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신학>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던 김진혁 교수(휏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가 새로운 산문집 <신학의 슬픔과 기쁨>을 펴냈다. 이번 책은 지난 4년 반 동안 저자가 일상과 강단을 오가며 경험한 삶의 순간들을 신학자의 눈으로 성찰한 기록이다. 단순한 신학적 담론이 아니라, 배움과 신앙, 현실과 공동체의 풍경을 담아낸 이 산문집은 신학을 전공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넉넉한 공감을 안겨 준다.
저자는 신앙의 관점에서 삶을 바라볼 때 공유하게 되는 감정, 즉 경이와 즐거움, 비애와 고통을 신학적 언어로 풀어낸다. 신학을 삶 속에서 발견하는 배움의 여정으로 삼으면서, 타인의 삶에 공감하고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는 방법을 탐구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학문의 무게를 짊어진 신학자의 내밀한 고백이자,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 모두에게 전하는 위로와 도전의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책은 총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신학이라는 직업이자 소명을 감당하며 느낀 내면의 풍경을, 2부부터 5부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을 비롯한 사회적 참사와 전쟁, 기후 위기 등 시대적 현실 속에서 신앙과 공동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계절의 리듬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일상의 의미와, 교회와 사회가 함께 감당해야 할 과제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본문 곳곳에서 저자는 신학적 사유를 삶의 현장에 밀착시킨다. 예를 들어, 엔도 슈샤쿠의 문학에서 ‘발자국’ 은유를 통해 죄를 “타인의 삶에 남겨진 흔적을 망각하는 것”으로 재정의하거나, 경쟁사회에서 낙오자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희망의 본질을 “추상적 목표가 아닌 일상 속에서 서로에게 기쁨과 안정이 되어 주는 것”이라 정의하며, 신학이 추구해야 할 인간적·사회적 책임을 일깨운다.
,신학의 슬픔과 기쁨>은 전문 신학서라기보다 신학자가 삶을 통찰하며 남긴 따뜻한 기록에 가깝다. 동시에 교회와 신학의 자리를 고민하는 독자들에게는 신학의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도 현실을 어떻게 응시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안내서이기도 하다.
코로나와 전쟁, 기후 위기의 어두운 시대를 지나며 우리가 여전히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믿을 수 있었던 것은, 그리스도교 신앙이 품어온 희망 때문이었다는 저자의 고백은 많은 독자에게 공명할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책이 되어 줄 수 있다는 믿음 속에서, 김진혁 교수의 산문집은 독자들을 다시 한 번 신앙과 삶의 본질로 이끌어 줄 것이다.
추천 독자
이 책은 ▲신학을 교양의 언어로 접하고 싶은 일반 독자 ▲교회와 신학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는 성도와 목회자 ▲신앙적 관점으로 사회와 공동체를 성찰하고자 하는 청년과 연구자에게 추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