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청소노동자, 종교·배경·성별 삼중차별 여전…국제사회 대응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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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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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앰네스티, 청소노동자 대상 구조적 차별·인권침해 보고…헌법·국제법상 보호 미비 지적
파키스탄의 한 청소부의 모습. 이들은 보호 장비 없이 업무를 수행하며, 법적 노동 보호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 ©CDI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국제인권단체 애머네스티 인터내셔널이 지난 28일(이하 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파키스탄 내 청소노동자들이 종교, 배경, 성별을 이유로 심각한 차별과 인권침해를 겪고 있다고 30일 보도했다.

보고서 ‘우리를 갈라보라, 그들도 우리처럼 피를 흘린다(Cut Us Open and See That We Bleed Like Them)’는 라호르, 바하왈푸르, 카라치, 우메르코트, 이슬라마바드, 페샤와르 등 6개 지역의 청소노동자들을 심층적으로 조사해 작성됐다. 애머네스티는 기독교인, 힌두교인, 무슬림 등 다양한 배경의 청소노동자들을 인터뷰해 그들의 차별 경험을 수집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청소노동은 대개 비이슬람교도이자 하층 카스트 출신에게 집중되고 있다. 이들은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 보호장비 없이 일하면서도 헌법이 보장하는 최소임금이나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파키스탄 국가인권위원회(NCHR)는 2022년 보고서를 통해 정부 하위직 공무원의 80%가 비이슬람 소수 종교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여성 청소노동자들은 종교·카스트·성별의 교차점에서 ‘삼중차별’을 겪고 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일부는 무슬림 동료들과 같은 식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함께 식사도 금지당하는 등 일상적인 차별에 노출되어 있었다. 그들은 '추라(Chuhra)', '이사이(Isai)' 같은 모욕적인 명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종교적 편견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었다. 2023년 8월 자란왈라에서는 두 명의 청소노동자가 신성모독 혐의를 받자, 20개 이상의 교회와 80여 채의 기독교인 가정이 방화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청소노동자 채용에서도 차별은 뚜렷했다. 2010년부터 2025년 3월까지의 정부 채용 공고 300건 이상을 분석한 결과, 다수의 공고에서 비이슬람 또는 하층 카스트 출신을 조건이나 우대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었다. 바하왈푸르의 한 기독교인은 전기 기술자 면접에서 종교를 이유로 청소직만 제안받았고, 생계를 위해 이를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공공기관의 고용 통계도 이러한 구조적 차별을 방증하고 있다. 펀자브 경찰청에서는 하위직(15급)에 비이슬람 노동자 1,909명이 근무하는 반면, 상위직(718급)에는 단 55명만이 근무 중이었다. 펀자브 법과학청에서는 청소직에 기독교인 23명, 무슬림 10명이 근무했고, 펀자브 수자원청에서는 전체 비이슬람 직원 1,538명 중 98.5%가 하위직에 집중돼 있었다. 펀자브 대학교의 경우 청소노동자 400명 중 무슬림은 단 4명이었다.

또한, 청소노동자의 다수는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이나 일용직으로 고용돼 있으며, 일부 기관은 이들을 89일짜리 단기 계약으로 반복 고용해 정규직 전환 요건을 회피하고 있었다. 이들은 사회보장제도나 복지제도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고, 혜택을 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임금 수준도 열악했다. 2024년 기준 파키스탄 최저임금은 37,000루피(약 131달러)였지만, 조사 대상자의 절반 가까이가 이보다 적은 급여를 받고 있었고, 최저임금을 받는 이들 중 대부분이 남성이었다. 여성 노동자들은 더 큰 임금 격차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대부분은 보호장비나 안전교육 없이 위험한 작업에 노출되고 있었다.

이에 대해 국제 앰네스티는 파키스탄 정부에 다음과 같은 개선책을 촉구했다. ▲ 배수구 및 하수구 수작업을 중단하고 기계화할 것, ▲ 헌법에 카스트 차별 금지 조항을 포함할 것, ▲ 차별적 채용공고 및 채용 관행을 금지할 것, ▲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할 것, ▲ 노동법을 국제 기준에 맞게 개정할 것, ▲ 청소노동자의 안전과 복지를 보장할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할 것.

또한, 국제 앰네스티는 종교와 카스트에 기반한 모든 형태의 차별을 철폐하는 것이 파키스탄의 인권 보호와 지속 가능한 사회통합을 위한 필수 조건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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