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성 윤리 관점에서 본 ‘비혼출산’

‘문제점 긴급진단’ 세미나 열려
왼쪽부터 박상은 교수, 현숙경 교수, 명재진 교수, 이상원 교수, 김일수 교수 ©장지동 기자

성산생명윤리연구소(소장 이명진)와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상임대표 이상원)가 공동으로 11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비혼출산 문제점 긴급진단’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이명진 소장의 사회로, 이상원 교수(총신대,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공동대표)의 환영사, 이봉화 대표(행동하는프로라이프 상임대표)의 축사, 발제 순서로 진행됐다.

이봉화 대표는 축사에서 “성과 임신의 분열, 임신과 출산의 분열은 낙태를 도구화하고 이혼과 비혼이 자연스러운 가치관으로 둔갑했다. 이런 분열과 무질서 속에서 등장한 S양의 비혼출산은 정상적일 뿐 아니라 동경할만한 행위로 받아들여지기에 이르렀다”며 “가정은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로서 인류 역사를 통해 건강한 사회와 국가를 이루는 근간이 됐다. 가족의 보편적인 가치관에 도전하는 비혼출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의도적으로 아버지를 없앤 가족이 바람직하고 동경할만한 사회의 모습인지, 아버지를 주지 않을 권리를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이름으로 행사해도 되는지, 그리고 아버지가 없는 아이가 행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고 말했다.

이후 이상원 교수는 ‘비혼출산: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이 교수는 “제3자의 입장에서 S양이 비혼출산을 결심하기까지 개인적으로 겪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마음의 고통을 가볍게 지나쳐서는 안 될 것”이라며 “남자친구와의 연애실패로 인한 마음의 상처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싶지만 사랑하는 배우자를 만나는 일이 뜻대로 잘 되지 않는 데 따르는 안타까움 등의 문제들은 우리나라의 청년 남녀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이기도 하며, 이 어려움을 공감하면서 문제들을 함께 풀어가고자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생명윤리와 성 윤리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S양이 개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선택한 방법 곧 시험관수정방식에는 가볍게 간과해서는 안 될 윤리적인 함정들이 숨어 있으며, 더욱이 이 함정들에 대한 충분한 성찰이 없이 이 방법이 덜컥 법제화되어 합법적인 출산방식으로 정당화될 때 우리 사회 전체에 찾아올 피해가 심대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S양의 비혼출산이 제기하는 윤리적인 문제들은 두 곳의 진원지에서 시작된다. 하나는 시험관 수정 시술을 이용하여 아기출산을 시도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비 배우자간 수정 곧 배우자가 아닌 남성의 정자를 이용하여 아기를 갖고자 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비혼출산은 결혼을 하지 않고 인위적인 방식으로 수정을 하여 자녀를 얻는 방법이다. 특히, 시험관 수정-배아이식 방식으로 자녀를 갖기를 시도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비혼출산을 하려고 결심할 만큼 아이를 키우고 싶어 하지만 일생을 같이 할 배우자를 얻기가 쉽지 않고 이로 인해 겪어야 할 고통에 대하여 우리는 공감하며 함께 해결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이 난관을 결혼관계 밖에서의 시험관수정-배아이식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하면 고통을 해결하는 것을 능가하는 심각한 생명윤리와 성윤리상의 문제들을 산출하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려우며, 더욱이 이를 법제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우선 시험관 수정은 높은 실패율로 인한 살아 있는 인간생명인 배아파괴를 수반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기독교생명윤리의 관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도 “시험관수정은 배아파괴 이외에도 난자채취과정에서 여성의 신체에 무리를 초래하고 산전조작 과정에서 태어날 아이에게도 상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 산전 진단을 통하여 질병의 가능성이 예측될 때 낙태시술을 하려는 유혹을 받게 되고, 배아 자신으로부터 고지된 동의를 받을 수 없다는 점, 자녀출산이 성교행위로부터 단절된다는 등의 많은 부작용을 수반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뿐만 아니라 타인의 정자 혹은 난자를 이용하여 자녀출산을 시도하는 방식은 출산된 자녀로부터 풍부하고 따뜻한 출생기원의 밭을 제거해 버리며, 이로 인하여 자녀의 자기 정체성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게 되며, 레즈비언이나 동성애자들에게 가족이나 결혼관계와 단절된 비정상적인 자녀출산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결혼과 가족에 대한 오해와 혼란과 해체를 초래하며, 정자와 난자 그리고 아기를 매매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등의 성윤리상의 심각한 문제들을 제기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비혼출산은 허용되어서는 안 되며, 더욱이 비혼출산에 따르는 심각한 문제점들에 대한 진지한 토의를 거치지 않은 채 법제화하는 일은 더더욱 있어서는 안 된다”며 “자녀출산은 결혼과 가족이라는 지평(地平) 안에서, 부부간의 연합적 사랑과 이 사랑 안에서 이루어지는 성교의 열매로서 나타나야 한다. 인간의 생명을 파괴하는 것을 합법화하고 보편적인 결혼질서를 망가뜨리는 관행을 합법화하는 법은 악법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서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명재진 교수(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는 ‘비혼 보조생식술 관련 법적 문제점들’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명 교수는 “비혼 보조생식술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재생산권을 보장하는 시술로 평가된다”고 했다.

