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북한인권이 주관하고 박충권 국회의원,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이하 한변) 외 6개 단체가 공동 주최한 '북한인권법 시행 9주년 정상화 촉구 결의: 북한 정치범수용소 수감 실종자 형사 고발/사진전'이 4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 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행사는 오봉석 상임이사(사단법인 북한인권)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개회사, 축사, 발제, 토론 순으로 진행되었다.
박충권 의원(국민의힘)이 개회사를 전했다. 박 의원은 “2016년 여야 합의로 제정된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들의 참혹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약속이었지만, 오늘까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인권재단은 야당의 비협조로 출범조차 못했고, 인권 보고서도 비공개로 전환됐으며, 대북 확성기와 라디오 방송은 중단됐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여전히 남한 드라마를 시청했다는 이유로 청소년들이 집단 처형당하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터로 내몰리고 있다. 정치범 수용소에는 12만 명이 수감돼 고문과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러한 인권 유린은 단순한 인도적 문제가 아니라 북핵과 직결된 안보 사안이다. 더 이상 인권이 정쟁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며, 북한 주민의 생명과 자유를 지켜내기 위한 실질적 대북 정책과 핵 정책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했다.
이어 주호영 국회부의장, 김석우 전 통일원 차관, 태영호 전 의원이 각각 축사를 전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세상에 많은 부조리가 있지만 북한처럼 세습 독재 아래 끔찍한 인권 탄압이 지속되는 현실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인권을 내세우는 정당이 정작 제정된 북한인권법조차 지키지 않고 이사 추천을 거부한 채 사실상 법을 무력화하는 상황은 국민들에게도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오랫동안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헌신해 온 이들의 노고는 반드시 역사와 국민이 기억해야 하며, 언젠가 인연이 맞는 순간에는 이 문제가 반드시 해결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국제사회가 이미 인권법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우리 사회가 이를 뭉개고 있는 현실은 각성이 필요한 부분이며, 지금도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과 탈북민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더 많은 이들이 목소리를 높여 함께 연대해야 할 때”라고 했다.
김석우 전 차관은 “세계 인권선언이 밝힌 대로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롭고 존엄과 권리에 있어 평등해야 하지만, 여전히 북한은 가장 심각한 인권 탄압 국가로 남아 있다. 이동의 자유, 표현의 자유, 심지어 먹을 것이 없어 외칠 자유조차 박탈당한 채 수많은 주민이 굶어 죽었고, 오늘도 강제수용소에서는 탈북민들이 감금돼 강제노동에 시달리며 정권의 외화벌이에 이용되고 있다. 한국은 이미 민주화와 경제 발전을 이루어 자유와 인권을 누리는 사회가 되었지만, 정작 북한 인권재단은 9년째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인권을 말하면서 북한 주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모순이며 자기 부정이다. 이제는 형제애의 정신으로 북한 동포들의 자유와 인권을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하며, 오랜 세월 북한 인권법 시행을 위해 헌신해 온 이들의 노력이야말로 동아시아 인권 신장의 불씨가 될 것”고 했다.
태영호 전 의원은 “일본에서는 여야 정치인과 정부 인사들이 함께 북한 인권과 자유,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으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실질적인 진전이 부족하다. 북한은 헌법 개정과 ‘적대적 두 개 국가론’을 내세우며 남북을 영구히 분리하려 하고, 정부는 ‘내정 불간섭 원칙’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이를 묵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남북이 두 개 국가로 굳어지는 것을 막고 북한 주민들의 참혹한 인권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략과 전술을 재정비해야 하며, 정치범 수용소 철폐와 같은 구체적 과제를 통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어 김태훈 변호사(한변 대표, 사단법인 북한인권 이사장)가 '북한인권법 시행 9주년 정상화 촉구 결의, 북한 정치범수용소 수감자 형사 고소/사진전'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김 변호사는 “북한인권법은 2016년 제정됐지만 핵심 조항들이 여전히 이행되지 않고 있다. 북한인권재단 설립은 법에 명시된 사항임에도 정치적 이유로 출범하지 못했고, 인권대사 임명과 남북 인권대화도 중단된 상태다. 인권 보고서 역시 공개가 지연되거나 축소되며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지체가 아니라 법치와 민주주의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문제다”고 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은 이미 자유와 인권 가치를 확산시키기 위해 재단과 방송을 통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한국은 국제사회와 달리 스스로 주도하지 못하고 외부 지원에만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북한 인권 개선은 인류 보편의 가치에 속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공방에 가로막혀 진전이 없는 현실은 국제사회와 국민 모두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법원의 판결조차 무시되며 재단 이사 추천이 지연되는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고 했다.
이어 “북한 주민들의 참혹한 현실은 반인도 범죄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무관심과 정치적 계산 속에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북한인권법은 제정된 지 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실행되지 않는 법’으로 남아 있다. 국민들이 이 현실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정치권이 책임을 다할 때에만 비로소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법의 취지가 살아날 수 있다. 9월 4일은 단순한 날짜가 아니라, 우리가 왜 이 법을 만들었고 왜 실행하지 못했는지를 되돌아보아야 할 날이다”고 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일주 이사장((사)환태평문화연구원, 통일부 북한인귄증진위원회 위원)이 발언했다.
김 이사장은 “대한민국의 역사는 자유를 향한 여정이었지만,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자유를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재래식 군사력은 이미 남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뒤처졌지만, 북한은 핵무기를 비대칭 전략 무기로 내세워 국제 사회에 큰소리를 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더 강력한 비대칭 무기가 있다. 그것은 바로 ‘북한 인권’이다.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세상에 알리고 국제 사회와 연대하는 것은 핵무기보다도 더 위력적인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은 대북 방송을 중단시키고 인권 활동을 위축시키며 북한의 눈치를 보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거 어떤 정부에서도 끊지 않았던 방송마저 차단한 것은 북한 인권의 파급력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북한 인권을 말하는 순간 북한 체제가 흔들릴 수 있기에 이를 차단하려는 시도가 계속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 인권은 결코 주변부 과제가 아니라, 남북 관계와 국제 질서 속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핵심 가치이자 전략적 무기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필요한 것은 국내 인권 단체들의 노력만이 아니라 국제기구, 인권 전문가들과의 협력, 그리고 탈북민들의 조직화된 연대다. 3만 5천 명이 넘는 탈북민들은 북한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재들인 만큼, 이들이 하나로 뭉쳐 국제 여론을 움직이고 국내 여론을 일깨울 때 더 큰 힘이 될 수 있다. 정치적 프레임에 휘둘리지 않고 북한 인권을 중심 의제로 세워 나가는 것이야말로 북한 주민들의 자유와 생명을 지키는 길이며, 동시에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보편적 가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