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대에서 ‘국교분리공동포럼준비위원회’의 주최로 ‘국교(정교)분리공동포럼’이 개최됐다. 이번 포럼은 최근 정계와 종교계를 달구고 있는 소위 ‘종교법인 해산법’ 논란을 다루며, 자유민주주의 헌법 가치에 입각한 교회사적·법리적 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포럼은 이상원 교수(전 총신대)의 설교로 시작됐다. 이 교수는 ‘국가에 대한 복종의 조건’(롬 13:1-7)이라는 제목으로 “국가권력이 스스로 자율적인 권력의 원천임을 주장하면서 자신을 신격화하고자 할 때, 교회와 성도들은 이에 대해 비판하고 저항할 수 있어야 한다”며 “권력에 대한 맹목적이고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하게 경계하며, 신앙의 양심이 국가의 부당한 월권 앞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이어진 발제에서 먼저 최덕성 전 고신대 교수는 ‘정교분리 원칙과 종교법인 해산법의 위헌성’을 주제로 발제했다. 최 총장은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정교분리’ 원칙에 대해 “종교나 교회가 국가를 향해 어떠한 강제력도 행사할 수 없음을 뜻하는 동시에, 반대로 국가 역시 종교의 고유한 신앙과 영적 영역을 절대 침범할 수 없다고 규정한 상호 불가침의 원칙”이라고 정의했다.
최근 국회에 상정된 민법일부개정안, 즉 이른바 ‘종교법인 해산법’을 두고 그는 “만약 국가가 종교의 공적 발언과 설교자의 권력 비판까지 섣불리 ‘정치 개입’으로 간주하여 제한하려 든다면, 이는 명백히 종교의 자유와 언론·표현의 자유를 뿌리째 흔드는 일이며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현재 발의된 종교법인 해산법은 기존의 법체계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해 과도하고 편향적인 규제를 추가하는 것”이라며 “이는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침해할 위험성을 다분히 안고 있는 위험천만한 입법”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전윤성 숭실대 법학과 겸임교수는 ‘한국헌법의 국교부인·정교분리 규정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발제했다. 전 변호사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정교분리 원칙을 둘러싼 소모적인 갈등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개념의 혼동을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헌법적 논란이 발생하는 이유는 ‘국교분리(종교와 국가의 분리)’와 ‘정교분리(종교와 정치의 분리)’라는 서로 다른 차원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혼동하는 데서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 변호사는 다수의 주요 외국 헌법 사례를 정밀 검토한 결과를 공개했다. 그는 “세계 각국의 헌법을 살펴보면, 국가가 국교의 설립을 금지(국교부인)하고 있는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처럼 ‘종교와 정치의 분리’ 조항까지 법문에 명시적으로 규정한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전 변호사는 이러한 비교법적 분석에 근거해 “우리나라 헌법 제20조가 국교를 부인하면서 동시에 ‘정교분리’라는 표현을 함께 담고 있는 것은 세계 입헌주의 역사상 그 유례를 찾기 힘든 매우 기형적인 형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연방 수정헌법 제1조는 국교설립을 금지하고 국가 권력을 최소화하여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미 연방대법원 판례나 국세청(IRS)의 입장에 따르면, 예배 중 신앙적 맥락에 기반한 정치적·사회적 발언은 선거 개입이 아닌 정당한 종교적 표현으로 인정된다”고 했다.
또 전 변호사는 “우리 헌법의 ‘정교분리’ 규정이 서구의 미국식 국교분리 모델이 아니라, 구 「대일본제국헌법」과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포교규칙」 등 일제 통치 체제의 영향과 접점에 있다”며 “일제는 형식적인 정교분리를 주장하면서도 실제로는 국가신도를 정점으로 타 종교를 통제하고 교회의 일제 등 정치 비판을 가로막는 수단으로 악용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조평세 박사(1776연구소 대표)는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미국 수정헌법 제1조의 ‘국교수립금지조항(Non-Establishment Clause)’이 공공 영역에서 모든 종교적 색채를 완전히 배제하고 무신론적 세속주의를 정당화하는 주장의 근거로 오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박사는 ”역사적·법리적 팩트를 추적해보면, 이 조항의 진정한 본질은 세속주의의 국교화가 아니라 국가의 강제력으로부터 종교적 양심을 보호하고 자유민주주의의 토대인 신앙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토머스 제퍼슨의 ‘교회와 국가 사이의 분리의 벽’이라는 표현에 대해 “결코 공적 공간에서 종교를 소거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었으며, 교회를 국가 권력의 부당한 침해와 강제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방어막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개념은 제퍼슨이 독창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마틴 루터, 장 칼뱅 등 종교개혁가들과 영국의 신학자 리처드 후커 등에 이르러 수 세기 동안 다뤄져 온 깊은 역사적 전통을 지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조 박사는 “유럽의 종교적 박해를 피해 신대륙에 정착한 토머스 후커와 로저 윌리엄스 등은 국가 권력의 남용과 세속적 오염으로부터 교회의 순수성을 사수하고자 국교 분리를 주장했다”며 “미국의 국부들은 종교를 정치와 완전히 격리해야 할 적대물이 아니라 헌정 질서를 지탱하는 필수적 기둥으로 여겼다”고 역설했다. 조지 워싱턴의 고별사나 존 애덤스의 발언 역시 이러한 맥락에 닿아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20세기 중반 이후 미 연방대법원이 Everson v. Board of Education 판결이나 Lemon v. Kurtzman 판결의 ‘레몬테스트’를 통해 공공 영역에서 종교를 적대시하는 오류를 범했으나, 20세기 말과 21세기에 들어서며 자의적 기준을 폐기하고 헌법 제정 당시의 ‘원의주의(Originalism)’로 회귀하고 있다”고 짚어냈다.
