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브라이언 해리스 박사의 기고글인 ‘유진 피터슨은 우리가 우리의 부르심을 이루어 갈 때 한가하고 순종적이며, 종말론적인 태도를 가질 것을 제안했다’(Eugene Peterson suggested that we be unbusy, subversive, and apocalyptic as we fulfil our calling)를 25일(현지시각) 게재했다.
해리스 박사는 컨설팅 회사인 Avenir Leadership Institute를 이끌고 있으며 이 단체는 전 세계에 필요한 리더 양성을 하고 있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신학을 가르치는 즐거움 중 하나는 학생들의 다양한 프로젝트에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프로젝트는 필자가 잊고 있던 것들을 다시 상기시켜 주고, 어떤 것들은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소개해 준다. 최근에는 유진 피터슨(Eugene Peterson)의 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일깨워 준 프로젝트를 지도했다. 피터슨의 저서 중 하나인 The Contemplative Pastor는 목회자는 한가하고(unbusy), 전복적(subversive)이며, 종말론적(apocalyptic)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필자는 이 개념을 목회자에만 국한하지 않고, 예수님의 모든 제자들에게 해당되는 태도로 확장해 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왜 이 세 가지가 여전히 중요한가
심리학자 칼 융(Carl Jung)은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서두름(hurry)은 악마의 것이 아니다. 서두름 자체가 악마다.”
서두름은 우리를 둔감하게 만든다. 긴급한 것과 중요한 것을 혼동하게 하고, 더 깊이 있는 질문을 던져야 할 때 그것을 회피하게 한다.
또 서두름은 우리를 중요한 사람처럼 느끼게 한다. 바쁘다는 것은 누군가 우리를 필요로 하고 우리가 중요한 존재라는 신호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바쁨 때문에 우리는 정작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순간들을 스쳐 지나간다.
피터슨은 바쁜 목회자는 자신의 소명을 배반한 사람이라고 했다. 목회자는 하나님 앞에, 그리고 사람들 앞에 서서 기도하고 목양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다른 일로 시간을 채워 이 두 가지 소명을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면, 진짜 목회의 자리에서 AWOL(무단 이탈)한 셈이다.
바쁨의 진짜 의미
어떤 이들은 피터슨의 견해에 반박할지도 모른다. 현대 사회는 생산성과 효율을 중요시한다. 심지어 생체 리듬(circadian rhythm)을 최적화해 업무 효율을 높이라는 조언까지 넘쳐난다. 그러나 피터슨이 남긴 성과를 보면, 느리게만 살아온 사람 같지는 않다. 그는 30권이 넘는 책을 집필했고, 그중에는 성경을 현대어로 풀어낸 영향력 있는 <메시지(The Message)>도 있다.
어쩌면 바쁘다는 것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일지 모른다. 멈춰 서서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정신없이 바쁘지 않다는 것, 그것이 진정한 한가함일 수 있다.
삶의 모든 순간, 특히 예상치 못한 ‘방해(interruptions)’ 속에도 하나님의 섭리가 있다고 믿는다면, 오히려 깊이 있는 성찰과 풍성한 통찰이 가능하다. 얕고 분주한 말들은 결국 사소함(trivia)에 불과하다.
참된 ‘전복’이란 무엇인가
오늘날 그리스도인은 세상에 맞서 전복적이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이 말은 피터슨이 말한 ‘전복*과는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우리는 종종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공격하는 것을 전복이라고 착각한다. 상대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자신이 만든 허수아비 논리를 무너뜨리며 분노와 자기 의로움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전복은 다르다. 야고보서 3장 17절은 이렇게 말한다: “오직 위로부터 난 지혜는 첫째 성결하고, 다음에 화평하고, 관용하고, 양순하며, 긍휼과 선한 열매가 가득하고, 편벽됨이 없고, 거짓이 없나니.”
거룩한 전복이란, 성결함과 화평, 온유함, 긍휼로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세상에 눈에 띄는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 해도, 그것은 언제나 옳은 일이다.
종말론적 시선을 가진 삶
피터슨이 강조한 세 번째 단어는 종말론적(apocalyptic)이다. 이는 하나님의 주권과 궁극적인 승리를 기억하는 삶을 뜻한다. 악이 멸망하는 날은 우리의 힘이나 의지가 아니라, 선하시고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그분의 뜻대로 이루실 것이다.
종말론적 삶은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다”라는 주기도문의 고백을 날마다 마음에 새기게 한다. 세상의 질서가 뒤집히는 하나님의 역전의 원리인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된다”를 기억하며, 지금 이 자리에서 세상의 마지막 자리에 있는 이들을 주목하게 만든다.
결론
결국 피터슨의 세 단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한가함(Unbusy): 멈춰 서서 하나님의 섭리를 깊이 바라보는 삶 ▲거룩한 전복(Subversive): 화평과 긍휼로 세상을 바꾸는 지혜 ▲종말론적 시선(Apocalyptic): 하나님의 주권과 미래의 승리를 바라보는 믿음
이번 주, 조급함에서 벗어나고, 사랑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며, 하나님의 영원한 주권을 기억하는 한 주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