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인공지능(AI) 시스템에 종교적 또는 도덕적 권위를 부여하거나 인간의 판단을 AI에 맡기는 움직임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최근 경쟁 AI인 일론 머스크의 xAI가 개발한 ‘그록(Grok)’이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인정하는 듯한 답변을 내놓아 온라인에서 큰 논란이 일어난 지 이틀 만이다.
올트먼은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 계정에 별도의 질문이나 논쟁을 촉발한 맥락 없이 “사람들이 AI 모델에 종교적 권위를 부여하거나 인간의 판단을 포기하려는 것에 대해 매우 불편하게 생각한다”며 “이는 실제적인 안전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올트먼은 해당 발언이 특정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근 AI의 의식과 도덕적 지위, 종교적 권위 등을 둘러싼 논의가 확대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앞서 지난 1일에는 그록이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인정하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아 엑스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한 이용자가 여러 신들과 종교적 인물들이 함께 등장하는 이미지에서 ‘가짜 신들’을 제거해 달라고 요청하자, 그록은 예수만 남긴 이미지를 생성하고 “완료됐다”고 답했다.
이후 이용자들이 예수도 ‘가짜 신’에 해당하는지 묻자 그록은 예수가 “가짜 신으로 분류되지 않는다”고 답하며, 예수를 역사적 인물로 설명했다. 또한 예수의 부활에 관한 기록을 근거로 그의 신성이 기독교의 탄생과 세계 최대 종교의 형성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록은 성경 기록과 빈 무덤, 부활 이후 나타남에 대한 역사적 증거를 근거로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며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셨다고 믿는다”는 취지의 답변까지 내놓았다. 해당 게시물은 이후 삭제됐다.
이 같은 그록의 답변은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환영을 받은 반면, AI가 종교적 판단이나 신앙적 고백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데 대한 우려도 불러일으켰다.
올트먼의 발언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앤트로픽(Anthropic) 공동창업자 크리스토퍼 올라(Christopher Olah)와 종교 지도자들 사이에서 진행돼 온 AI의 의식과 도덕적 지위에 관한 논의를 주목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올라와 앤트로픽 관계자들은 지난해 가을부터 바티칸 관계자를 비롯한 종교 지도자들과 AI 모델인 ‘클로드(Claude)’가 의식을 가질 가능성과 도덕적 지위를 인정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논의해 왔다.
올라는 지난 5월 공개된 교황 레오 14세의 첫 회칙 ‘마그니피카 휴마니타스(Magnifica Humanitas)’ 사전 내용을 검토한 뒤 바티칸에서 예정된 행사 참석을 취소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회칙은 AI와 ‘의식’ 문제를 명시적으로 다루고 있다.
올라는 이후 교황 측 관계자들과의 비공개 만남에서 기계가 의식을 가질 가능성을 보다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 레오 14세 역시 최근 AI의 발전과 관련해 인간의 고유성을 강조했다.
교황은 지난 2일 AI의 확산으로 인간이 창조한 예술과 기계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을 구별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AI가 수많은 인간의 창작물을 바탕으로 통계적 계산을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과 인간의 창작 사이에는 미학적 차이를 넘어 존재론적 차이가 있다고 지적하며, 알고리즘에는 인간의 ‘불꽃’이 없다고 강조했다.
앤트로픽은 바티칸 외에도 샌프란시스코에서 종교 지도자들을 초청해 만찬을 열고 손으로 쓴 감사 편지를 보내는 등 종교계와의 접촉을 확대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올트먼은 과거 AI의 발전과 종교의 관계에 대해 보다 복합적인 견해를 밝혀왔다.
그는 하나님이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다소 혼란스럽다”고 말한 바 있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고도화된 AI가 인간에게 ‘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존재로 인식되면서 숭배의 대상이 될 가능성을 전망하기도 했다.
올트먼은 올해 초 한 인터뷰에서 가까운 미래에 고도로 발전한 AI 모델이 그 능력 때문에 신적인 존재로 여겨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2023년에는 오픈AI가 연구소와 API,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 챗GPT 및 GPT 스토어 등을 하나의 거대한 지능으로 연결해 이른바 ‘마법 같은’ 범용인공지능(AGI)을 만들어가는 구상을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오픈AI의 여러 서비스와 협력 관계가 각각 독립적인 제품이라기보다 궁극적으로 하나의 ‘지능’이라는 목표를 향한 통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