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발언에 나선 최안나 원장(산부인과 전문의, 강릉의료원장)은 산부인과 진료 현장에서 만난 여성들의 어려움을 전하며, 낙태 문제를 약물이나 수술이라는 방법의 문제로만 다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부담과 가족의 반대, 학업·직장 유지의 어려움 등으로 출산을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국가와 사회가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가 해결할 수 없는 사회·경제적 어려움,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최 원장은 “낙태를 하는 의사가 되겠다고 산부인과 의사가 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며, 여성과 태아의 건강을 지키고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돕는 것이 산부인과 의사의 소명이라고 밝혔다.
이어 임신을 유지하고 출산할 수 있는 의학적 여건을 갖추고도 생활 형편이나 주변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 원장은 “이는 국가와 사회가 도와야 하는 부분”이라며 이러한 부담을 여성 개인과 의료진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산부인과 의사가 여성과 태아를 함께 돌볼 수 있도록 상담과 지원 연계에 필요한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물 도입 앞서 허용 범위와 절차에 대한 입법 논의 선행돼야”
최 원장은 “약이든 수술이든 낙태는 낙태”라며, 방법을 논의하기 전에 우리 사회가 어떠한 범위와 절차 아래에서 낙태를 허용할 것인지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9년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이어진 입법 공백을 지적하며, 국회가 태아 생명 보호와 여성의 건강·권리를 함께 고려하는 법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학적 사유와 사회·경제적 사유에 관한 논의, 상담 및 지원 절차 등을 충분히 다루지 않은 채 약물 도입만 추진하는 것은 책임 있는 해결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 원장은 약물 허가 절차가 이러한 입법 논의를 대신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정부와 국회가 각각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물 낙태를 간단한 과정으로 설명해서는 안 돼… 의료적 관리 필요”
최 원장은 약물 낙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통증과 출혈, 불완전 유산에 따른 추가 처치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를 단순히 집에서 약을 복용하면 끝나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성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의료진의 판단과 필요한 진료·응급 대응·사후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물과 수술 중 어떤 방법이 적절한지는 개별 환자의 건강 상태와 의학적 조건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낙태 반대 넘어, 출산과 양육 지지하는 사회로”
그는 진료 현장에서 상담과 가족 설득을 통해 출산과 양육으로 이어졌던 사례를 소개하며, 주변의 지지와 실질적인 도움이 여성의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청소년·청년 임산부와 미혼모를 향한 비난과 낙인을 줄이고, 가족과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어떤 환경에서 임신을 했어도 그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게 그 여성에게 득이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만이 낙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며, 주거·생계·의료·학업·돌봄 지원을 통해 출산과 양육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최 원장은 정부와 국회뿐 아니라 종교계와 시민사회에도 참여를 요청했다. 그는 위기 상황에 놓인 임산부를 지원기관과 연결하고, 출산 이후의 삶까지 함께 돌보는 활동이 확대돼야 한다며 “임신을 축복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