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의 스크린 사용과 억제조절력 사이의 연관성이 개인별 뇌 백질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온라인 동영상이나 비디오게임 등의 사용 양상과 인지 기능의 관계가 모든 아이에게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장문영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서울대학교병원·서울대학교·울산과학기술원(UNIST) 공동연구팀은 7~17세 소아·청소년 150명을 대상으로 스크린 사용과 억제조절력, 뇌 백질 특성의 관계를 분석했다.
억제조절력은 불필요하거나 자동적으로 나오는 반응을 억제하는 능력으로, 인지 조절의 중요한 요소다. 연구팀은 2022년 2월부터 2024년 9월까지 수집한 자료를 활용해 스크린 사용 양상과 이 능력의 연관성을 살폈다.
분석 결과, 스크린 사용 관련 설문 점수가 높을수록 억제조절력이 낮은 경향이 나타났다. 다만 이번 연구는 한 시점의 자료를 분석한 것으로, 스크린 사용이 억제조절력을 떨어뜨렸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설문·인지 검사·MRI로 뇌 백질 특성 분석
연구팀은 보호자 설문으로 TV·영화, 온라인 동영상, 비디오게임, 문자메시지, 소셜미디어, 영상통화 등의 사용시간과 문제적 사용 양상을 평가했다. 억제조절력은 스트룹 색상-단어 검사로 측정했다.
뇌 백질은 확산강조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살폈다. 좌우 상종섬유 I·II와 III, 궁상섬유, 대상다발 등 총 8개 경로의 분획비등방도(FA)를 분석했다. FA는 물 분자의 확산 방향성을 바탕으로 백질의 미세구조적 특성을 반영하는 지표다.
연령과 성별을 고려했을 때 스크린 사용 관련 설문 점수가 높을수록 스트룹 검사의 간섭점수가 높아 억제조절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관계는 우측 상종섬유 I·II의 FA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FA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서는 높은 스크린 사용 관련 점수와 낮은 억제조절력 사이의 연관성이 뚜렷했다. 반면 FA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이러한 조절효과는 주분석에서 다중비교 보정 기준을 충족했다.
◈“개인별 차이 확인… 장기 추적관찰 필요”
연구팀은 우측 상종섬유 I·II의 미세구조적 특성이 스크린 사용과 낮은 억제조절력 사이의 연관성을 완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백질이 스크린 사용의 영향을 직접 막아준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장문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스크린 사용 관련 설문 점수와 억제조절력의 관계가 모든 소아·청소년에게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개인별 뇌 백질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백질이 스크린 사용의 영향을 직접 줄이는 보호효과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라며 “장기간의 추적관찰과 객관적인 스크린 사용 측정을 통해 이러한 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발달 인지 신경과학』(Developmental Cognitive Neuroscience)에 게재됐다. 장문영 교수가 제1저자, 김재원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