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과연 예배 위기의 유일한 원인일까”

정현구 목사, 19일 서울영동교회 주일예배서 설교
정현구 목사가 주일예배에서 설교를 하고 있다. ©서울영동교회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정현구 목사(서울영동교회)가 19일 주일예배에서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행8:1~5)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정 목사는 “윈스턴 처칠(영국 총리)은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고 말했다”며 “위기 속에 기회를 찾으라는 뜻이다. 구약 성경에 핵심적인 사건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출애굽 사건’이며 둘째는 ‘바벨론 포로 사건’이다”고 했다.

이어 “출애굽 사건은 노예를 벗어나는 이야기라면 바벨론 포로 사건은 포로가 되어 잡혀가는 내용이다”며 “출애굽은 하나님의 임재와 현존을 깨닫게 해주는 사건인 반면에 바벨론 사건은 우리를 구원해 주신 하나님은 어디 계시는지 질문하는 하나님의 부재를 고민하게 하는 사건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출애굽 이후는 성전 중심의 신앙이 자리를 잡게 된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은 기회를 낭비하므로 위기를 맞이한다”며 “이스라엘은 남북이 나뉘어서 북이 먼저 망하고 후에 남이 망하면서 백성들이 포로로 잡히고 성전이 무너진다. 하나님의 백성들이 이방인들의 손에 포로가 됐다는 사실을 이들은 이해하지 못해 고뇌했다. 그 때 선지자들이 포로가 된 이유를 거룩하신 하나님이 살아 계시기 때문임을 깨닫게 한다”고 했다.

또 “무엇보다도 이전의 신앙의 방식을 할 수 없었던 그 때에 작은 회당들을 흩어진 곳곳에 세우게 된다”며 “양을 잡아 제사를 드리던 방식에서 율법책을 읽고 듣는 방식으로 신앙을 지속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이전의 ‘성전, 제사 중심’의 방식에서 ‘회당과 율법 중심’에 새로운 신앙의 틀을 향해서 가게 된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위기 속에서 회당 중심의 신앙을 발견하게 되면서 비로소 율법을 통해 (신앙이) 전승되며 정체성 확고해지고 신앙이 존속할 수 있게 되었다”며 “위기가 기회가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신약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며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고 부활하시며 오순절 때 성령님이 임하신다. 그 때 베드로의 설교를 듣고 많은 이들이 회심해서 교회로 오게 된다. 짧은 시간 안에 대형교회가 생겼는데 그것이 ‘예루살렘교회’이다”고 했다.

이어 “예루살렘교회는 부활하신 예수님이 곧 바로 재림하실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며 “그러나 속히 오리라는 재림 대신에 큰 핍박이 교회를 찾아오게 된다. 그 핍박의 중심에는 ‘바울’이 있었다. 이 핍박으로 예루살렘교회 성도들이 흩어지게 되는 위기가 찾아 왔지만 흩어진 이들이 흩어진 곳에서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이 부분이 오늘 본문의 말씀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만약 예루살렘교회에 핍박이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예루살렘교회는 하나의 대형교회가 되어 예루살렘이라는 한 지역에 갇혀 세계선교의 비전은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위기 속에 흩어짐으로 인해 복음이 유대와 사마리아를 넘어 온 세계에 전해지는 위대한 기회가 된 것”이라고 했다.

정 목사는 “현재 코로나가 모든 삶의 영역을 바꾸는 큰 위기가 되어 교회 또한 위기의 한복판에 있다”며 “주일예배에 성도들이 다 참석이 어렵게 되고 마스크를 쓰고 찬양을 해야 한다. 주일학교 모임도 제대로 할 수 없어 줌(zoom)으로 진행, 구역모임 정지, 늘 열렸던 여름, 겨울 수련회 및 해외단기선교 또한 취소되었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위기 속에서 우리는 코로나가 빨리 종식되어 이전에 교회생활로 돌아가야 되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며 “코로나가 바꾼 위기 속에서 찾아야 될 길을 모르고 있다면 아마도 이 위기는 진짜 위기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위기 속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며 “위기가 아니면 깰 수 없던 관습과 틀을 버리고 본질을 충실히 담아내어 생명력이 충만한 교회가 되는 길을 가고자 노력한다면 위기지만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코로나가 가져다 준 위기 중에 대표적인 것은 예배의 위기다”며 “마음 놓고 교회에 나와 예배드릴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랄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 상황이 다 해결이 되고 현장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된다면 위기가 다 해결되는 것인가”를 물었다.

이어 “코로나가 과연 예배의 위기의 유일한 원인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며 “우리는 코로나 이전에도 매주 예배를 드렸다. 그러나 주일날 예배에 참석한 것으로 정말 예배를 드린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그리고 예배를 드리러 교회에 왔지만 자신이 필요한 것을 구매하기 위해 온 ‘영적 소비자’와 같은 모습으로 예배를 드렸다면 예배의 위기는 바로 그 때부터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비대면 시대, 홀로 있게 되는 시간이 많아지는 이 때에 우리의 선택에 따라 하나님 아닌 것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릴 수도 있고, 오히려 하나님의 말씀을 더 잘 묵상하고 담을 수 있다”며 “이 기회에 본질적인 원인을 잘 찾아내어 참 주님을 향하고 더 말씀을 사모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공적예배가 제한을 받는 위기 속에 주일뿐만 아니라 주중시간과 내가 있는 모든 시간에서 하나님을 예배하고 말씀을 붙들어 개인의 예배가 회복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며 “또 교회만큼 잦은 만남이 있는 곳이 별로 없다. 코로나로 인해 이러한 모임이 없어졌다. 생각해보면 만남을 귀하게 여기지 못하고, 참된 만남을 지속하지 못했던 우리들의 모습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된다”고 했다.

또 “진정으로 우리를 살리는 만남은 영혼과 영혼이 만나는 진정한 만남이며 그 속에 예수 그리스도가 있어야 한다”며 “이 위기 속에 물리적인 만남은 줄어들었지만 진실한 만남을 지속해야 한다. 그것은 대면적인 만남이 아니더라도 비대면적인 만남으로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표적으로 예배와 만남의 위기를 말했지만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교육과 선교’이다”며 “지적 전달은 영상을 통해 효과적으로 할 수 있지만, 인격 교육은 인격이 함께 만나야 된다. 우리는 영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많은 제약이 있지만 이것이 바른 길로 향하도록 몰아간다”며 “한 가지 예를 들면 이전엔 주일학교 교육을 주일학교 선생님이 해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주일학교 선생님은 단지 보조이며 가정에서 부모가 교육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선교 또한 특별히 선교에 대한 열정이 있는 사람을 먼 곳으로 보내는 것만을 선교라고 여겼다”며 “이 곳에 있는 교회의 모든 성도들이 나 자신이 서 있는 모든 곳에 보냄을 받은 선교사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코로나)위기 속에서 복음을 더 깨닫고 교회의 본질을 붙드는 자들의 수가 더 적어질지 모른다”며 “더 분명하고 강해진 남아 있는 소수자들을 통해서 새롭게 복음의 역사가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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