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살아야 나라 살아… 새해에도 교회가 희망”

[신년 대담] 정성구 한국칼빈주의연구원장

“‘한 번도 경험 못한’ 지난해… 코로나 속히 종식되길
정부, 예배에 대해 명령하는 건 잘못… 자율에 맡겨야
온라인 예배, ‘드린다’ 아닌 ‘본다’… 본질로 돌아가자

비판할 건 ‘건물’보다 ‘성장주의’… ‘모임 폐기론’ 안돼
포스트 코로나? 새 것 찾지 말고 복음·믿음 회복 우선
우리 사회 자꾸 사회·공산주의로 가는 것 같아 우려”

정성구 박사. 그는 “여러 가지 힘든 일이 많지만 이럴 때일수록 유일한 희망은 한국교회 뿐”이라고 했다. ©김진영 기자

코로나19로 힘들었던 2020년 한 해가 저물었다. 여전히 이 전염병은 끝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새해의 태양처럼, 치유의 광선이 이 땅을 비추리라 기도하며 기대한다. 본지는 그 회복의 한 해를 염원하며 한국교회 원로 신학자인 정성구 박사(80)를 만나, 2020년을 돌아보고 2021년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물었다.

1942년 생인 정 박사는 건국대학교(B.A.)를 비롯해 총신대학교와 동 신학대학원(M.Div.) 및 대학원(Th.M.)을 졸업한 뒤 네덜란트 암스테르담 뿌라야대(Drs)를 거쳐 미국 화이트필드신학대학원(Whitefield Theological Seminary)에서 박사학위(Ph.D.)를 취득했다. 이 외에도 제나바 칼리지(Geneva College, D.Litt.)와 데브레첸개혁대학교(Debrecen Reformed University .D.D)에서 공부했다.

이후 1980년, 당시 만 39세라는 젊은 나이에 지금의 총장 격인 총신대학교 제3대 학장이 됐다. 대신대학교 총장도 역임한 그는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대표적 칼빈주의자로서, 한 평생 존 칼빈과 아브라함 카이퍼를 연구한 대(大)신학자다. 1985년 한국칼빈주의연구원을 세워 학술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연구원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약 2만 종의 칼빈 관련 자료들을 보유하고 있다. 대담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있는 이 연구원에서 진행됐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먼저 새해를 맞은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덕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그래도 한국교회가 희망입니다. 여러 가지 힘든 일이 많지만 이럴 때일수록 유일한 희망은 한국교회 뿐입니다. 아직도 믿음을 갖고 기도하며 열심히 살아가려 노력하는 이들이 그래도 교회 안에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교회를 자꾸만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 듯 해요. 물론 교회에 그런 모습도 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을 좇고 권력을 탐하는 세속 사회에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곳은 하나님의 교회입니다. 새해에는 부디 이런 희망을 가지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 전체가 매우 힘든 2020년 한 해를 보냈습니다.

“정말이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시대를 살았습니다. 하루빨리 이 사태가 종식되기를 기도해야겠습니다.”

-지금도 교회는 정부의 집합제한 명령으로 인해 예배를 자율적으로 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교회의 예배에 대해 명령하는 건 잘못입니다. 그건 교회의 자율에 맡겨야 합니다. 코로나19가 당면한 문제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교회까지 통제하려 해선 안 됩니다. 국가와 교회는 엄연히 구분되는 영역이기 때문이죠. 교회는 주님의 것이고 교회의 머리는 국가의 통치자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1638년 스코틀랜드의 찰스 국왕이 ‘짐은 국가에서도 머리고, 교회에서도 머리’라고 하자, 언약도들이 다 들고 일어나 ‘국가의 머리는 맞지만 교회의 머리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라고 외쳤습니다. 그러다 1,200명이 순교했습니다. 그들이 흘렸던 그 피로 교회가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지금 한국교회가 정부에 그런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습니다. 정부의 명령도 잘못이지만, 그걸 바로 지적하지 못한 교회의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속으론 다 부당하다고 느꼈을 겁니다. 그런데도 말하지 못하는 건, 목회자들이 지레 겁을 먹었기 때문이 아닌가 해요. 또 교인들이 떨어질까봐 염려도 됐겠죠. 나름대로는 교회를 지키려고 그랬을 겁니다. 하지만 그게 정말 교회를 지키는 게 아닙니다.

