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사랑이 결혼을 지탱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부터 여러분의 사랑을 지탱하는 것은 결혼이다.”
나치에 저항했던 독일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는 결혼에 대해 위와 같이 말했다. 이처럼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류 최초의 제도인 결혼을 행복하게 영위하려면, 부부에게 사랑의 감정뿐만 아니라 배움이 필요하다. 33년간 가정 상담 사역자로 활동해 온 김향숙 하이패밀리 공동대표는 “하나님의 결혼 설계도를 배워야 한다”며 가정 전문 사역자들에게 코칭을 받을 것을 조언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이 허락하신 남녀 차이는 서로를 정죄하라는 게 아닌 약점을 돕고 보완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다음은 김향숙 공동대표와의 일문일답.
-크리스천이 결혼이나 연애를 힘들어하는 이유는?
“성경적인 결혼관 형성이 안 됐기 때문이다. 또한 결혼의 롤 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성경적 결혼관이란?
“결혼은 선택이 아니라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이다. 청년 크리스천들이 세상의 풍조처럼 ‘결혼은 나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건 옳지 않다. 결혼은 하나님의 작품이다. 그러나 청년 크리스천들에게 결혼을 인도한다는 신뢰가 부족하다면 결혼이 어려울 수 있다. 창세기 2장 22절에서 ‘하나님이… 그를 아담에게로 이끌어 오시니’라고 나온 것처럼, 하나님은 당신의 결혼을 향한 계획을 갖고 계시다. 지금 당장 짝이 없다고 해서 하나님이 포기하신 게 아니다. 하나님의 결혼 계획과 간섭 그리고 섭리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특히 교회에선 멀리 가는 선교 프로그램은 잘 발달 돼 있다. 하지만 청년 크리스천들의 중요한 발달과제인 결혼과 출산 관련 프로그램을 갖추지 못한 경향이 있다. 결혼하지 못한 남녀들을 짝지어 주는 등 관련 프로그램을 잘 준비해야 한다. 이것도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는 선교이자 청년들에 대한 돌봄이라고 본다.”
-청년 크리스천 남녀에게 결혼하기 전 가장 따져봐야 하는 점은 무엇인지 조언한다면?
“세상적인 조건을 따지려 하기보단, 내가 알 맞는 짝이 되면 알 맞는 짝이 알아서 찾아온다. 결혼은 완벽한 짝을 찾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내가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는 존재가 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다. 창세기 24장은 이삭이 리브가를 구하는 과정이 자세히 서술돼 있다. 특히 본문 4절에서 아브라함은 ‘내 고향 내 족속에게로 가서 내 아들 이삭을 위하여 아내를 택하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미혼 청년 크리스천들이 결혼하기 전 따져야 하는 점을 알 수 있다.
첫째, 신앙이 다르면 안 된다. 결혼은 전도를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 불신자와의 결혼을 통해서 그를 전도하는 게 아니다. 이것은 교회의 목적이다. 결혼의 목적은 같은 신앙 고백을 하는 부부가 함께 하나님 나라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성경은 불신자와 결단코 짝을 맺지 말라고 경고한다. 둘째, ‘네 족속으로 가라’는 말은 남녀 커플이 서로 공통점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결혼생활이 행복해질 수 있다. 멀리서 짝을 찾으려 하지 말고 가까이서 오랜 시간 함께 했던 사람들 가운데 인연을 찾아라. 내가 출석하는 교회에서 짝을 찾는 게 좋다. 셋째, 리브가가 이삭을 만나러 가기 전 부모와 상담했고, 축복을 받았다. 부모가 목숨 걸고 결혼을 반대하면 이기려 하지 말라. 오히려 하나님이 허락하신 섭리로 여기며 결혼 여부를 두고 고민하라. 부모의 축복이 뒤따라야 행복한 결혼의 길이 열릴 수 있다.”
-최근 이혼이 화두다. 특히 부부 갈등을 보여주는 미디어들이 인기다. 성경을 볼 때 하나님은 기독교인에게 이혼을 허락하시는가?
“‘음행한 연고 이외에 아내를 버리지 말라’(마 19:9)는 말로 이혼은 허락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의 공통 분모는 가정이다. 가정을 깨뜨리는 것을 하나님은 미워하신다. 반대로 가정을 지키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다.”
-기독교인 남녀들이 뽑는 이혼 사유 1순위는?
“공통 분모는 성격 차이다. 원가족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지하는 결혼생활도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한 통계에 따르면, 기독교인들의 성생활 빈도가 1년에 1-2번이라는 결과도 있다. 실상 이혼 사유가 성격 차이인 것 같아 보이나, 깊이 들여다 보면 성생활의 불만족도 있다. 하나님이 성을 선물로 주셨는데 여러 이유로 성관계를 나누지 않으면 부부의 친밀감은 제로가 된다. 이것이 쌓여 결국 성격 차이로 표면화되면서 이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서로에게 느끼는 이혼 사유를 극복하기 위한 실제적 조언이 있다면?
