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일즈 대부흥 등 세계선교의 전초기지라 불리던 영국교회. 그러나 예배당이 술집으로 변하는 등 쇠퇴를 거듭했던 영국교회에서 최근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한 변화의 소식이 들려온다. 바로 ‘조용한 부흥’(The Quiet revival)이라 불리는 현상이다. 하지만 과거 웨일즈 대부흥 때처럼 지속 가능성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영국성서공회는 지난 4월 영국과 웨일스 교회가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를 ‘조용한 부흥’이라고 불렀다. 영국성서공회가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역의 1만 3,000명 시민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월 1회 이상 교회 출석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2018년 8%에서 지난해 12%로 늘었다.
특히 영국의 18~24세 청년 중 월 1회 이상 교회에 출석하는 비율이 2018년엔 4%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는 그 수치가 네 배로 증가한 16%였다. 25~34세 연령대에선 2018년도 대비 지난해 출석률이 세 배 이상 증가한 13%를 기록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 등 해외 기독 언론에 따르면, 영국 현지에서 대규모 세례식이 열리고 있다. 지난 7월 영국 본머스 보스컴 부두 앞 바다에는 랜즈다운 교회(Lansdowne Church) 등 5개 교회가 세례식을 개최했는데, 이 행사에서 총 92명이 세례를 받았다. 세례자 가운데 리암 브라우넨(35)은 “자신의 신앙이 중독을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올해 초 영국 런던 중심가에선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예수는 영국의 주님이시다’라고 선포하는 ‘킹스 아미(King's Army)’ 전도 운동도 연일 화제다. 킹스 아미 창립자 스콧 맥나마라(Scott McNamara)는 “전국에서 주 평균 20~30명씩 이 운동에 참여하고자 자발적으로 연락하고 있다”고 했다. 복음 전도자 스티븐 존슨(Stephen Johnson)도 “전도가 과거에는 조롱과 야유가 일상이었지만, 이제는 젊은이들이 거리에서 다가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한다”고 했다.
오는 8월 4-7일 영국 런던 등지에선 미국 내 한인 선교 단체 에스더기도운동(Esther Prayer Movement)과 런던 셰퍼드교회(London Shepherd Church) 공동주최로 영적 대각성 부흥 집회가 예정돼 있다. 약 4백 명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처럼 영국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조용한 부흥’에 대해 영국성서공회는 5가지 요인을 제시했다. 첫째, 응답자의 75%가 교회 출석이 인생에 ‘실질적인 의미’를 느낀다는 설문 결과처럼, 신앙이 삶의 참 만족을 주기 때문이다. 둘째, ‘나는 왜 존재하는가?’ ‘죽음 이후엔 무엇이 있는가?’ 등 삶의 근본 질문을 교회에서 탐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친목 등 교회의 공동체성 때문이다. 넷째, 자원봉사 등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숨 가쁜 디지털 세상 속에서 기도를 통해 자신을 성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보고서에서 영국의 청년 여성 모이샤(Moesha)는 “저는 데이트, 술, 마리화나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 했지만, 늘 공허했고, 그 어떤 것도 저를 채워주지 못했다”며 “술과 마리화나를 끊고 싶었지만 시간이 좀 걸렸고, 이 여정을 위해 하나님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하나님을 신뢰하기로 결심했고, 그건 제 인생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조용한 부흥(The Quiet Revival)」 공동 저자 롭 바워드-시몬스(Rob Barward-Symmons) 박사는 “많은 사람들이 정신 건강 문제, 외로움, 삶의 의미 상실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특히 젊은 층에서 이러한 문제가 두드러진다”며 “교회가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조사에 따르면,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비신자들보다 삶의 만족도가 더 높고, 지역 공동체와의 연결감을 더 강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었다”며 “또한, 특히 젊은 여성의 경우, 불안이나 우울을 자주 느낀다고 답한 비율이 낮게 나타났다”고 했다.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 전도학 교수는 지난 6월 ‘복음과도시’에 올린 기고문에서 “영국의 ‘조용한 부흥’ 현상은 불확실성이 급증하고 인간의 불안과 고립감이 깊어지는 현대 사회에서, 기독교 선교의 가능성을 일깨운다”며 “즉 기독교 신앙의 매력은 기존 종교적 관습이나 규칙의 엄격한 고수가 아닌, 복음이 실질적인 삶에서 얼마나 생동감 있는 변화를 일으키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영국의 ‘조용한 부흥’ 현상이 일시적 이벤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바울로부터(바울의 흔적이 전해옴 메시지)」 저자 최종상 영국 현지 선교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영국의 ‘조용한 부흥’ 현상이 영국교회 전체 그림을 대변하는지는 의문”이라며 “체감상 젊은 청년들의 교회 출석률이 높지 않고, 제가 목회하는 지역 내 교회들은 문을 닫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과거나 지금에도 영국에는 성장하는 교회 혹은 수천 명에 육박하는 청년 선교 대회가 존재했으나, 이러한 단편적 현상으로만 영국교회 전체의 부흥을 단정 짓는 건 무리”라며 “영국의 부흥을 바라고 기도하고 있지만, ‘조용한 부흥’이 일시적 이벤트가 아닌 과거 웨일즈 대부흥처럼 지속할 수 있을지는 냉철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국교회는 그간 ▲현장 전도의 약화 ▲정기적 연봉과 연금을 보장받는 목회자들의 현실 안주 ▲자유주의 신학으로 쇠락했던 측면이 강했다”며 “위 세 가지 극복 여부가 부흥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열쇠라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