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가이드북은 의견 수렴 단계
서울교육청, 별도로 지도자료 추진
‘성적지향’ 등 포함 여부 확답 안 해
부모들 “제작 과정 투명하게 공개를”
PACER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모든 학생의 인격과 존엄성이 존중받아야 하며, 어떠한 학생도 부당한 차별이나 괴롭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지지한다”며 “그러나 혐오와 차별을 예방한다는 명분이 특정한 이념이나 가치관을 일방적으로 교육하고, 학생의 정당한 의견 표현까지 제한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고 했다.
앞서 지난 6월 배재고 야구부의 5·18민주화운동 조롱 응원 논란 등을 계기로 학교 내 혐오·차별 표현에 대응하기 위한 가이드북 제작이 추진됐다. 교육부는 서울시교육청의 초안을 토대로 했으나 초안에 있던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은 삭제했다. 이에 일각에서 해당 내용의 복원을 요구하자, 교육부는 발행을 보류하고 추가 의견 수렴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서울특별시교육청이 ‘혐오·차별 예방 지도자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해당 자료가 “거의 마무리 단계”라며 “마무리가 되는 대로 (각급 학교에) 배포 계획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자료가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이드북과는 별개로 지난 4월부터 추진된 것이라고 한다. 이 지도자료에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과 같은 표현이 포함되는지에 대해선, 아직 마무리 전이라 자세히 밝히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했다. 지도자료는 올해 안에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PACER는 해당 자료에 대해 우려하며 “서울시교육청이 별도의 지도자료를 제작해 학교 현장에 적용하려 한다면, 해당 자료가 국가교육과정의 내용과 범위를 충실히 준수하고 있는지 먼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들에 따르면 국가교육위원회는 2022년 12월 14일,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 과정에서 보건 과목의 ‘섹슈얼리티(Sexuality)’ 용어를 삭제하고, ‘성적자기결정권’의 의미를 성취기준 또는 성취기준 해설 등에서 명확히 제시하도록 의결했다. 이후 교육부는 2022년 12월 22일 교육부 고시 제2022-33호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을 고시했다.
PACER는 “국가교육과정에 제시된 용어와 교육 내용에 관한 심의 결과를 사실상 우회하거나, 별도의 행정자료를 통해 특정한 교육 내용을 확대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교육청의 행정적 재량은 국가교육과정을 존중하는 범위 안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교육적 정당성과 투명한 절차를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 ‘성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과 같은 내용은 넣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단순히 불쾌감을 준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비판이나 정치적 견해까지 혐오표현으로 규정한다면, 학생들은 자유로운 토론보다 자기검열을 먼저 배우게 될 것”이라며 “혐오표현의 판단 기준은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일관되게 적용되어야 하며, 개인의 정치적·사상적 성향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아울러 “논란이 된 자료가 학부모에게 충분히 공개되거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제작되고 학교 현장에 적용된다면, 교육행정의 신뢰는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학부모도 알지 못하는 교육을 자녀에게 먼저 실시하고 나중에 이해를 요구하는 방식은 결코 정당한 교육행정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정근식 교육감은 논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자료의 제작과 배포를 강행해서는 안 된다”며 “교육청이 충분한 검증과 의견 수렴 없이 자료를 배포할 경우, 관련 정보공개청구와 공식적인 이의 제기를 비롯해 법률이 보장하는 절차에 따라 그 책임을 엄중히 따질 것”이라고 밝혔다.
PACER는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다. 국가교육과정을 준수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교육을 실시하며, 우리 자녀들이 어떠한 교육을 받는지 알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지극히 정당한 요구”라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은 이념보다 앞서야 하고, 학생의 자유는 행정 편의보다 존중받아야 하며, 학부모의 교육권은 교육청의 일방적인 결정에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서울시교육청이 교육의 본질로 돌아올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