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음성’ 다행이나 후유증도 있네요”

교회일반
인터뷰
노형구 기자
hgroh@c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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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 방역’ 찬사받은 온사랑교회의 이광식 목사
온사랑교회 전경 ©노형구 기자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인천의 학원 강사 A씨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현재까지 17명이다. 그 중 학원 수강생 2명이 감염사실을 모른 채 동구 온사랑교회, 미추홀구 팔복교회에 다녀간 사실이 알려져 방역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교인 모두(팔복교회 485명, 온사랑장로교회 303명)가 최종 음성 판정을 받으면서 국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후 이 두 교회가 감염예방수칙을 철저히 지켰다는 소식이 언론 등을 통해 전해졌다. ‘기적’이라고 표현한 언론도 있었다. 이에 본지는 온사랑교회를 담임하는 이광식 목사를 18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Q. 이태원 클럽에 다녀온 인천 학원 강사로부터 온사랑교회 교인인 여고생(16)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심경이 어땠나?

A. 지난 13일 아이가 확진판정을 받고 새벽 3시가 넘어서 연락을 받았다. 엄마가 아이와 함께 앰뷸런스를 타고 간다고. 엄마가 너무 불안해했다. 아이와도 통화했다. 아이가 많이 울었다. 자기가 코로나19에 걸린 것 보다 ‘교회 어떻게 하느냐’고 교회 걱정을 많이 하더라. 나는 괜찮다고 토닥여줬다. 그런 얘기를 들으니 많이 가슴이 아팠다. 교회를 생각하는 그 아이의 마음이 너무 귀했다.

Q. 그 여고생이 8일부터 10일까지 매일 교회에 다녀갔다는데, 예배에 참석한 건가?

A. 정확히는 6일, 9일, 10일이다. 수요예배, 토요일 학생예배, 주일 2부 예배 이렇게 참석했다. 8일은 금요예배인데 감기 증상이 있다고 해서 빠졌다. 특별한 일 아니면 공적 예배는 다 드리는 아이였다.

Q. 코로나19 확진 소식을 들었을 때 교회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했나?

A. 아이가 13일 확정 판정을 받은 뒤 보건소로부터 새벽 3시 반 즈음에 연락을 받았다. 교역자들도 모두 교회에 긴급히 왔다. 그날 새벽예배를 잠시 취소했다. 우리는 보건소에서 올 것을 알고 당시 주일예배(10일) 참석 명단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이와 함께 교인 연락처, 보건소에 제공할 예배 자료화면 등도 아침에 준비해놓았다. 보건소 담당직원들하고 통화하고 아침 7시 반 즈음에 방역팀이 교회로 왔다.

Q. 이번에 온사랑교회 교인 전원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교회가 2~3차 감염을 막을 수 있던 것이 방역수칙을 잘 지켰기 때문”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동안 교회는 어떻게 방역을 해왔나?

A. 1월 말 처음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부터 의사가 비닐장갑을 교인들 전체가 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그 때부터 예배시간에 교인들 전체가 비닐장갑을 끼고 마스크를 썼다. 참석 전에는 일일이 발열체크와 손 소독을 하고 자리도 2m간격을 유지해 앉았다. 예배당에는 스티커를 부착해 지정좌석제를 실시했다. 2월부터 안전을 지키려고 했다. 문제는 교인 간 2m 간격을 유지하기에는 예배당이 다소 협소했다는 점이다. 이에 예배 시간을 여러 개로 나누고 교인들을 분산시켜 참석하도록 독려했다.

온사랑교회 이광식 목사 ©노형구 기자

Q. 실제로 교인들의 온라인 예배 참석 비율이 높아서 2~3차 감염을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도 있는데?

A. 온사랑장로교회 전체 등록교인은 654명이다. 실제 출석교인은 540명인데 코로나19 탓에 평균 예배 인원은 350여 명으로 줄었고 나머지 200여 명은 온라인 예배에 참석했었다. 13일 당시엔 303명이 참석했다. 정부가 교회에 집합예배 금지명령을 내린 3월 달에는 온전히 영상예배만 드렸다. 부활절 이후부터 한국교회가 현장예배·온라인예배 둘 다 병행하니까 그에 맞춰 우리교회도 병행해왔다.

Q. 이번 온사랑교회와 팔복교회는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 이태원발 코로나19의 3차 감염을 막았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그간 ‘한국 교회는 이웃을 생각하지 않고 예배로 모이는 데만 급급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A. 교회는 세상과 분리되지 않는다. 세상과 함께 간다. 세상 속에 있는 곳이 바로 교회다. 교회는 세상 속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지 세상과 분리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함께 하는 삶의 지혜로움, 분별력이 필요하다. 우리의 가치를 지켜가면서 동시에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은 분리될 수 없다. 이처럼 두 가지를 균형 있게 하는 것이 교회가 드러낼 모습이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예배적 가치와 지역사회와 이웃의 평안을 도모하는 것, 교회는 이 둘다를 모색해야 한다. 함께 하는 신앙이 이처럼 중요한 것이다.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시는 것처럼 교회는 세상과 어떻게 함께할지도 모색해야 한다.

어려운 점은 언론이나 주변에서 방역을 잘했다는 찬사에도 불구하고 세상으로부터 받는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교인들이 직장이나 주변에서 온사랑장로교회에 다닌다고 눈총을 받았다고 한다. 주변 약국에는 온사랑교회 교인 출입 금지 팻말도 걸렸다. 우리 교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폐쇄되면서 이런 것이 언론에 노출되다 보니 그런 아픔이 있었다. 지금 그것을 수습하는 게 힘들다.

