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를 안다고 말하면서도 그분의 생애를 하나의 이야기로 온전히 이해한 적이 있을까? 신간 <복음서를 읽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다>는 이런 질문 앞에 깊이 있는 해답을 제시한다. 사복음서가 전하는 예수님의 삶을 시간 순서에 따라 재구성하고, 각 장면을 묵상과 통찰로 엮은 이 책은 예수님의 생애를 온전히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더없이 친절한 안내서다.
이 책은 단순한 복음서 요약서가 아니다. 마태·마가·누가·요한복음 각각이 지닌 고유한 시각과 신학적 의도를 존중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사건들을 하나의 연대기 흐름으로 직조해낸다. 예수님의 탄생에서부터 공생애, 십자가, 부활, 승천에 이르기까지 124개의 장면이 순차적으로 펼쳐지며, 마치 드라마처럼 독자를 복음의 이야기 한가운데로 이끈다. 각 장면마다 예리한 통찰과 현대적 적용을 담아, 이 책은 목회자, 성경 교사, 평신도 모두에게 탁월한 묵상 자료가 된다.
저자는 복음서를 단편적인 교훈의 모음이 아니라, ‘살아 있는 예수님의 서사’로 풀어낸다. 예를 들어, 예수님의 유월절 표적을 언급하면서 예루살렘을 찾은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이 그분을 알아보기 시작하는 결정적 전환점을 설명하고, 38년 된 병자가 고침받고도 은혜를 외면하는 장면에선 인간의 본성과 은혜에 대한 태도를 날카롭게 진단한다. 복음서 속 익숙한 인물들조차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은 복음서 간의 명칭 차이와 인물 식별 문제도 정확히 짚어낸다. ‘다대오’와 ‘야고보의 아들 유다’, ‘나다나엘’과 ‘바돌로매’, ‘레위’와 ‘마태’ 등 복음서 간 혼재된 이름들을 정리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이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성경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는 역할까지 한다.
저자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전할 때 삶의 자리로 깊숙이 끌어당긴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라는 산상수훈의 말씀을 통해 성도의 윤리적 책임과 관계 속 섬김의 본질을 강조하고, 들음의 중요성을 짚으며 믿음의 출발점이 바로 말씀 앞에 겸손히 귀 기울이는 태도에 있음을 역설한다.
특히 감동적인 점은 ‘부활’이라는 결정적 사건에 대한 네 복음서의 기록을 조심스럽고 정직하게 풀어낸 대목이다. 여인들이 먼저 무덤을 방문하고, 제자들이 뒤따라 확인하며 믿음에 이르는 여정을 각 복음서의 흐름 속에서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 무덤 앞에서의 침묵과 부활의 확인이 교차하는 이 장면은 신자들이 ‘참된 믿음’이 무엇인지 숙고하도록 이끈다.
<복음서를 읽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다>는 네 복음서 각각의 특징을 존중하되, 그 안에서 ‘하나의 복음’을 발견하게 만든다. 매 장면마다 담긴 묵상은 설교자에게는 메시지의 방향을, 성경 교사에게는 수업의 틀을, 평신도 독자에게는 믿음의 확신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