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겐트로피>는 창세기 1~11장, 즉 원역사를 열역학 제2법칙의 반대 개념인 ‘네겐트로피(negentropy)’의 관점으로 풀어낸 신학 에세이다. 저자는 창조를 단순한 ‘무에서 유의 탄생’으로만 보지 않는다. 하나님의 창조 사역은 무질서에서 질서를, 죽음에서 생명을, 절망에서 희망으로 나아가는 위대한 회복의 서사라고 말한다. 이 책은 물리학적 개념을 넘어서서, 창세기의 서사들을 심리학, 문화인류학, 문학적 시선으로 통합적으로 해석해낸다.
창세기, 네겐트로피의 이야기
엔트로피(entropy)는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자연의 법칙을 설명한다. 이에 반해 네겐트로피는 무질서에서 질서로 향하는 흐름, 생명의 방향성이다. 저자는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가 바로 네겐트로피의 이야기임을 선포한다. 혼돈 속에서 질서를 세우시는 하나님, 그것이 창조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생명이 없는 것은 무질서를 향해 나아가지만, 생명은 무질서에서 질서를 향해 움직인다.” 창세기의 기록은 인간의 기원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세상을 생명과 질서로 회복시키시려는 영원한 구원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심리학의 언어로 다시 읽는 창세기
저자는 심리상담학을 전공한 목회자답게 창세기의 인물과 사건을 심리학의 언어로 재번역한다. 가령 가인의 살인을 단순한 범죄가 아닌, 비교에서 비롯된 수치심과 미해결 감정이 폭발한 비극으로 해석한다. 선악과 이야기는, 인간이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고 경계를 넘어설 때 내면이 어떻게 균열되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심리학적 독해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거울을 제공한다. 성경 속 사건들이 곧 우리의 내면의 이야기이자 상처와 치유의 내러티브임을 깨닫게 한다. 저자는 성경이 단순한 교훈서가 아닌, 인간의 실존을 정직하게 비추는 삶의 거울임을 강조한다.
인문학과 신학, 그리고 문학적 감수성의 융합
<네겐트로피>는 창세기의 기록을 단순한 신학적 설명으로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바벨론과 가나안 공동체가 경험한 서로 다른 창조 이야기의 내러티브를 문학적으로 풀어내며, 이 두 이야기가 공통적으로 ‘살 만한 세상’을 향한 희망을 담고 있다고 분석한다.
또한 하나님의 이름 없음에 대한 묵상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하나님은 특정 부족이나 시대에 갇힌 신이 아닌, “온 인류의 하나님, 영원의 하나님”이시라는 것이다. 이는 오늘의 독자에게도 보편적 위로와 해방의 복음으로 다가온다.
십자가, 네겐트로피의 완성
책은 십자가 사건을 ‘엔트로피가 극대화된 세상 속에서 네겐트로피가 완성된 구원의 사건’으로 해석한다. 혼돈과 무질서, 죽음과 절망을 삼킨 십자가는, 생명나무로서 인간을 영원한 생명으로 초대하는 구원의 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십자가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세상을 네겐트로피가 완성된 하나님 나라로 초대하는 길이다.”
이 책은 신학도와 목회자는 물론, 성경을 인간학과 심리학의 시선으로 새롭게 읽고자 하는 그리스도인 인문학 독자에게 적합하다. 또한, 혼돈과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생명의 방향성’을 잃지 않게 하는 영적 지침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