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위해 불가피” VS “낙인 찍혀”

교회일반
교회
김진영 기자
jykim@cdaily.co.kr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실명 공개 여부에 대해
사랑의교회 예배당에서 방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기사 내용과 무관). ©사랑의교회

일부 교회와 관련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그에 따라 교회 이름이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되면서 논란도 생기고 있다. 실명을 밝히는 것을 두고 방역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과 자칫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 약국에 ‘교인 출입 금지’ 팻말도”

최근 이태원 클럽과 관련된 확진자가 감염 사실을 모른채 다녀가 집단감염이 우려됐던 인천 온사랑교회는, 그러나 평소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로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서 방역당국과 언론 등에서 ‘모범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교회 담임 이광식 목사는 얼마 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건 발생 초기 교회 이름이 그대로 노출되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이 목사는 “그 여파가 너무 컸다. 교회 주변 아파트마다 주민들에게 ‘온사랑교회 분들은 외출하지 말라’는 식으로 방송을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 목사는 또 “주변 약국에는 ‘온사랑교회 교인 출입 금지’ 팻말도 걸렸다. 주변 아파트 주민들도 ‘저 집은 코로나19 걸린 교회에 다니는 집’이라고 하면서 그렇게 말을 한다고 한다”며 “안전과 방역을 위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안 좋은 시선이 섞인 여론들을 치료하는 차원의 언론 보도도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2월 말경, 명성교회 부목사가 당초 ‘양성’ 판정을 받았을 때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대형교회였던 만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국민적 우려를 낳았지만 결과적으로 확진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목회자는 “처음 감염되었다는 뉴스를, 방송사들과 신문사들은 전 국민이 충격 받을 정도로 대서특필했다. 그 여파는 상상 이상이었다”고 했다.

특히 해당 부목사가 이후 두 차례 재검사에서 모두 ‘음성’이 나오자 “방역당국과 언론이 너무 성급하게 교회 실명을 공개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후유증도 있었다. 명성교회에서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한 언론이 “최근 서울 시내의 코로나19 집단 감염은 강동구 명성교회 등 교회를 중심으로 발생했다”고 보도하면서 이후 정정보도를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던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 뉴욕의 한인교회인 베이사이드장로교회의 담임 이종식 목사는 최근 목회서신에서 미국이 한국처럼 일일이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자유를 중시하는 정신 때문”이라며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공공 안전 위해 감내해야 할 상황”

그러나 전염병 확산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개인이나 개별 단체의 권리가 일부분 유보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의도치 않은 피해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지금은 전체를 위해 그런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조성돈 교수(실천신대 목회사회학)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감시사회로 가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있지만, 비상상황이다보니 어느 것이 더 옳다고 말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현재 한국은 (단체의 실명과 개인의 동선을) 공개하고 있는데 교회라고 자유로울 순 없을 것 같다. 공공의 안전을 위해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추후 이 부분에 대해 반드시 짚고는 넘어가야 할 필요는 있다. 국민들 전체의 의식을 위해서라도 한 번 정도는 다뤄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정훈 교수(울산대 법철학)도 지금은 교회가 ‘실명 공개’ 여부에 대해 논쟁하기보다 방역에 최선을 다하면서 모범을 보여야 할 때라고 했다. 방역 차원에서 언론 등에 이름이 노출되더라도 일단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전염병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공동체의 안전과 개인의 프라이버시 중 어느 것을 우선할 것인가의 문제는 각각 그 장단점이 있기에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며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 국가들이 한국 등 동양에 비해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는 면이 있지만, 또한 그 때문에 우리보다 방역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따라서 교회의 실명 공개로 인한 어려움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그것은 어쩌면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고통일 수 있다”며 “지금은 사회의 안전을 위해 그것을 감내하면서 방역을 철저히 하는 등 교회 다운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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