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집권 여당인 인도국민당(BJP) 소속 고피찬드 파달카르(Gopichand Padalkar) 의원이 공개 석상에서 기독교인에 대한 폭력을 조장하는 발언을 해 큰 파문이 일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인도 가톨릭 주교회의(CBCI)는 이 발언이 명백한 증오 선동에 해당한다며, 경찰과 정부의 미온적 대응을 강력히 비판했다.
파달카르 의원은 지난 6월 17일(이하 현지시각) 마하라슈트라 상글리 지역 쿠프와드에서 열린 횃불 집회에서 “개종을 시도하는 선교사를 폭행하는 사람에게 현상금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첫 번째 공격자에게 50만 루피(약 5,700달러), 두 번째에게 40만 루피, 세 번째에게 30만 루피를 주자고 말했고, 기독교 지도자에게 폭력을 행사한 자에겐 110만 루피(약 1만 2,600달러)를 지급하겠다고까지 밝혔다.
CBCI는 이 발언이 2023년 제정된 인도형법(BNS) 제152조에 명시된 종교 간 증오 조장 및 사회 통합 위협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까지 경찰은 수사보고서(FIR)조차 접수하지 않고 있어 교계는 물론 시민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CBCI는 “학생이나 반정부 인사에 대해서는 SNS 발언만으로도 빠르게 조치하는 반면, 명백한 폭력 선동에는 침묵하는 이중잣대는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달카르 의원은 또한 “정부 지원을 받는 힌두교 신자가 타 종교를 믿는다면 그 직위에서 해임해야 한다”며, 부족 지역의 비인가 기도처에 대한 철거도 주장했다. 그는 오는 몬순 회기에서 개종 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정치권·기독교계 일제히 비판…전국 확산된 시위
CDI는 파달카르의 발언 이후 인도 전국적으로 항의 시위가 확산됐다고 밝혔다. 지난 7월 11일 뭄바이 아자드 마이단에서는 20개 이상의 기독교 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수천 명이 모여 6시간 동안 평화적 시위를 벌였다. 집회는 ‘사칼 크리스티 사마지(Sakal Christi Samaj)’ 주도로 열렸으며, 인도국민회의(INC)와 국민주의자당(NCP), 사회주의당(SP) 등 주요 야당 지도자들도 함께했다.
전 세인트 자비에르 대학 교장이었던 프레이저 마스카레나스 신부와 마하라슈트라주 소수자위원회 전 부위원장 자넷 디수자 등도 참석해 기독교계의 목소리를 전했다. INC의 바르샤 가이콰드 의원은 “RSS-BJP의 이념은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으며, 소수자에 대한 불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7월 8일 푸네에서는 푸네기독교포럼이 시청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고, 6월 30일 잘나 지역에서도 기독교인들이 거리로 나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파달카르 의원의 의원직 박탈과 함께 살인 교사, 폭력 선동 등 형법 적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법적 대응 촉구 목소리 고조
복음주의협회(Evangelical Fellowship of India)의 비제시 라알 사무총장은 “신앙을 이유로 폭력을 부추기고 현상금까지 내건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단호한 법적 조치를 촉구했다. 봄베이 가톨릭 사바의 전 회장 라파엘 디수자 역시 “정부는 파달카르 의원의 발언을 무시한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그푸르 대교구 엘리어스 곤살베스 대주교는 “기독교는 강제 개종을 지지하지 않는다. 인도는 헌법이 보장하는 세속 국가”라며 모든 종교의 자유를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JP 뭄바이 지부 소속 아그넬로 페르난데스는 “파달카르의 발언은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며,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기독교 공동체에 대한 이해를 요청했다.
반복되는 박해, 제도적 차별 우려
CDI는 종교 자유 단체들과 인권 단체들은 이번 사태를 인도 내 구조적 차별과 종교 박해의 일부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하라슈트라 주 정부는 종교 개종 방지법 제정을 예고했으며, 부족 지역의 비인가 교회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봄베이 대교구는 이에 대해 “개종 방지법은 공동체 간 불신을 조장하고, 소수자 탄압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픈도어(Open Doors)는 인도를 2025년 세계 기독교 박해 국가 순위 11위로 발표했다. 이는 2013년 31위에서 지속적으로 악화된 수치로, 모디 정부 출범 이후 종교 갈등과 혐오가 뚜렷하게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인도 기독교 공동체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입법부에 명확한 대응과 제도적 보호를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