일제 시대, 부끄럽게도 장로교단이 ‘교회를 지킨다’는 생각에 신사참배를 결의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아는 주기철, 손양원 목사님 같은 분들은 끝까지 그것에 반대하다 결국 감옥에 가셨지요. 끝내 순교하신 분들도 있습니다. 지금 역사는 이 사건을 과연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그때의 그 신사참배 결의로 정말 교회가 지켜졌습니까?”

정 박사는 “정부가 교회의 예배에 대해 명령하는 건 잘못”이라며 “그건 교회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김진영 기자

-온라인 예배는 어떻게 보십니까.

“이런 재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드려야 하는 이들도 물론 있겠지요. 그러나 원칙적으로 온라인 예배는 예배가 아니라고 봅니다. 예배가 무엇인지 하나 하나 설명하기엔 지면 제약상 어려움이 있을테니 생략하기로 하고, 쉽게 말하자면, 온라인 예배는 ‘드린다’기보다 ‘보는’ 것입니다. 주일 아침 늦게 눈을 비비며 일어나 파자마 바람으로 예배를 그저 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걸 예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예배의 본질로 돌아갔으면 합니다.”

-현장예배에 대해서는 ‘건물이 교회가 아니므로 반드시 그렇게 드려야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교회가 건물이 아닌 건 맞지요. 그렇다고 건물 자체가 무의미한 것도 아닙니다. 예배당은 하나님께 부름받은 성도들이 모여 주님께 예배를 드리는 곳으로서, 거룩하고 구별된 장소입니다. 성도는 마땅히 그곳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찬양하며 서로 교제해야 합니다.

그런데 건물이 크든 작든, 혹은 좋든 나쁘든 그건 문제될 게 아닙니다. 상가면 어떻고 심지어 창고면 또 어떻습니까. 저는 1966년, 제 나이 20대에 작은 시골 마을에서 천막을 치고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그래도 은혜로 목회하니 3년 만에 헌당을 했습니다. 중요한 건 주님을 향한 사랑과 믿음이겠지요.

우리가 정말 경계하고 비판해야 하는 건 건물로서의 예배당이 아니라 건물에 집착하는 성장주의입니다. 가능한한 예배당을 크게 지어 교인들을 끌어모으려는 바로 그 행태입니다. 건물 무용론은 자칫 ‘가나안 교인’(신앙은 있지만 교회에는 나가지 않는 교인-편집자 주)을 양산하고 무교회주의나 모임 폐기론으로 흐를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즉 코로나 이후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글쎄요. 뭔가 새로운 걸 찾으려는 듯한데, 하늘 아래 새 것은 없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2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하고 인간 역시 죄인이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에겐 주님과 구원의 복음이 전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코로나19가 끝나면, 한국교회는 다시 첫 사랑을 회복하고 이 땅에 복음이 처음 들어왔던 그 때의 믿음을 다시 회복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바닥에서부터 다시 출발하면 됩니다.”

-한국교회가 회개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은 하나님의 말씀을 옳게 증거하지 않은 것을 회개해야 합니다. 복음을 선포하지 않은 것이죠. 요즘 목사들을 보면, 마치 행복의 비결을 전하고 있는 자들 같습니다. 그 메시지라는 것이 단지 심리적 차원에 머물러 있어요. 한 마디로 심리학 이론이랄까요. 이 분야의 원조는 프로이트입니다. 정말 안타깝습니다. 목사는 인간의 영을 흔들어 깨우는 주님의 말씀, 그 복음을 전해야 하는 자들입니다. 그러므로 새해 한국교회가 회복되려면, 강단의 회복이 선행돼야 합니다.

목사들이 이렇게 된 건, 교회가 지나치게 성장주의에 매몰됐기 때문입니다. 온갖 프로그램과 마케팅 방법론을 동원해서라도 교인 숫자를 늘리려 한 탓입니다. 한국교회가 깊이 반성하고 회개해야 할 부분입니다.”