그는 “보조생식술로 대표되는 생명의료과학기술의 이용이 여성의 모성적 삶의 원인이 되는 임신·출산의 조절가능성을 제공하여 여성의 자유와 평등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며 “그러나 보조생식술은 생식세포가 인간으로부터 분리되어 인간이 의도하는 편의적인 이용 가능한 대상 내지 객체가 되고, 생명체인 배아를 실험용으로 도구화하여 인간의 존엄성과 여성 및 아이의 인권이 파괴된다는 윤리적·법적 문제점들이 있다”고 했다.

이어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 ’은 상업적인 생식세포의 거래를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고, ‘모자보건법’도 부부의 난임치료를 위해 난임시술 의료기관을 정하도록 하고 있어 비혼의 보조생식술은 국내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며 “‘대한산부인과학회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에 따르면 ‘정자 공여 시술에 관련하는 자는 공여 과정을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함으로써 정자를 무분별하게 이용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거나 인체에 위해를 끼치는 것을 방지하여야 한다’, ‘정자 공여 시술은 원칙적으로 부부(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경우를 포함한다)만을 대상으로 시행한다’라고 하여 비혼여성에 대한 보조생식술을 규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생식세포 기증·수증은 여성의 입장에서 반드시 남성 배우자가 있지 않더라도, 그리고 가임기간이 지났더라도 임신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자녀를 두고자 하는 의지가 불임 여부, 혼인 여부, 가임기간 경과 여부 등에 관계없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생식세포의 수증을 통해 이루어지는 보조생식술의 이용을 통해서는 불임인 자는 물론 독신 여성이나 동성애적 성적 지향이 있는 여성·남성, 그리고 가임기간이 지난 여성까지도 임신을 할 수 있어서 배아세포의 상업화, 낙태, 동성애 합법화, 여성의 임신도구화로 인한 인격권침해, 대리모 등의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재의 규제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아울러 “비혼 보조생식술은 여러 차원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다. 가장 문제는 이러한 시술이 상업적인 광고에 의해 더욱 조장되는 경우에 아이 출산을 사랑을 기반으로 하는 가족공동체가 아닌 생식세포 제공회사의 이익을 위해 디자인된 아이들의 출산이 조장될 수 있으며, 여성 개인의 편의적인 목적으로 아이들이 이용될 수 있어 인간의 존엄성은 심각히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며 “또한 이러한 보조생식술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낙태나 여성의 신체에 대한 심각한 침해도 또 다른 인권침해의 부작용들이라 지적할 수 있겠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있는 비혼 보조생식술은 현행법들처럼 규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서 세 번째로 현숙경 교수(침례신학대학교 실용영어학교, 바른인권여성연구소장)가 ‘여성학적 관점에서 본 비혼출산의 문제점과 대안’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현 교수는 “이 사회는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이 사회는 건강한 사회의 근간인 건강한 가정이 해체의 위기에 이르렀음을 직시해야 한다”며 “변화에 맞춰 비혼출산,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할 것이 아니라 기본으로 돌아가서 건강한 가정의 중요성을 더욱 더 강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 네 번째 순서로 박상은 원장(4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장, 한국생명윤리학회 고문)은 ‘비혼영성의 임신과 출산’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박 원장은 “S양의 안타까운 사정을 들으면서 동정이 가기도 하지만 향후 생명의 존엄성과 가정의 해체 등을 생각하면 이대로 바라보고 있을 순 없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왜냐하면 단지 비혼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미끄럼 경사길이 되어 다양하고 훨씬 더 심각한 생명윤리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S양의 이번 비혼출산과 양육을 계기로 다시금 목적적 존재로서의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되새겨 보며 아울러 가정의 소중한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를 회복했으면 한다”고 했다.

한편 이후에는 전윤성 변호사(자유와평등을위한법정책연구소 연구실장, 복음법률가회), 박경미 공동대표(케이프로라이프), 전해성 사무총장(바른인권여성연합)의 토론이 이어졌다.

세미나 진행에 앞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장지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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