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임석순 목사, 이하 한복협)가 12일 오전 서울 광진구 소재 서울시민교회(담임 권오헌 목사)에서 ‘복음주의 연합운동의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9월 월례회를 개최했다.
◇ “복음주의 연합기관의 통합 여전히 요청돼”
먼저, ‘복음주의 연합운동의 현황’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이은선 교수(안양대)는 “1989년 이전 한국교회 연합기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하나였다”며 “그러나 1989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분립되면서 2012년까지 복음주의 진영의 대표적인 연합기구로 자리매김했다”고 했다.
이어 “당시 한기총은 반공 이념을 바탕으로 북한교회와 교류하며 북한 쌀 돕기 운동을 주도했다”며 “노무현 대통령 시기에는 자유민주주의라는 대한민국 정체성 확립 과정에서 정부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기총에서) 한국교회연합(한기연)이 분립했다. 이후 한기총과 한기연의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출범했으나, 현재까지 세 연합기관이 모두 존속하고 있다”며 “한교총에 가장 많은 교단이 가입해 있지만, 복음주의 연합기관의 통합이 여전히 요청된다”고 했다.
그는 “현재 복음주의 진영 교회들이 주력하는 아젠다는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운동”이라며 “2007년부터 논의된 차별금지법은 복음주의 교회의 지속적인 반대 속에 아직까지 제정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관련 기독교 시민단체들이 잇따라 설립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특히 “현 정부가 여성가족부의 명칭을 성평등가족부로 변경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국교회는 이를 동성애 합법화로 이어질 수 있는 신호로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며 “성평등가족부로의 개명부터 막아야 한다”고 했다.
◇ 성경적 충실함, 한국교회 연합의 출발점
이어서 ‘한국교회와 복음주의 연합운동’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이승구 교수(합신신대원)는 “오늘날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는 한국교회가 진정한 연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각 교단들이 성경과 공교회의 신조들에 충실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성경에 충실하지 않은 교회들이 연합한다면 그것은 비성경적 방향으로 나아가기에 의미가 없다.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조나 칼시돈 정의 등 역사적 신조들이 말하는 정통적 삼위일체 이해와 그리스도의 양성 교리에 대한 철저한 동의가 참된 연합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그는 “이신칭의 교리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교회의 본질적 정체성을 형성한다”며 “칼빈과 웨슬리의 신학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이신칭의와 성화를 동시에 강조하는 것이 복음적 교회의 핵심이며, 이를 통해 교회가 방종이 아닌 거룩함을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각 교단들이 자신들의 신조에 충실해야 한다”며 “장로교회의 경우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가 신조적 근거가 되어야 하며, 단순히 형식적으로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신학과 교회 생활 속에서 실질적으로 계승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직 성경만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1장의 원리에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교단 간 차이를 분명히 인정하고 특정 사안에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같은 신조와 정치 체제를 공유하는 교단들은 연합을 모색하고,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교단들은 차이를 명확히 하면서도 각기 성경에 충실할 때 ‘성경적 에큐메니즘’을 실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성경을 정확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고, 이신칭의를 고백하며, 사도신경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교회들은 교단이 다르더라도 서로를 형제로 인정할 수 있다”며 “이는 WCC적 에큐메니즘과 달리, 성경적 토대 위에서의 연합을 추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침례교회, 성결교회, 나사렛교회, 장로교회 등이 교리와 정치 체제의 차이를 유지하면서도 성경적 교회로서 서로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 침례교회와 감리교회가 목사가 아닌 장로직을 제도 안에 포함시킨 사례를 언급하며 “이러한 제도가 성경적 직분의 회복이라는 점에서 세계 교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모든 교단들이 성경적 교리와 교회 정치 체제를 점차 바로 세워 나갈 때, 지상에서도 가시적 하나됨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며 “진정한 연합은 오직 말씀 안에 있고, 말씀과 사랑 안에서의 하나됨만이 성령께서 주신 연합을 지키는 길”이라고 했다.
아울러 “한국교회가 연합을 위해 나아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적 욕심과 편견을 버리고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십자가 사건 안에서 진정한 하나됨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행사는 질의응답, 회장 인사, 이용호 목사(지도위원, 서울영천교회 원로)의 축도, 이옥기 목사(총무, 전 UBF 대표)의 광고 순서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