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열정과 기쁨으로 충만했던 신앙이 어느 순간 무미건조해지고, 기도해도 아무런 응답이 없는 하나님의 침묵이 야속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우리는 흔히 이를 ‘영적 슬럼프’라 부르며, 잃어버린 열정을 되찾기 위해 더 열심히 기도하고 훈련에 매달리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곤 한다. 영성 신학자 카일 스트로벨과 존 코는 신간 『영혼의 사춘기』를 통해 이 당혹스러운 메마름의 시간이 단순한 신앙의 실패가 아니라, 믿음이 무르익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광야’이자 ‘영적 사춘기’라고 선언한다.
슬럼프가 아닌 ‘광야’, 위로가 걷힌 자리에 드러나는 진실
현대 기독교는 영적 성장을 끊임없이 뜨거워지고 확신이 커지는 우상향의 그래프로만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들은 기쁨과 설렘이 가득한 ‘영적 위로’의 계절이 지나고, 하나님이 마치 부재하시는 듯한 ‘영적 황폐’의 시기가 찾아오는 것은 영적 성숙을 위한 필수적인 훈련이라고 말한다. 하나님이 영적인 위로와 감각을 잠시 거두시는 이유는 우리가 하나님 그분보다 ‘영적 기쁨’이라는 감정에 취해 있었거나, 내면의 성품이 아닌 스스로의 ‘종교적 의지’에 기대어 신앙생활을 감당하려 했던 얄팍한 밑바닥을 폭로하시기 위함이다.
“더 잘하겠습니다”라는 자기 기만을 버려라
영적 메마름과 양심의 가책이 찾아올 때, 우리의 육신은 방어 기제로 “하나님, 제가 더 잘하겠습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라며 결단한다. 하지만 책은 이러한 도덕주의적 다짐이 실은 아담이 동산에 숨었던 것처럼 직면한 진실을 회피하기 위해 치는 ‘연막’에 불과하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영적 사춘기를 제대로 통과하는 법은 억지로 열정을 쥐어짜 내는 것이 아니다. 수치심과 두려움, 죄책감, 그리고 하나님을 내 마음대로 조종하려 했던 왜곡된 욕망까지 헐벗은 영혼을 있는 그대로 하나님 앞에 꺼내놓는 정직함이다.
‘더 나은 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그리스도가 사시는 것’
나아가 이 책은 제자도를 단순히 ‘더 나은 버전의 나(Better Me)’를 만들어가는 자기 개선 프로젝트로 전락시킨 복음주의 교회의 맹점을 꼬집는다. 진정한 영적 성숙은 내 힘으로 훌륭한 열매를 맺으려는 자기 의존이 완전히 무너지고,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갈 2:20)이라는 깊은 연합의 진리에 가닿는 과정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영적 메마름 속에서 ‘내 믿음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자책하며 길을 잃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책은 신선하고도 묵직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숨막히는 종교적 의무감에서 벗어나 텅 빈 손으로 하나님 안에 고요히 머무는 법을 배우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혼돈의 시간을 지나 진짜 믿음의 신세계로 안내하는 완벽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