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하나 씨, 국내 첫 탈북민 간 신장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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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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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탈북민 주명희 씨 위해 지난 12월 말 신장기증 실천
손하나씨와 주명희씨의 모습.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기독일보 이나래 기자]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지난 12월 28일 오전, 서울아산병원에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북한이탈주민이 같은 북한이탈주민을 위해 신장을 기증했다고 밝혔다. 주인공은 손하나 씨(48세,여)와 주명희 씨(40세,여)이다.

두 사람은 지난 2011년 북한에서 한국으로 건너왔다. 손 씨는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북한에 두고 왔고, 주 씨는 미혼으로 아버지와 형제들을 북한에 두고 홀로 탈북을 했다. 탈북 이후 하나원에 입소해 같은 방을 쓰게 된 두 사람은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이 떠오를 때마다 서로를 의지하며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손 씨는 동군포 톨게이트에서 일하며, 주 씨는 식당일을 하며 한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러나 평온한 일상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2012년, 한국에 들어온 지 1년 만에 주 씨가 당뇨병을 진단받게 된 것이다.

주 씨는 당뇨병이 발병한 이후, 어지러움이 심해지고, 몸이 붓기 시작하면서 계단도 오르기 힘들어져 다니던 식당마저 그만두어야 했다. 그리고 2014년에는 후유증으로 신장이 모두 망가져 11월부터 혈액투석을 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일주일에 세 번, 하루 반나절씩 이어지는 혈액투석 치료를 평생 받아야만 한다는 사실에 주 씨는 절망했고, 건강은 점점 나빠지기만 했다.

투병생활로 고통스러워하는 주 씨를 옆에서 지켜보던 손 씨는 안타까운 마음에 자신의 신장 하나를 기증하기로 결심했다. 친자매처럼 다정하게 지냈기 때문에 주 씨가 친동생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으로 기증을 결심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신장이식 수술은 순탄치 않았다. 둘 사이가 친족이 아니었고, 수술을 동의해 줄 가족이 한국에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8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찾아 도움을 요청한 두 사람은 수술에 필요한 검사를 진행하고, 서류를 작성하는 등 신장기증으로 건강을 되찾게 될 날만을 고대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26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동의해 줄 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수술 승인 반려 통보를 받으면서 11월 2일 예정되어 있던 수술이 물거품이 되었다.

“홀로 탈북한 탈북자는 사랑하는 동생을 위해서 신장기증을 할 수조차 없다는 것에 크게 상심했지만, 그래도 친동생 같은 명희를 살리기 위해 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큰 시련 앞에서도 동생을 살리고자 하는 손하나 씨의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변호사 자문을 받아 장기이식법에 의거해 성인인 경우 가족동의가 없이도 신장을 기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를 토대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등 수술 승인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그 결과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 극적으로 수술 승인을 받았다.

지난 28일, 2016년 새해를 목전에 두고 서울아산병원에서 한덕종 교수팀이 집도하는 신장이식수술을 진행했다. 수술이 이루어지기까지 순탄치 않았던 만큼 이식을 받게 된 주 씨는 “아직도 신장이식을 받는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식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게 되면 하나 언니의 인생에 힘이 되는 동생으로 평생 언니 곁을 지킬 것”이라고 수술을 앞두고 소감을 전했다.

손 씨 역시 “어려움이 많았지만, 아끼는 동생 명희를 위해 신장 하나를 기증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이 명희가 수술 이후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한편 현재 기초생활수급자로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은 주명희 씨를 위해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수술비를 후원한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박진탁 이사장은 “손하나 씨의 신장기증 의사를 듣고 크게 감동 받았다”며 “손하나 씨와 주명희 씨, 두 사람 모두 수술 후에 건강을 회복해 한국에서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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