조 박사는 “공공 공간에서 종교를 강제로 몰아내려는 시도는 또 다른 형태, 즉 ‘무신론적 세속주의’를 새로운 국교로 옹립하는 모순을 낳을 뿐”이라며 “대한민국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정교분리의 원칙 역시 국가가 법적 강제력을 동원해 특정 신앙이나 이념을 강요하는 것을 금지하는 데 본래적 의미가 있지 교회의 정치적 발언 금지에 있지는 않다”고 갈무리했다. 이날 단체는 선언문도 발표했다. 아래는 선언문 전문.
국교(정교)분리의 본질과 자유민주 대한민국 헌법수호 선언문
초안자: 최덕성·이상원·권요한·전윤성·조평세
1. 서론
우리는 로마서 13장 1–7절이 밝히는 바, 국가권력의 원천은 하나님께 있으며 그 권세는 하나님의 질서 안에서만 정당성을 갖는다는 진리를 다시금 선언한다. 바울은 절대 권력을 자처하던 로마제국 앞에서도 “권세는 하나님께로부터 난 것”이라 선포하였다. 이는 교회와 신자가 부당한 권력에 저항할 수 있는 신학적 근거이며, 오늘 우리에게도 동일한 책임을 부여한다.
국가권력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다음 두 가지 원칙 위에 선다. 첫째, 국가권력은 하나님이 허락한 것이므로, 그 권력이 스스로를 절대화하거나 신격화할 때 교회는 이를 분명히 거부하고 저항해야 한다. 권력이 하나님의 질서를 벗어날 때 신앙인은 박해를 감수하더라도 진리를 증언해야 한다.
둘째, 국가는 하나님의 규범적 원리—특히 공정성—에 따라 운영될 때 정당성을 갖는다. 공정성을 상실한 권력은 비판과 견제를 받아야 하며, 이는 신앙 공동체의 공적 책임이다. 오늘 대한민국의 국정 운영이 특정 정치세력의 이념과 이익을 절대화하는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다면, 이는 공정성의 원리에 반하는 것이며 우리는 이를 분별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2. 국교(정교)분리: 종교 자유를 지키는 헌법적 방파제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제2항의 ‘정교분리’는 국가가 종교를 통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자유의 장치이며, 동시에 종교가 국가권력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계선이다. 국교분리 원칙은 교회와 국가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제도이다. 우리는 국교분리의 오해와 왜곡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정교분리’가 종교의 공적 발언을 금지하는 원칙으로 오해되는 일이 빈번하다. 그러나 이는 역사적·법리적 사실과 배치된다.
토머스 제퍼슨이 말한 “분리의 벽”은 국가권력으로부터 종교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막이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경계한 것은 특정 종파를 국교로 지정해 신앙을 강제하는 국가권력이었지, 종교적 가치가 공적 영역에서 발언되는 것을 금지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종교는 공공 도덕과 시민 윤리의 중요한 기반이며, 종교적 신념에 따른 공적 발언은 표현의 자유의 핵심이다. 따라서 국교분리는 종교 배제나 세속주의 강요가 아니라, 종교 자유를 지키기 위한 헌법적 방파제임을 분명히 천명한다.
3. 국교(정교)분리의 헌법적 의미 회복
2026년 국회에 발의된 민법일부개정안(일명 종교법인 해산법)은 종교법인이 ‘정교분리’ 또는 선거법을 위반할 경우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는 다음과 같은 중대한 헌법적 문제를 야기한다. 첫째, 국가의 종교 개입 권한 확대할 경우, 행정권이 종교단체를 조사하고, 필요 시 법인 인가를 취소할 수 있는 구조는 종교단체의 존립 자체를 위협한다. 이는 종교의 자유, 결사의 자유, 표현·언론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침해할 수 있다.
