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당사자 중심의 인권 개념 갖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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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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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통합 사회봉사부, 24일 오후 세미나 개최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노형구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총회장 류영모 목사, 이하 예장통합) 사회봉사부가 ‘교회와 장애인식 개선-장애인과 하나님 나라’라는 주제로 사회복지 현안세미나를 24일 서울시 종로구 소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이계윤 목사(장애인복지선교협의회 회장), 김용구 목사(한남장애인심리상담센터장)이 나섰다.

이계윤 목사(장애인복지선교협의회 회장)는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법에선 장애인을 정신적·신체적 장애로 인해 일상에서 불편함을 겪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그 이유는 우리 몸에 장애가 있기 때문이다. 장애의 기원에 대한 분류는 재활·사회적 모델로 나뉠 수 있다. 즉 재활 모델은 장애인 개인의 손상에 따른 불편함에 집중했다면, 사회적 모델은 장애인 개인의 손상이 사회적 지원의 부재로 인함 불편함에 따른 것이라고 봤다”고 했다.

이어 “장애인이라는 용어는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법에서 장애인을 그렇게 정의했다. 정신적 신체적 장애로 인해서 일상에서 불편함을 겪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그 이유는 우리 몸에 장애가 있기 때문으로 정의했다. 분류는 재활 모델과 사회적 모델이 있다”며 “재활 모델은 장애인의 불편함을 개인의 신체적 손상에 원인을 돌릴 경우이며, 사회적 모델은 손상을 지닌 장애인은 사회적 장벽으로 인해 불편함을 겪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적 장벽은 그 사람에게 장애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즉 장애인을 배려하는 편의시설이 없다면 신체적 장애가 아니라 사회적 장벽으로 인해 장애인은 불편함을 겪는 것”이라며 “선진국의 장애 인식은 손상을 지닌 장애인이 일반 비장애인과 동등한 사회참여를 부여받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장애인에게 환경·사회적 지원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또 “장애인은 영어로 ‘disables’이다. 이는 무능력이 아닌 능력이 박탈된 상태를 의미한다. ‘dis’는 빼앗겼다는 의미를 지닌 접두사다. 장애인을 무능력한 사람으로 표현하려면 사실 접두사 ‘in’을 써야 한다”며 “이처럼 장애인 개인이 사회로부터 능력을 박탈당한 상태라면, 이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제대로 이뤄질 경우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일상에서 동등한 생활권을 누리면서 사회적 활동에도 참여가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장애를 개인적 차원으로 환원시키는 게 아닌, 장애를 지원하는 사회적 시스템의 부재를 문제 삼는 시각이 담긴 것”이라며 “중요한 장애인 인식 개념 중 하나는 ‘극복’이란 단어를 쓰지 않는다. 극복은 장애적 요소를 제거하는 주체를 개인으로 국한시킨다. 그러나 장애를 가진 개인이 활동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사회적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완전하신 예수님도 인간의 몸을 입고 오심으로 상처받기 쉽고 손상을 지닌 존재로 태어나셨다. 하나님은 모세의 언어장애에도 그를 돕는 아론을 붙이셨다. 이는 하나님이 모든 사람에게 각자마다의 연약함을 허락하셨지만 서로의 연약함을 돕고 사는 상보적 존재로 부르신 것”이라며 “이처럼 손상을 지닌 장애인을 돕는 사회적 지원이 제대로 이뤄질 때 그 사람은 더 이상 장애인이 아니며, 비장애인과 동등한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다. 가령 참정권 행사에 있어서도 시각 장애인 등이 후보자의 정보를 제대로 습득하기 위해 점자안내지 등 사회적 배려와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예수님은 장애인을 만나셨을 때 그의 구원보다 구원받은 이후 다른 사람에게 구원을 베풀 사람으로 봤다”며 “송명희 시인의 시처럼 장애인을 통해서 많은 사람이 신앙적인 구원을 받았던 것처럼, 한국교회가 장애인 등 가난한 사회적 약자를 돌보신 예수님의 사역을 지금부터 한다면 다시 부흥할 것”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이계윤 목사, 김용구 목사©노형구 기자

