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복음주의 목사와 가족, 테러 공격으로 희생되… 최소 20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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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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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웨이다 지역에서 목사 포함 가족 전원 피살…기독교계와 국제사회에 긴급 인도주의 개입 촉구

 

시리아에서 선한목자복음교회를 이끌어 온 칼리드 메저 목사(오른쪽 끝)와 가족들. ©Ghassan Makdsi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시리아 남부 수웨이다 지역에서 복음주의 목사와 그의 가족이 무장 세력의 공격으로 집단 학살당해 지역 사회와 국제 종교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고 2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CP는 선한목자복음교회를 이끌던 칼리드 메저(Khalid Mezher) 목사와 부모, 형제자매, 자녀 등 20여 명의 가족이 발생한 공격으로 모두 희생됐다고 밝혔다. 칼리드 메저 목사는 드루즈(Druze) 전통 신앙에서 기독교로 개종했으며, 가족과 함께 수년간 복음주의 신앙을 따랐다. 그는 지역 내에서 헌신적인 사역 활동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갈수록 고조되는 긴장과 폭력 위협 속에서도 수웨이다에 남아 사역을 이어왔다.

수니파 베두인 무장세력과 드루즈 민병대 간 충돌이 격화된 수웨이다 지역에서는 최근 일주일 동안 25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저 목사 일가의 비극은 이러한 무력 충돌 상황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기독교계는 이번 사건을 종교적 신념에 따른 표적 살해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보스라, 하우란, 자발 알아랍, 골란 대교구는 성명을 통해 이번 학살을 "야만적 폭력"으로 규정하고, 전 세대가 희생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수웨이다 지역이 10일 넘게 봉쇄된 상태로 식량, 식수, 전기, 인터넷 없이 포격과 미사일 공격에 노출돼 있다며, 국제사회의 즉각적인 인도주의 개입을 요청했다.

중동 매체 All Arab News에 따르면, 한 아랍계 목사는 신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메저 목사와 그의 가족이 "신앙을 이유로 살해당했다"고 전하며, 교회 공동체는 해체되었고 생존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는 성도들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남은 기독교인들은 음식, 물, 전기, 인터넷은 물론 안전에 대한 희망도 잃었다"고 밝혔다.

CP는 이번 학살이 미국의 중재로 성사된 남부 시리아 휴전 협정이 사실상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24년 12월, 13년에 걸친 내전 끝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퇴진한 후, 수니파 베두인과 드루즈 민병대 간 무력 충돌이 계속돼 왔다. 정부는 휴전 협정을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지역 곳곳에서 포격과 민간인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수니파 베두인과 소수 종파인 드루즈는 서로에 대해 공격과 보복을 주고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민간인 희생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아흐메드 알샤라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는 초기에 베두인 세력과 공조했으나, 이후 수웨이다에서 베두인 전투원을 철수시키고 군을 투입해 휴전 유지와 민간인 대피를 추진했다. 정부는 이를 질서 회복과 드루즈 공동체의 통합이라고 설명하지만, 드루즈 측은 정부군의 인권 침해를 꾸준히 지적하고 있으며, 국제 감시단도 이와 유사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수웨이다는 드루즈가 다수를 이루는 지역이지만, 선한목자복음교회를 포함해 소수의 기독교 공동체도 존재해 왔다. 메저 목사는 도시와 교회를 헌신적으로 섬긴 인물로 평가받고 있으며, 그와 가족 전체의 희생은 교회 공동체에 큰 충격을 안겼다. 미국 복음주의 리더이자 가자 인도재단 대표인 조니 무어(Johnnie Moore)는 SNS를 통해 "그는 많은 기독교인이 실천하지 못하는 신앙을 위해 죽었다"며, "그의 죽음은 무의미한 학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메저 가족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이웃과 조국 시리아에 나누기 위해 전 생애를 바쳤다"고 전했다.

시리아 정교회는 이번 학살 이후 유엔과 국제기구에 공식 성명을 발표해 시급한 대응을 요청했다. 성명은 이번 사태를 '인도주의적 재앙'이라고 규정하며, 국제사회의 긴급 개입과 전 세계 기독교인의 기도를 호소했다. 교회는 특히 최근 정부가 발표한 "허위 가르침, 종말론, 기적 중심 설교" 금지령을 비판하며, 극단주의 세력뿐만 아니라 정부 역시 이번 폭력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여러 국제 언론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IS(ISIS) 잔당과 시리아 정권군 양측 모두가 민간인 학살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All Arab News는 최근 무력 충돌 속에서 기독교인과 드루즈 등 소수 종교 공동체 구성원 1,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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