Q. 방역을 잘 했다는 언론 보도에도 그런 시선을 받는 건가?

A. 그렇다. 언론이 그렇게 보도한 부분은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지역사회 안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 있다. 그것이 너무 커서 여전히 온사랑교회, 팔복교회 교인들에 대한 경계가 있다.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주변 아파트 주민들도 “저 집은 코로나19 걸린 교회에 다니는 집”이라고 하면서 그렇게 말을 한다고 한다. 지역 대학병원들도 온사랑교회, 팔복교회 성도들은 출입을 못하게 한다.

정부나 언론들이 코로나19 이후 이런 점을 헤아려 주었으면 한다. 안전과 방역을 위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안 좋은 시선이 섞인 여론들을 치료하는 차원의 언론 보도도 필요하다. 코로나19로부터 완치 받고 자가 격리가 해제됐음에도 재확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 사람을 멀리한다. 심지어 직장에서 해고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Q. 정부가 그 동안 교회가 마치 코로나19 감염지의 온상인 것처럼 지나치게 강경대응했다는 비판도 있다.

A. 13일 새벽부터 우리교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급속히 준비했다. 오전 8시에 보건소 직원들이 왔고 이들에게 제공할 명단, 영상자료 등 모든 준비를 철저히 했다. 그런데 그날 오전 10시에 인천시로부터 재난문자를 받았다. ‘동구 온사랑장로교회, 미추홀로 팔복교회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등의 내용이었다. 교회 이름을 실명으로 보낸 것이다. 이태원 클럽 확진자가 강사로 있던 학원의 실명은 처음에 나오지도 않았다. 그 때부터 혼선이 왔다. 보건소에서도 당황했다. 일방적으로 인천시 재난관리과에서 재난문자를 보낸 것이다. 그 때부터 온사랑장로교회, 팔복교회란 이름이 노출되자 언론들도 당시 교회 이름을 아예 오픈하면서 보도했었다. 그것을 놓고 시 관계자들에게 건의했다. 인천시장이 사과를 했다. 그런데 그 여파가 인천 지역사회에서 너무 크다. 교회 주변 아파트마다 주민들에게 방송을 하기 시작했다. 가령 ‘온사랑교회 분들은 외출하지 말라’는 식으로.

온사랑교회 이광식 목사 ©노형구 기자

Q. 코로나19가 한국교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나?

A. 우리 교회 교인들이 음성판정을 받았고 자가격리도 해제된다. 상당히 조심하고 있다. 그래도 후유증이 있을 것이다. 현재 교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떤 분은 믿지 않은 가정에서 신앙을 하고 있는데 이번 일 때문에 교회를 다니는 것에 대한 가족들의 반대도 있다고 한다. 교인들 중에는 코로나19가 종식돼도 ‘교회에 다시 나가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특히 교회가 겪는 어려움이 언론에 많이 노출됐다. 인터넷에는 ‘교회 안 모여도 되는 것 아니냐? 온라인 예배 드리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의 글도 있다. 이런 것들이 아직 신앙이 약한 교인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면 교회를 떠나닌 이들도 늘어날 것 같다. 앞으로 교회가 전도하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 한국교회가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지혜가 필요하다. 상처가 나기는 쉬어도 그것이 아무는 데는 몇 배의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정반대로 이번 어려움을 통해 믿음을 더 공고히 하는 교인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교회는 교회 내 핵심 그룹의 뿌리를 든든히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결국 왜곡된 여론이나 환경도 핵심 그룹을 통해서 고쳐나가는 게 필요하다. 교회가 소망을 가지고 인내하면서 가야 할 것 같다.

Q.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고난을 딛고 교회가 부흥할 수 있을까?

A.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의 문제다. 신명기, 사사기 등을 보면 하나님은 전쟁에서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을 돌려보냈다. 믿음이 없는 자들이 싸움에 참여하는 것을 경계하셨다. 남은 자가 얼마든 믿음의 사람만 있다면 하나님이 반드시 역사하실 것이다. 교회 안에 1명이든 10명이든 소수일지라도 ‘남은 자(Remnant)’가 있다면 하나님의 역사가 일어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교회가 핵심 그룹에게 믿음을 독려하는 일을 멈추면 안 된다.

하나님이 여리고성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침묵하게 하신 것처럼, 낙심의 말들이 우리에게서 많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성도들이 선한 믿음의 말을 많이 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한국교회 전체를 살리는 일이다. 교인들이 서로에게 선한 말과, 믿음의 말들을 해줄 때 좋은 회복의 역사가 일어날 것이다. 또 교회는 그런 믿음의 사람들을 찾고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하나님은 믿는 자들을 통해서 일하신다.

Q. 끝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매일 눈물이 난다. 성도들이 겪는 아픔을 잘 알기 때문이다. 온사랑교회 교인들 한 명도 예외 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웃, 가정, 직장 등에서 말이다. 아무쪼록 성도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잘 견디기를 바란다. 그 견딤 속에서 하나님의 역사가 일어나기를 바란다. 그래도 우리 교회 같은 경우 언론 등에서 선한 모습으로 비춰져 너무 감사하다. 24일부터 밀접접촉자에 대한 자가격리가 해제되는데 추가적인 증상이 없기를 바란다. 한국교회에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에 온사랑교회는 매일 저녁 8시에 성도들이 모여서 함께 기도를 하고 있다. 영적 싸움을 하는데 많이 힘들다. 한국교회의 격려와 중보기도가 절실하다. 한국교회가 공동체 의식을 갖고 연약한 교회를 위해서 기도하면 큰 힘이 될 듯하다.

온사랑교회 입구에는 방역물품과 마스크 등이 비치돼 있었다. ©노형구 기자
온사랑교회 입구에는 체온계, 출입명부 등이 비치돼 있었다. ©노형구 기자

#온사랑교회 #이광식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