“나와 너의 다름이 틀림이 아니라는 것이다. 왜 배우자를 고치려고 하는가. 이혼하는 부부들의 특징은 상대방을 고치려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교만이다. 하나님의 자리에 올라서 상대방을 하나님의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기 소유화해서 고치려 하는 것이 문제다. 각자 사람에겐 강점이 있고 약점도 있다. 성경적 원리는 서로의 약점을 도우라는 것이다. 그런데 부부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고 도우려 하기보단 그것을 꼬투리 잡아 정죄한다. 가령 정리 정돈을 잘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상대방을 지적하기보다 정리 정돈을 잘하는 본인이 그것을 도우면 된다. 상대방의 약점이 상대를 망가뜨리는 도구로 잘못 쓰이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하나님의 결혼 설계도를 배워야 한다. 하나님의 뜻을 알아야 결혼생활을 잘 할 수 있다. 하나님의 결혼 설계도를 가정 사역자들에게 배우고 공부해야 한다.”
-이혼을 생각하는 기독교인 부부에게 말해주고 싶은 최종 솔루션이 있다면?
“이혼하기 전에 후회 없는 이혼을 하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나서 결정해야 한다. 이렇게 안 하니까 나중에 후회한다. 대개 마음의 치유 없이 혼란스런 감정 가운데 이혼 결정을 내린다. 이혼을 하고 싶은 마음 상태는 곧 이혼을 해선 안 되는 타이밍이다. 즉 이혼 여부를 판단할 현명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먼저 각자의 상처를 치유하라. 전문가들을 찾아가야 한다. 단 이혼 전문 변호사를 찾아가면 안 된다. 크리스천 전문 가정사역 전문가들을 찾아가 상담을 받으라. 마지막이라고 생각할 때가 하나님이 개입할 때다. 그렇게 납작 엎드릴 때 하나님이 역사하신다. 골방에서 하나님을 찾고 전문 사역자를 찾아가 상담을 받아라. 그런 뒤 정신이 말짱한 상태에서 이혼의 손익계산서를 작성하라. 이혼한다면 자녀에게 끼칠 영향이나 경제적·영적·사회적 손실의 결과를 미리 계산하라. 충분히 생각하고 현명하게 이혼을 결정하라. 그러나 하나님은 분명 이혼을 막으시기에 하나님이 개입하시도록 하나님께 나아가는 과정은 필수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화목한 가정을 꾸리기 위한 실질적인 덕목은 무엇인가?
“우리는 미완성의 존재다. 남편이나 아내는 미완성이다. 결혼은 미완성의 존재가 만나 완성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이다. 서로에게 붙은 ‘공사 중’이라는 팻말을 보면서 긍휼히 여기면서 기다리자. ‘나는 완전해, 그러나 너는 틀렸어’가 아니다. 서로가 불완전하니까 서로를 긍휼히 여기라. 또 서로가 서로를 마주 보지 말고 하나님이라는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라. 그렇게 바라보면서 걷다 보면 언젠가 부부는 서로가 가까워진다. 이를 위해 하나님의 은혜가 있어야 한다. 서로의 약점을 불쌍히 여기고 용납하는 은혜다. 서로가 동시에 그렇게 하면 좋다. 그렇게 할 때 하나님이 반드시 도와주신다.”
-김향숙 원장님께서 남편과의 심각한 갈등을 이겨내고 화목한 부부생활을 이뤄낸 일화나 간증 부탁드린다.
“우리는 성격이 너무 다르다. MBTI를 따지자면 남편 송길원 목사님(하이패밀리 대표)은 ESTJ, 저는 INFP다. 남편은 체계적, 언어적, 논리적이고, 나는 직관적, 정서적이다. 그렇다 보니 결혼 초기 다름으로 서로를 고치려 하다 보면서 많이 싸웠다. 특히 정리 정돈의 문제로 정말 많이 싸웠다. 남편은 정리 정돈이 완벽해야 한다. 컵도 쓰고 제자리에다 놓아야 한다. 그렇게 안 되면 제게 잔소리한다.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남편의 기준을 쫓아가기 어려웠다. 그래서 저는 ‘노력하지 말고 잔소리 듣고 말자’는 태도로 나갔고, 이런 모습에 남편의 분노는 점점 쌓여 갔고 욱하며 폭발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에게 해결 방안이 생겼다. 각자가 잘하는 분야로 서로를 섬기자는 것이다. 정리 정돈의 은사가 있는 사람이 그것을 못하는 상대방을 섬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