김용구 목사(한남장애인심리상담센터장)는 “한남대 대학원 박사 수여식에서 총장님이 척수 장애인인 내게 수여를 한 장면이 보도됐는데 이는 장애인의 입장에선 매우 불편한 것이었다.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동등한 존재로 여김 받길 원한다”며 “이를 위해선 장애인들의 신체적 불편함을 해소할 환경적 지원과 비장애인과 같이 일상의 존재로 동등하게 여김 받는 시선적 배려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먼저 환경적 지원으론 특히 교회에서 장애인 화장실이 제대로 잘 갖춰져 있는지 반문한다. 통합 교단 산하 한 신학교에 갔는데 문턱이 매우 높고 장애인 이동을 위한 비탈길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이 매우 떨어 진다”고 했다.

또한 “시선적 배려도 있어야 한다. 한 척수장애인은 예배당에서 맨 앞자리에 앉도록 주변사람들의 배려를 받았는데, 예배 시간 동안 목을 들고 설교를 청취해야 했기에 매우 불편했다고 한다. 아울러 앞자리는 사람들의 온갖 시선이 쏠려 매우 불쾌했다고 한다. 배려라는 미명으로 장애인이 앞자리라는 지정석에 앉도록 강요받는 게 아니라 비장애인처럼 자리를 선택하길 원했다고 한다”고 했다.

특히 “배려가 자칫 장애인 당사자를 배재한 인권 개념일 수 있다. 장애인 당사자를 중심으로 한 장애인 인권이 갖춰져야 한다”며 “또 저는 목회 후보생 시절에 단 한 번도 장애인 관련 신학을 들은 적이 없다. 적어도 목사 후보생 과정에선 이런 장애인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교육적 과정이 반드시 신학교에서 개설돼야 한다. 교단에서도 목사를 대상으로 한 장애인 인식 상향 교육도 시행돼야 한다”고 했다.

일례로 “장애인 인식 교육을 받은 청소년들은 장애인들에게 ‘밀어드려도 될까요’라고 먼저 묻고 도와준다고 한다. 이것이 장애인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왜냐면 장애인들에게 묻지도 않고 무조건 휠체어를 밀어주면 실례이기 때문”이라며 “이는 장애인들에게도 결정권이 있는 주체적 존재임을 묵살한 행동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는 “장애인이 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데 많은 정서적 배려가 필요하다. 즉 장애인이 일상사회 생활을 해도 낯설지 않도록 시선적 배려가 필요한 것”이라며 “교회 안에서부터 장애인들이 타인의 시선과 물리적 이동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환경이 요구된다”고 했다.

김 박사는 “예배 순서에서 목사님들이 따로 일어나라는 얘기를 자제했으면 좋겠다. 어떤 장애인들에겐 매우 불편한 언사다. 따로 주보에 당구장 표시를 했으면 좋겠다”며 “성경에서 ‘귀머거리’ ‘문둥병자’ 등의 용어도 나온다. 목사님들이 설교할 시 성경대로가 아닌 ‘청각장애인’ ‘한센인’ 등으로 순화해서 말씀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특히 “장애인 복지에선 당사자 중심이 매우 중요하다. 도울 땐 도움을 주는 사람 입장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물은 뒤에 돕는 게 진짜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된다.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라며 “교회에서 장애인 화장실이 많이 확충돼야 하는 이유는 지체장애인들에겐 휠체어를 돌리는 공간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들에게도 보행 보조기구를 놓을 공간이 필요하다. 장애인 복지에 있어서 교회가 지역사회의 복지기관과 연계해서 장애인 지원을 잘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고속버스나 KTX 등 대중교통에선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 대한 지원율이 3%에 불과하다”며 “얼마 전 장애인들이 지하철 점거 시위를 했다. 현재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방법은 매우 제한적이다.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동등한 시설 이용을 원하는 것이다. 그들의 시위 방법이 옳은지는 차치하더라도 기독교인이라면 최소한 장애인들의 울부짖음을 절실히 공감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선 배규현 목사(예장통합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이 인사말을, 최재건 목사(예장통합 사회복지위원회 서기)가 기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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