-지난 한 해, 전광훈 목사와 그가 중심이 된 소위 ‘광화문 집회’는 한국교회는 물론, 우리 사회 전체에서 많은 논란을 낳았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전광훈 목사를 비판하는 자들에게서 자주 듣는 소리가 ‘아니, 목사가 왜 욕을 해?’라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목사가 욕을 해선 안 되죠. 그러나 우리가 욕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게 있습니다. 그가 왜 목사가 해선 안 될 욕까지 하느냐는 겁니다. 전 목사 입장에선 대한민국이 사회·공산주의로 기울어가는 마당에 그냥 점잖게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욕이라도 할 수 있으면 해야 한다는 거죠.”

-우리 사회가 정말 사회·공산주의로 기우는 게 맞습니까?

“네, 저도 그렇게 봅니다. 지난 12월에 우리 국회가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권 주도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통과시키지 않았습니까(이후 같은 달 29일 공포됐다-편집자 주)? 과연 이 법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어울리는 그런 법일까요? 전혀 아니죠. 미국과 유엔 등 서방 자유세계의 국가들이 일제히 우려를 나타낸 것만 봐도 이 법이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지켜온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얼마나 어긋나는 것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것 말고도 이 정권의 여러 정책들이 공산화에 대한 걱정을 하게 합니다.

저는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인 1980년에 신학대 총장을 했습니다. 당시 대학 총장들 중에 지금까지 생존해 있는 사람이 아마 얼마 되지 않을 겁니다. 제가 만 39세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총장이 됐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1980년이 어떤 해였습니까? 민주화 열기가 한창 고조되던 때였지요. 그런데 당시 학생들 중에는 민주화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공산주의 사상을 학습한 이들도 많았습니다. 총장을 하면서 그런 학생들을 많이 보았어요.

커뮤티케이션 이론에 ‘먼저 들어간 정보가 나중 들어간 정보를 지배한다’는 것이 있는데, 그 때 의식화 된 학생들이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지도층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물론 생각이 달라진 이들도 있겠으나, 젊은 시절 그들 안에 먼저 들어가 그들의 영혼을 사로잡았던 사상이 그리 쉽게 다른 것에 지배당할 것 같진 않습니다. 제가 80년을 살면서 6.25나 4.19나 할 것 없이 우리 현대사의 변곡점들을 거의 다 겪어 봤습니다. 그런 제가 볼 때 지금 우리 사회가 자꾸만 사회·공산주의로 가는 것 같아 우려가 큽니다.”

정 박사는 “코로나19가 끝나면, 한국교회는 다시 첫 사랑을 회복하고 이 땅에 복음이 처음 들어왔던 그 때의 믿음을 다시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진영 기자

-전광훈 목사 논란으로 인해 ‘교회의 정치참여’ 문제가 논쟁이 되기도 했습니다.

“칼빈은 ‘목사에게는 두 가지 음성이 있다. 하나는 양을 인도하는 목소리고 다른 하나는 이리를 쫓는 목소리다’라고 했습니다. 양을 해치려는 이리가 나타났을 때, 목자는 목숨을 걸고 양을 지켜야 하는 겁니다. 그게 참목자입니다. 이처럼 목사는 우리 사회, 특히 정치가 선교와 예배, 종교의 자유를 위축시키려 할 때, 준엄하게 그 잘못을 꾸짖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 양들, 곧 교인들을 지키는 길이기 때문이죠. 교회의 정치참여 문제도 이런 관점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하나님은 교회당 울타리 안에만 계신 분이 아닙니다. 그 분의 주권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미칩니다. 그러므로 목사는 교회 안에서 양무리를 이끄는 목자이면서 동시에 사회의 리더이기도 합니다.”

-끝으로 새해를 맞은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진실로 한국교회가 복음으로 돌오가는 해가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교회가 살면 한국이 삽니다. 그렇기에 새해에도 한국교회가 희망입니다.”

#정성구 #신년대담 #202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