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기독교 변증가이자 작가인 로빈 슈마허의 기고글인 ‘성경에서 가장 큰 모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순이 아닌 것’(The biggest contradiction in the Bible that’s not a contradiction)을 15일(현지시각) 게재했다.
기독교 변증가로 활동하고 있는 슈마허는 작가로도 활동하면서 많은 책을 냈고 미국 내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한때 필자는 성경 속 모순처럼 보이는 부분들에 큰 충격을 받곤 했다. 성경의 무오성(inerrancy)에 대한 믿음이 도전을 받을 때마다 성경이 과연 100% 진리일 수 있는지 확신이 흔들리곤 했다. 그래서 Norman Geisler의 『When Critics Ask』, Walt Kaiser의 『Hard Sayings of the Bible』, Gleason Archer의 『The Encyclopedia of Bible Difficulties』와 같은 자료들을 통해 성경의 난제들을 조화롭게 설명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필자에게 더 큰 도움이 된 것은 성경 어디에도 결정적이고 근본적인 모순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진리였다. 예를 들어, 한 복음서는 예수께서 부활하셨다고 기록하는데 다른 복음서는 부활하지 않았다고 기록하는 식의 흑백의 대립은 전혀 없다. 다만, 베드로가 예수님을 세 번 부인할 때 마태복음은 “닭이 울기 전에”라고 기록하고, 마가복음은 “닭이 두 번 울기 전에”라고 기록하는 정도의 작은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런 차이는 결코 구원의 교리나 기독교의 진리 자체를 위협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경이 전하는 분명하고도 생명을 바꾸는 메시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러나 성경 안에서 가장 크게 보이는 ‘모순’처럼 보이는 주제가 하나 있다. 바로 하나님의 구원의 약속이 조건적인가, 아니면 무조건적인가 하는 문제다. 하나님은 우리가 어떤 ‘선한 행위’를 하느냐에 따라 구원을 주시는가? 아니면 어떤 상황에서도 무조건적인 은혜를 베푸시는가? 성경 곳곳에서 두 가지가 동시에 등장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가장 큰 긴장으로 여겨진다.
조건과 무조건, 둘 다 참
성경은 하나님께서 은혜로 우리를 구원하신다고 선포하면서도, 동시에 불순종에 따른 무서운 결과를 경고한다. 대표적으로 에스겔 18장은 이렇게 말한다.
“범죄하는 그 영혼은 죽으리라… 그러나 악인이 그 범죄에서 돌이켜 내 모든 율례를 지키고 정의와 공의를 행하면 반드시 살고 죽지 아니할 것이라”(겔 18:4, 20–22).
이 구절은 마치 구원이 우리의 행위, 즉 순종 여부에 달려 있는 듯한 메시지를 전한다. 실제로 성경은 하나님의 축복이 의로운 조건을 충족할 때 주어진다고 분명히 말한다. 존 맥아더는 이렇게 설명한다.
“거룩은 용서를 모른다. 하나님의 율법은 죄를 변명하거나 용납하지 않는다.”
이것이 ‘조건적’ 측면이다. 그러나 동시에 성경 전체를 지배하는 더 큰 흐름은 ‘무조건적’ 은혜다.
창세기 15장에서 하나님은 아브라함과 언약을 맺으실 때, 양쪽이 함께 제물을 지나가야 하는 고대 언약 관습과 달리, 하나님만 홀로 제물 사이를 지나셨다. 이는 언약의 조건을 하나님 스스로 책임지시겠다는 선언이었다. 또한 출애굽기의 유월절 사건에서도, 집 안에 있는 사람이 선하든 악하든 상관없이 문설주에 어린양의 피가 발라져 있으면 멸망이 지나갔다. 조건은 오직 ‘피’였다.
오늘날 우리 역시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 아래 서 있을 때, 아브라함처럼 실패한 자일지라도 하나님의 무조건적 은혜 안에 서게 된다. 팀 켈러는 이 긴장을 이렇게 설명한다.
“십자가에서 예수께서 율법의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셨기에, 하나님은 당신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할 수 있다.”
역설적 순종
이 진리를 이해할 때 우리는 ‘역설적 순종(paradoxical obedience)’에 이르게 된다. 즉, 정죄의 두려움 때문에 순종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의 희생과 하나님의 무조건적 은혜에 대한 깊은 감사 때문에 순종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구원은 흔들리지 않는다. 맥아더는 말한다.
“복음의 객관적 진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결코 주관적인 구원의 확신을 가질 수 없다.”
바울도 이 확신을 고백한다. “내가 확신하노니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어떤 피조물이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끊을 수 없으리라”(롬 8:38–39).
바울은 자신의 구원에 대해 희망적이거나 막연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확신했다.
결론
그래서 질문은 다시 돌아온다. 하나님의 구원의 약속은 조건적인가, 무조건적인가? 답은 “그렇다(Yes)”이다. 그러나 그것은 모순이 아니다. 오히려 복음의 핵심이다.
예수께서 율법의 조건을 다 이루셨기에, 하나님은 우리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시고 구원하신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은혜에 대한 감사로 순종한다. 조건과 무조건, 두 측면은 십자가 안에서 하나로 화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