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예수의 어린 시절

도서 「예수의 어린 시절」

노벨문학상과 부커상 2회 수상에 빛나는 현대 문학의 거장 J.M. 쿳시가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작품으로 찾아왔다. 기독교의 뿌리인 ‘예수의 어린 시절’이라는 도발적인 착상에서 출발한 이 책은, 과거를 잃어버린 채 떠도는 난민과 소외된 타자들의 삶을 서늘하고도 아름다운 알레고리로 엮어낸 수작이다. 출간 당시 파이낸셜 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되며 찬사를 받은 이 작품이 마침내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 소개된다.

기억을 지우고 당도한 기묘한 도시, 노비야

소설의 배경인 가상의 스페인어권 도시 ‘노비야’는 과거의 기억이 모두 씻겨 나간 채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주민들의 공간이다. 배를 타고 이곳에 당도한 중년 남성 시몬과 고아가 된 난민 소년 다비드는 낯선 세계에서 동행을 시작한다. 시몬은 다비드의 대부를 자처하며, 우연히 만난 젊은 여성 이네스에게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마치 요셉과 마리아가 신의 아들을 품듯, 세 사람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채 느슨하지만 특별한 가족을 이룬다.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 영특하고 삐딱한 소년

제목과 달리 소설 속에 성경의 ‘예수’는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학교 교육과 규칙을 거부하고 “내가 진리다”라고 선언하는 소년 다비드가 그 자리를 대신하며 메시아적 암시를 풍긴다. 다비드는 겉보기엔 평화롭지만 엄격히 통제되는 노비야의 시스템에 끊임없이 “왜요?”라는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지금 여기(aqui)’에 머무르려는 이 조숙하고 삐딱한 소년은, 잊고 살았던 삶의 근본적인 철학과 열정을 어른들의 마음속에 다시 일깨운다.

난민과 환대, 우리 시대의 실존을 묻다

간명한 서사 구조 아래에는 교육, 철학, 종교, 그리고 디아스포라에 관한 묵직한 통찰이 자리 잡고 있다. 전쟁과 기후위기로 삶의 터전을 잃은 수천만 명의 현대 난민들의 불안한 현실이 겹쳐지며, ‘나와 다른 낯선 타인을 어떻게 환대할 것인가’라는 실천적이고 윤리적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진다.

쿳시의 ‘예수 3부작’ 중 첫 번째를 장식하는 이 소설은 최근 2026년 칸영화제 프리미어 부문에서 상영된 화제작 <여기(Aqui)>의 원작이기도 하다. 간결한 문장 속에 끝없는 철학적 깊이를 숨겨둔 이 경이로운 작품은, 더 나은 사회와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려는 독자들에게 지적으로 매혹적인 사유의 장을 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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