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영구 정지 8년 만에 해체 절차에 들어갔다. 원자로 시설의 해체가 실제로 진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해체 완료 시점은 2037년으로 예정돼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6월 26일 제216차 회의를 열고, 한국수력원자력이 신청한 고리 1호기 해체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이번 승인을 계기로 12년에 걸친 해체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예정이다.
고리 1호기는 지난 2017년 6월, 운영 40년 만에 영구 정지됐다. 이후 한수원은 해체 준비를 위해 최종해체계획서와 품질보증계획서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했고,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기술 검토와 전문위원회 사전 심사를 거쳤다.
원안위는 한수원이 해체에 필요한 기술 역량을 충분히 갖췄으며, 방사선 피폭 선량이 허용 기준 이내로 예측된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해체 계획을 승인했다. 앞서 한수원은 2023년 5월부터 방사성 오염을 줄이기 위한 제염 작업에 들어간 상태였다.
한수원은 2031년까지 비방사선 구역을 우선 철거하고 해체 지원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고리 1호기 습식저장시설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는 부지 내 새로 설치될 건식저장시설로 옮겨질 예정이며, 이를 위한 신청은 내년 8월 원안위에 제출된다.
이후 2035년까지는 방사선 오염 구역의 제염 및 철거 작업과 함께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한 처리를 진행하고, 최종적으로 2037년까지 부지를 원상 복구한다는 계획이다.
해체가 완료되면 한수원은 원안위에 해체완료보고서 및 최종부지상태보고서를 제출하고, 규제 해제를 요청하게 된다. 원안위가 해당 부지가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다고 판단하면, 고리 1호기는 원자력안전법상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부지의 향후 활용 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고리 2호기 등 인근 가동 원전으로 인해 해당 부지는 여전히 발전소 제한구역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수원 측은 유휴 부지로의 활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향후 계획이 수립되면 원안위에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고리 1호기는 1977년 최초 임계를 달성한 뒤 1978년 상업 운전에 돌입했다. 이후 2007년 계속운전 승인을 받아 추가로 10년간 운전됐으며, 총 15만GW의 전력을 생산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부산시 연간 전력 사용량의 약 34배에 달하는 수치다.
한수원은 이번 해체를 단순한 설비 철거가 아닌, 원전 해체 기술의 내재화와 전문인력 양성, 나아가 산업 생태계 구축의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해체 사업은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역사회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안전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원안위도 해체 과정에서의 안전을 철저히 감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임시우 원자력안전과장은 "지역사무소가 매일 현장을 점검하고, KINS 전문가팀이 반기마다 심층 점검을 실시한다"며 안전관리 강화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