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인류는 전례 없는 기술의 발전과 가치관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존재론적 혼란을 겪고 있다. 낙태, 사형 제도, 젠더 논쟁, 생태계 파괴와 같은 첨예한 이슈들은 결국 인간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갈등의 해법이 달라진다. 인간은 본래 선한 존재인가? 인간 본성은 믿을 만한가? 이처럼 모든 논쟁의 밑바닥에는 하나의 공통된 질문이 자리한다. 바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해 명쾌하고도 성경적인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 출간됐다. 바로 개혁주의 신학자 R. C. 스프로울의 <인간은 과연 선한 존재인가?>이다. 이 책은 스프로울의 “결정적 질문”(Crucial Questions) 시리즈 중 하나로, 신학과 실천 사이에서 방황하는 현대 기독교인들에게 인간 존재의 본질을 짧지만 강력한 문장들로 일깨운다. 특히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이라는 개념에서 시작해 ‘죄의 실체’, ‘전적 타락’, ‘원죄’, ‘자유 의지’, ‘구속’에 이르기까지 기독교적 인간 이해의 핵심 교리들을 총망라한다.
스프로울은 인간에 대한 이해가 단순한 철학적 문제를 넘어, 곧 복음의 핵심과도 맞닿아 있다고 강조한다. “기독교는 인간을 죄인이라 진단한다”는 선언에서 시작된 이 책은, 인간의 고귀함과 동시에 타락함을 정직하게 바라보게 한다. 고대 철학자 파스칼이 인간을 “모든 피조물 중 역설의 최고봉”이라 표현했듯, 기독교 역시 인간을 위대한 동시에 비극적인 존재로 규정한다.
책은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한 가지 핵심 질문에 천착한다. 1장은 인간이 스스로에 대해 갖는 역설적인 인식, 즉 “인간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생각하시나이까”(시 8:4)라는 다윗의 탄식에서 출발한다. 2장과 3장은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다는 고백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하며, 인간 존재의 양면성인 영과 육, 물질과 비물질의 조화에 대해 서술한다. 4장과 5장은 인간의 죄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다룬다. “실수는 인간적인 일”이라는 피상적 인식을 넘어, 죄가 인간 존재 깊숙한 곳에 새겨진 구조적인 타락임을 드러낸다. 마지막 6장에서는 복음의 핵심 메시지, 곧 죄에 빠진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유일한 구원 방안,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회복과 화해를 전한다.
<인간은 과연 선한 존재인가?>는 신학 입문자에게도 부담 없이 다가올 수 있는 짧은 분량이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깊고 진지하다. 스프로울 특유의 명료하고 간결한 문체는 복잡한 신학 용어의 벽을 낮추며, 누구나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사유하도록 이끈다. 특히 ‘전적 타락’이나 ‘원죄’ 같은 교리는 신자들이 기피하거나 오해하기 쉬운 주제지만, 저자는 이를 친절하면서도 정확하게 설명해 성경적 인간관의 기반을 탄탄히 다져 준다.
무엇보다 이 책의 백미는, 인간의 죄악됨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바로 그 죄를 덮는 하나님의 구속의 은혜를 강력하게 선포한다는 데 있다. 인간은 스스로 구원할 수 없는 존재이며, 하나님께서 친히 그리스도를 통해 인간을 회복시키신다는 복음의 정수가 이 책 전반에 흐른다.
이 책은 기독교 세계관을 확립하고자 하는 성도는 물론, 소그룹 리더와 전도 사역자, 신학생에게도 매우 유익하다. 또한, 오늘날 인문학적 담론 속에서 ‘인간 이해’에 대한 기독교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지성인 독자에게도 권할 만하다. 사회적 갈등과 윤리적 혼란이 가중되는 이 시대에, 성경이 제시하는 인간론은 단지 교리적 해석을 넘어,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를 제공한다.
“모든 문제는 인간 이해에서 시작된다.” 이 책은 단지 지적 논증이 아니라, 각자의 실존적 정체성과 하나님 앞에서의 위치를 돌아보게 하는 복음적 여정이다. 스프로울은 독자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인간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그리고 그 이해가 복음 위에 서 있는가?” 이 책을 통해 그 물음에 대한 독자들의 대답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