둘째, 이러한 소위 정교분리의 논리는 일제의 ‘정교분리’ 개념의 잔재이다. 일제는 국가신도 체제 아래에서 종교를 통제하기 위해 ‘정교분리’를 도입했다. 일본국 헌법(1947)은 이 전통을 계승했고, 대한민국 헌법도 이 용어를 그대로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제헌 이후 80년간 ‘정교분리’를 사실상 국가의 종교 비간섭 원칙, 즉 국교분리로 해석해 왔다. 따라서 최근 법안이 ‘정교분리’를 문자 그대로 적용해 종교의 공적 발언을 규제하려 한다면, 이는 대한민국 헌법의 실질적 해석과 충돌하게 된다는 점을 명확히 경고한다.
4. 종교법인 해산법: 종교 자유를 위협하는 중대한 위험
최혁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다음과 같은 조항을 포함한다. 종교법인이 정치활동에 개입했다고 판단되면 설립허가를 취소하고 법인을 해산한다. 그리고 의심만으로도 행정기관이 종교단체의 사무소에 출입해 장부·서류를 조사할 수 있다. 나아가 해산된 종교법인의 잔여재산을 국고에 귀속시킨다. 이는 기존 민법 체계보다 훨씬 강한 제재이며, 종교단체의 재산권·자율성·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 우리는 이 법안이 종교 자유의 본질을 훼손하고, 일부 반신적 공산국가에서처럼 국가권력의 종교 개입을 제도화할 위험을 지닌다고 경고한다.
5. 생명·주권·자유: 국교분리 원칙의 회복을 위한 선언
현직 대통령이 헌법의 ‘정교분리’ 조항을 종교의 정치적 발언 제한 근거로 해석하면서, 일제 잔재인 정교분리 개념이 다시 공론화되었다. 우리는 다음 사실을 명확히 선언한다. 국교분리와 정교분리는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의 정교분리 조항은 역사적 맥락상 일제의 종교 통제 정책의 흔적이다. 이 조항을 문자 그대로 적용하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종교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과거에 일제의 「포교규칙」이 독립운동을 억압하는 데 사용되었고, 군사정권도 종교계의 민주화운동을 억압하는 근거로 정교분리를 활용했다. 오늘의 종교법인 해산법은 이러한 역사적 사례와 유사한 위험성이 있음을 강력히 경고한다.
우리는 국교분리의 본래 목적을 다시 선언한다. 국교를 금지하는 이유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국교분리 원칙은 국가가 종교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하여 종교의 자유를 두텁게 보호하는 장치다. 종교의 자유와 국교분리는 상호 보완적이며,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다. 종교법인 해산법은 설교자의 공적 발언과 종교적 메시지 선포를 위축시키고, 종교의 공적 책임을 제한할 위험이 크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어떠한 시도도 단호히 거부한다.
결론: 자유민주 대한민국 헌법수호의 엄숙한 사명
우리는 국교분리 원칙을 회복하여 종교의 자유를 두텁게 보장하고, 국가권력의 자의적 종교 개입을 차단하며, 자유민주주의의 헌법 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엄숙히 선언한다. 종교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과 양심의 자유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이며, 국교분리는 그 보루를 지키는 헌법적 기둥이다. 우리는 이 원칙을 흔드는 어떠한 시도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자유민주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끝까지 책임을 다할 것이다. 교회와 국가는 각각의 영역에서 국교분리 원칙을 바로 세우고 종교 자유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 교회는 진리를 선포하고 자유를 지키는 공적 책임을 다해야 하며, 국가는 종교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법치주의적 행정을 수행해야 한다. 이 두 축이 바로 세워서 자손만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의 헌법 질서를 수호할 것을 강력히 천명하는 바이다.
종교의 자유와 헌법 수호를 위한 실천방안(대응책)
Ⅰ. 교회 차원의 대응책 제안
1. 종교 자유와 국교분리 원칙에 대한 교육·연구 강화해야 한다.
2. 공적 담론 참여와 권력 감시 기능의 회복해야 한다.
3. 법적·제도적 대응 체계 구축해야 한다.
Ⅱ. 국가 차원의 대응책 촉구
1. 국교분리 원칙의 헌법적 의미를 명확히 재정립하라!
2. 종교단체에 대한 행정권 개입 최소화 및 비례성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라!
3. 종교 자유 보호를 위한 국가적 안전장치 마련하라!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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