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소방 예산을 ‘재정 빨대’에 비유한 발언에 대해 거듭 사과했지만, 도내 일부 소방관들은 부적절한 표현과 사과 방식에 반발했다. 부천 공장 화재 진압 중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영결식까지 치러지면서 일선 소방서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20일 경기도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추 지사는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최근 저의 발언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소방관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추 지사는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소방 예산을 ‘재정 빨대’에 비유해 논란을 빚었다. 이후 김 소방위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자리에서도 사과했지만, 당시 사용한 표현을 둘러싸고 비판이 이어졌다.
추 지사는 빈소에서 “제 의도와 다르게 전달이 됐다면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리고 사과를 바라시니까 정말 마음을 다해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사과를 바라시니까’라는 대목이 사과의 진정성을 둘러싼 논란으로 번졌다.
“발언 취지 이해해도 표현 잘못”…현장 사기 저하 호소
도내 한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9년 차 A소방장은 추 지사의 발언 이후 조직 분위기가 가라앉았다고 전했다. 그는 “출근하면 사기가 떨어진 게 눈에 보이고, 농담 삼아 ‘빨대가 출근했다’는 말을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소방관들이 SNS에 “내가 빨대였다니”라며 좌절감을 표현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도지사 명의로 전달되는 축기나 근조기를 설치한 뒤 치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B소방교는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지방정부에 소방 재정 부담이 남아 있다는 발언 취지는 이해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기도를 대표하는 기관장이 생중계되는 국정감사장에서 굳이 그런 표현을 썼어야 했는지 의문”이라며 “그런 표현은 분명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C소방위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사과가 충분히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억지로 사과한 게 아닌가 싶다”며 “발언도 발언이지만 순직 소방관을 기리는 메모리얼데이 예산이나 각종 예산도 삭감됐는데, 이 역시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진석 소방위 영결식 이후 추모 분위기
발언 논란과 함께 일선 소방서에서는 순직한 동료를 애도하는 분위기도 이어졌다. 김 소방위는 부천시 공장 화재 진압 과정에서 순직했으며, 영결식은 지난 19일 진행됐다.
소방관들은 고인의 희생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김진석 소방위의 용기와 헌신을 전국 소방공무원 모두가 기억하고 있다”고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