자는 가난한 자를 이해할 때 반드시 “가난하지 않은 자와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흔히 가난은 가난한 공동체 안에서만 발견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 안에도 상대적으로 부유하거나 권력을 가진 소수가 존재한다. 가난과 부유는 고립된 상태가 아니라, 서로 긴밀히 연결된 관계 속에서만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가난한 자들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바로잡는다. 흔히 가난은 게으름, 숙명론, 무지와 같은 단어로 설명되지만, 이는 실제 현실과 다르다고 저자는 단호히 말한다. 챔버스와 무체나의 연구를 인용하며, 가난한 이들이야말로 생존을 위해 더 열심히, 더 지혜롭게 살아야 하는 존재임을 강조한다. 그들이 가진 생태학적 지식, 전통 의학, 생존 기술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이다. 나태하거나 어리석어 보이는 태도조차 때로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생존 전략일 수 있다는 해석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가난한 자와 함께하는 선교>는 가난을 피상적 현상이나 통계로 다루지 않고, 인간 존재와 공동체, 그리고 신앙의 차원에서 재조명한다. 저자는 “교회가 진정 가난한 자와 함께할 때, 선교는 복음의 본질을 드러내는 도구가 된다”고 강조하며, 독자들에게도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이 책은 목회자와 선교사뿐 아니라, 신학생, 상담 사역자, 그리고 사회적 약자의 현실을 신앙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독자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가난한 자와 더불어 살아가려는 이들에게, 단순한 동정이나 시혜를 넘어 하나님 나라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도록 초대하는 따뜻하고도 도전적인 안내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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