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가 손현보 목사(세계로교회)의 설교를 분석한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 보고서를 총회의 공식 판단으로 채택하지 않고 참고하는 것으로 처리했다.
제76회 고신총회는 16일 충남 천안 고려신학대학원에서 회무를 진행하며 해당 보고서의 처리 방안을 표결에 부쳤다. 보고서를 ‘참고만 하는 것’으로 하자는 안은 찬성 281표, 반대 69표로 가결됐다.
이번 연구는 제75회 총회가 손 목사의 설교 네 편에 대한 검토를 신학부와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에 맡기면서 시작됐다. 교수회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와 대·소교리문답 등을 기준으로 해당 설교를 분석했다.
보고서는 분석 대상 설교가 성경 본문보다 정치적 위기와 특정 정치인에 대한 평가에 무게를 두고, 성경 본문을 정치적 결론의 근거로 사용했다는 취지의 문제를 제기했다. 보고서가 알려진 뒤 교단 안에서는 공예배와 설교의 본질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과 네 편의 설교로 한 목회자의 설교와 목회 전반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나왔다.
◈ 손현보 목사, 설교 평가 범위와 고신의 역사적 정체성 언급
이날 총회에 참석한 손현보 목사는 총대들 앞에서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수많은 설교 가운데 일부만으로 전체 설교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손 목사는 강해설교와 주해설교, 제목설교 등 설교의 형태가 다양하며 성경에도 심판과 저주의 메시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사야서 역시 특정 부분만 떼어 선지자의 전체 메시지를 판단할 수 없다며, “수천 편” 가운데 네 편의 설교가 자신의 설교와 목회를 대표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이날 점심시간에 고신역사기념관을 방문했다며 주기철·주남선·손양원 목사를 언급했다. 신사참배에 저항하고 국가권력과 충돌하면서도 신앙적 신념을 지켰던 선배 목회자들의 역사를 돌아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손 목사는 “지금 우리 고신의 정체성이 달라졌습니까? 바뀌어졌습니까?”라고 물었다. 자신의 발언과 행동 역시 개인의 정치적 성향뿐 아니라 시대와 사회의 문제에 대응하는 설교자의 자세라는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구속 당시 입장 설명… 서로 다른 견해의 공존 요청
손 목사는 설교와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던 경험도 언급했다. 그는 재판부의 판단을 원망하기보다 신앙의 양심에 따라 설교한 데 대한 대가를 감당하겠다는 태도로 임했다고 설명했다.
법정에서도 재판부가 법의 양심에 따라 판단한다면 자신은 신앙의 양심에 따른 설교의 대가를 감당하겠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목사가 설교로 인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는 상황을 교단이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총대들에게 물었다.
발언 후반에는 교단 안에서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목회자들이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손 목사는 “수천 명 목사 중에서 저 같은 사람 한 사람 더 있어도 되지 않겠어요?”라며 정치적·사회적 입장 차이를 이유로 서로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전했다.
이어 세계로교회의 전도와 세례 등 목회 사역을 소개하며 정치적 입장이나 사회적 발언 방식만으로 목회자의 전체 사역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자신과 같은 입장을 가진 사람뿐 아니라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도 교단 안에서 공존해야 한다며 연합과 포용을 요청했다.
총회는 논의 끝에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 보고서를 참고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제75회 총회의 위임으로 진행된 손현보 목사의 설교 네 편에 대한 연구는 총회의 공식 판단으로 채택되지 않고 참고자료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